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6일 중국 우한중앙병원 밖에서 보호용 작업복과 소독장비를 착용한 근로자가 걷고 있다. (출처: 뉴시스)
작년 2월 6일 중국 우한중앙병원 밖에서 보호용 작업복과 소독장비를 착용한 근로자가 걷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기원 조사와 관련해 조언하는 국제 과학자 자문단이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도 조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중국, 독일, 러시아 등 24개국 출신의 과학자 27명이 참여하는 ‘새로운 병원체의 기원 조사를 위한 과학 자문그룹(SAGO)’은 박쥐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은 내용의 예비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또한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포함해 사람들에게 어떻게 퍼졌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더 많은 중국 자료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SAGO는 WHO가 작년 10월 대유행의 기원을 연구하기 위한 접근방법을 재설정하기 위해 임명한 팀이다. 보고서는 중국 과학자들이 두 차례에 걸쳐 미발표된 연구를 포함해 그들과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정보에 공백이 있어 코로나19가 언제 어디서 발병했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SAGO가 정보를 제한하고 있는 중국의 정치적 장벽을 돌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의문을 품었다.

조지타운 대학의 오닐 국립 및 세계 보건법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로렌스 고스틴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중국의 정치적 협력 부족은 의미 있는 진전을 계속 억누르고 있다”며 “이번 보고서는 덜 비밀스러운 나라에서 미래의 전염병을 조사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WHO는 이 SAGO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을 연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의 병원균 출현 조사에 대한 조언도 요청했다. 새로운 병원체의 기원을 위한 과학 자문단으로 알려진 이 팀은 중국이나 다른 곳에서 조사를 할 권한이 없다.

SAGO는 작년 초 WHO가 중국에 파견한 이전 팀보다 실험실 유출에 대해 더 개방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중국과의 공동보고서는 “실험실 유출은 가능하긴 하지만 매우 가능성이 낮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실험실 유출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없다. 그러나 SAGO는 미래에 나타날 어떤 증거라도 평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 러시아, 브라질 3개국 연구원들 실험실 유출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않다며 조사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이 보고서는 전했다.

이번 보고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출현에 있어 동물들의 잠재적인 역할을 주장한 많은 연구를 언급했다. 그러나 중국 과학자들이 제공한 연구 일부는 아직 발행되지 않아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았으며 SAGO는 이에 공개된 연구나 자문그룹에 협조한 과학자들이 제공한 자료만 검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중국 우한에서 야생 동물을 거래하는 시장을 조사한 결과 2019년 가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여러 종이 거래됐었다. 그러나 일단 그 시장과 관련된 시민들이 코로나19에 걸리면 경찰은 시장을 봉쇄하고 소독했고 이는 과학자들이 바이러스의 잠재적인 중간 동물 숙주를 식별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올해 발표된 논문 2편은 박쥐가 너구리 등 야생 동물을 감염시켜 대유행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들 동물들은 당시 우한 시장에서 판매된 종들이다.

이 보고서는 야생 동물 농장과 동물 시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혈액 샘플과 초기 바이러스 샘플의 게놈 데이터를 연구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전 WHO 팀도 비슷한 연구를 제안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도 지난 2월 중국 관리들에게 실험실 유출 가능성뿐만 아니라 실험실 현황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는 편지를 두 차례 보냈지만 중국을 설득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중국에서 일부 정보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주 중국 연구원들은 2020년 1월 우한 지역에서 수집된 너구리 개와 박쥐에 대한 작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5마리의 너구리에서 연구원들은 개를 감염시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원들은 334마리의 박쥐에서 바이러스들이 혼재된 것으로 보이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발견했는데 일부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일으킨 것과 관련이 있고 다른 일부는 2003년에 사스를 일으킨 것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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