국가무형문화재 제70호 양주소놀이굿은 다른 문화재와는달리 대다수 20~30대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양주소놀이굿은 설과 입춘을 맞아 가족의 번창과 풍년을 기원하는 굿이다. 사진은 마부와 함께 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출처: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6.14
국가무형문화재 제70호 양주소놀이굿은 설과 입춘을 맞아 가족의 번창과 풍년을 기원하는 굿이다. 양주소놀이굿은 다른 문화재와는 달리 대다수 20~30대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마부와 함께 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출처: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6.14

국가무형문화재 제70호 양주소놀이굿
 

무사태평과 풍년 기원 ‘경사굿’

마부와 만신의 대화로 이어져

문화재 단체 중 젊은 회원 多

전통 악기체험과 농기구 체험

[천지일보 양주=김서정 기자] ‘두둥~ 두둥~’ 하늘도 울릴만한 기세로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북소리. 지난 5일 오후 양주시 백석에 있는 양주소놀이굿 전수교육관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제70호로 지정된 양주소놀이굿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다.

양주소놀이굿은 많은 문화재 단체 중 독특하게 젊은 회원들이 많다. 총 43명의 회원 중 대다수가 이삼십대 청년이다. 서울과 경기도에 거주하는 회원들은 매주 토요일 전승 교육을 받기 위해 양주소놀이굿 전수교육관으로 모인다. 일반적으로 무형문화재가 젊은 층의 관심이 적어 전승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경사굿을 연희(演戲)로 흥겨워

‘굿’은 진부하기도 하고 생소하게 느껴지기 일쑤다. 그러나 양주소놀이굿은 신명 나는 풍물놀이와 아름다운 선율의 국악 공연이 어우러져 풍성한 느낌을 선사한다.

소놀이굿원형 공연이 끝나면 6명의 젊은 농악단이 북과 장구, 꽹과리, 징 등을 가지고 덩실덩실 몸을 흔들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다. 관객들은 “얼쑤~” “잘한다”라고 추임새와 박수로 흥을 함께 돋우며 무대에 나와 공연을 즐긴다.

이슬비 양주소놀이굿 문화예술 교육사는 “‘굿’이 일반인에게 친숙한 소재가 아니다 보니 예술공연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접근하고자 했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양주소놀이굿 전수관에서 소놀이굿예술단이 풍물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제공 : 양주소놀이굿 전수교육관) ⓒ천지일보 2022.6.14
지난 5일 양주소놀이굿 전수관에서 소놀이굿예술단이 풍물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제공 : 양주소놀이굿 전수교육관) ⓒ천지일보 2022.6.14

◆잘 되길 비는 ‘양주소놀이굿’

악귀를 쫓거나 달래는 우환굿과 달리 ‘양주소놀이굿’은 농사나 사업, 장사 등이 잘 되고 자손이 번성하길 비는 경사굿으로 밝고 즐거운 ‘놀이’ 형식이 강하다. 놀이가 결합한 형태의 굿은 전국에 걸쳐 발견됐는데 소를 주요 소재로 다룬 대표적인 굿으로는 경기도 양주소놀이굿과 황해도 지역을 대표하는 평산 소놀음굿을 꼽을 수 있다.

문헌에 따르면 소놀이굿의 정확한 유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와 말, 하늘을 숭배하는 소멕놀이에 기원을 두고 무속의 제석거리와 마마배송굿 등에서 자극을 받아 형성된 놀이로 보고 있다. 양주소놀이굿은 1980년 국가무형문화재 제70호로 지정됐다. 단독으로 하는 것이 아닌, 제석거리에 이어서 놀이가 시작되며 가사가 세련된 평민 가사체로 된 것이 특징이다.

◆양주에서 펼쳐진 전통문화의 향기

‘전통문화의 향기’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양주소놀이굿 행사는 소놀이예술단의 경쾌한 대북 공연으로 시작됐다. 길놀이와 아라보살의 작두 공연을 비롯해 양주소놀이굿원형, 소놀이예술단의 진도북춤, 국악 합주와 선만 판굿으로 구성됐다.

북 공연에 이어 양주소놀이굿 이수자인 아라보살의 작두 공연이 진행됐다. 빙글빙글 돌며 신명 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가 흰 버선을 벗고 계단을 올라 작두에 올라선다. 텔레비전에서 봤을 법한 작두타기를 실제로 눈앞에서 본 관객들에게서 탄성 소리가 새어 나왔다. 입을 벌리며 아찔하기 그지없는 장면을 보고 있는 것도 잠시. 아라보살은 객석에서 한 명씩 나아온 관객들에게 “예배당 다녀온 양반도 괜찮소!”라며 복을 빌어준다.

