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보로디얀카에서 한 남성이 러시아군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키이우는 현재도 러시아군의 장거리 로켓의 공격을 받고 있다. (출처: 뉴시스)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보로디얀카에서 한 남성이 러시아군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키이우는 현재도 러시아군의 장거리 로켓의 공격을 받고 있다. (출처: 뉴시스)

우크라 “러 대형 군부대 파괴”

“러 비유도탄 사용, 민간인 피해”

양국 모두 “막대한 사상자 냈다”

美 무기조달에 러 “쉽게 대처”

[천지일보=이솜 기자]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루한스크주·도네츠크주) 지역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의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다.

양국은 4일(현지시간) 루한스크주 지역의 마지막 주요 도시인 세베로도네츠크 전투에서 서로 결정적인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고위관리는 또한 우크라이나 동부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 침공군을 진압하는 이정표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텔레그램에 지난 몇 주 동안 러시아 대형 군부대 대부분이 격전 중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예르막 비서실장의 주장은 전쟁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한 한 러시아 군사 블로거의 논평으로 뒷받침됐다. 블로거는 러시아군의 무능한 지휘관들이 이지움시 인근 산림 지역에서 전투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는 아직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지난주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러시아군이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뱐스크를 공격하기 위해 전략도시 이지움을 기지로 삼고 있으며 이 주변 숲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최신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공중 공격과 포병 공격을 결합해 압도적 화력을 발휘한 것이 최근 돈바스 지역에서 전술적 성공을 거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원거리 타격 의존을 하며 정밀유도탄 재고가 고갈됐고 무유도탄 사용 증가로 부수적 피해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에 있는 오데사에서도 러시아군이 공습했다고 관계자가 텔레그램에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창고가 있는 농경지를 공격해 2명이 부상을 입었다.

5일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수도인 키이우에서 여러 차례 폭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도시는 러시아군이 이곳을 점령하려는 노력을 끝낸 후 최근 몇 주 동안 비교적 평온했으나 여전히 장거리 로켓의 공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군은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의 증원군, 식량, 의약품 이동을 막기 위해 세베로도네츠크로 가는 마지막 남은 다리를 계속 목표로 삼고 있다. 러시아의 공격 강도와 세베로도네츠크에 대한 러시아 증원군의 빈도는 도시가 곧 함락될 것이라는 예측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주 주지사는 “우크라이나군이 잃어버린 영토의 20%를 탈환했다며 앞으로 2주 내 도시가 함락된다는 전망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이 작은 공업도시 전투에서 막대한 사상자를 냈다고 주장하는데, 군사 전문가들은 이 전투로 어느 쪽이 향후 수개월 동안 장기간의 소모전을 벌일 여력이 있는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봤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이날 “전쟁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빠르면 올해 안에 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밝혔다.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의료구조대 보안요원이 무기를 관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의료구조대 보안요원이 무기를 관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마크롱 “러 굴욕 주면 안돼” 논란

러시아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3일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미 성취한 것 중 일부는 국제적 고립과 서방 동맹의 공고화였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핀란드의 사나 마린 총리를 만나 군사 동맹에 대한 지원을 논의했다. 이날 미국 와스프급 강습상륙함인 USS 키어사지는 전투기 26대와 해병대원 2400명 등을 태운 채 스웨덴 스톡홀름에 정박했다. 이는 나토 회원국이 스웨덴과 핀란드를 보호한다는 상징이다.

러시아는 최근 미국과 영국 등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첨단 미사일 시스템 등에 대해 “불 위에 기름 퍼붓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RIA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미국의 무기 체계에 쉽게 대처하고 있으며 무기 체계 수십개를 파괴했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에 굴욕을 줘선 안 된다”고 요구한 데 대해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와 세계 최고 협상가로 자리매김하려는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멈추는 날에 외교적인 채널로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며 “러시아와 외교적 통로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굴욕감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양국을 중재하는 나라가 되는 게 프랑스의 역할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의 굴욕을 피하자는 요구는 프랑스와 이를 요구하는 모든 나라들을 모욕할 뿐”이라며 “우리는 모두 러시아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데 집중하는 게 낫다. 그래야 평화를 가져오고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평화협상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은 이날 국영TV를 통해 마크롱 대통령의 중재 제의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무기를 전량 공급받기 전까지는, 우리의 위치를 강화하기 전까지는, 우리가 그들(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가능한 한 멀리 밀어내기 전까지는 협상은 의미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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