지난 5일 경기도 양주시 양주소놀이굿 전수교육관에서 열린 양주소놀이굿 정기공연에서 아라보살이 관객들에게 복을 빌어주고 있다. (출처: 양주소놀이굿 유튜브 화면 캡쳐) ⓒ천지일보 2022.6.14
지난 5일 경기도 양주시 양주소놀이굿 전수교육관에서 열린 양주소놀이굿 정기공연에서 아라보살이 관객들에게 복을 빌어주고 있다. (출처: 양주소놀이굿 유튜브 화면 캡쳐) ⓒ천지일보 2022.6.14

◆흥미진진한 소 팔기 흥정

양주소놀이굿은 제석 고사 다음에 벌이는 놀이로 멍석으로 만든 소를 마부가 끌고 와서 만신(무당을 높이 이르는 말)과 재담을 주고받으며 덕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굿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만신과 동네 놀이꾼들이 함께하는 놀이판이다.

부부 사이인 마부와 만신이 소를 좋은 값에 팔기 위해 소의 빛깔, 눈코입부터 쇠털과 굽까지 생김새를 자세하게 설명한 뒤 소 장수에게 팔아넘기고 집안의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덕담을 끝으로 연희를 마친다.

만신과 마부의 재담과 타령이 번갈아 이뤄질 때 타령이나 재담을 하지 않는 다른 등장인물들은 어깨춤을 추며 흥을 돋운다. 모형으로 만들어진 송아지는 껑충껑충 뛰는 모습을 연출하며 가끔 만신이나 마부 등 다른 등장인물들을 툭툭 치기도 한다.

소를 소 장수에게 팔아넘기기 위해 소가 일을 얼마나 잘하느니 얼마나 잘 생겼느니 등 자랑을 흥미로운 가사로 관객의 관심을 끈다.

마부는 “이거 참, 소가 보기도 좋고 먹성도 좋고 아깝긴 하네”라며 밀고 당기는 흥정을 시작한다. 소 장수는 “아까우면 안 판다고 하지 왜 한다고 그랬어”라며 맞장구친다. 마부와 소 장수가 솟값 흥정을 마무리하면 어느새 만신이 나타나 솟값을 가로채 돈을 새고 소를 팔아 큰 돈을 쥔 마부는 기분 좋게 “풍악을 울려라”며 신명 나게 춤추며 논다.

마부와 만신이 타령과 재담으로 소의 빛깔, 눈코입부터 쇠털과 굽까지 생김새를 설명하고 있다. (제공: 양주소놀이굿 전수교육관) ⓒ천지일보 2022.6.14
마부와 만신이 타령과 재담으로 소의 빛깔, 눈코입부터 쇠털과 굽까지 생김새를 설명하고 있다. (제공: 양주소놀이굿 전수교육관) ⓒ천지일보 2022.6.14

◆전통악기 체험 등 다양한 행사

양주소놀이굿 전수교육관 뒤쪽에 마련된 놀이마당에서는 오는 7월 다양한 전통 농기구를 통해 농경사회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해금, 피리, 대금 등의 전통악기도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마부타령 배워보기, 소탈 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양주소놀이굿 전수관은 더 많은 사람이 전통과 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이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소놀이굿 원형을 더욱 흥겹게 만들어 준 예술단은 재작년까지 보수 없이 '열정'으로 공연을 이어 왔다. 소놀이굿예술단의 마당놀이가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되면서 양주시는 정기·수시 공연뿐만 아니라 마당놀이에도 적극 지원해 무형문화재 발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전통 문화유산을 계승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땀방울이 있기에 지금까지 양주소놀이굿이 잘 보존돼 내려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양주시 관계자는 “양주소놀이굿의 젊은 전수 교육생의 유입이 공연을 더 활기차게 만들고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또한 이끌게 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며 “이들은 소놀이예술단 공연을 보고 관심을 갖게 돼 전수 교육생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가무형문화재 제70호 양주소놀이굿이 더 많은 시민에게 소중한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유튜브 송출을 통해 지역 상관없이 더 많은 분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양주소놀이굿 전수교육관 마당에서 소놀이굿 원형을 마치고 예술단이 북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제공: 양주소놀이굿 전수교육관) ⓒ천지일보 2022.6.14
지난 5일 양주소놀이굿 전수교육관 마당에서 소놀이굿 원형을 마치고 예술단이 북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제공: 양주소놀이굿 전수교육관) ⓒ천지일보 2022.6.14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