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돌출 무대로 나와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2.5.10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돌출 무대로 나와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2.5.10

공수처 겹쳐 文 이후 명맥만

가족·측근 수사 검경 맡을까

“수사기관, 측근 손 못댈 것

역대 제대로 수사한 적 없어”

尹, 사정 정보 수집 선 그어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직무가 겹치는 특별감찰관의 재가동이냐 폐지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무성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감찰관을 임명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특별감찰관 폐지가 공식화하면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에서도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들 부정부패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비서실 수석비서관급 이상의 공무원을 감찰하는 독립기구로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처음 도입됐다. 검찰·경찰이 핵심 사정기관 역할을 해온 민정수석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별도의 독립적인 감찰관을 둬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이후로는 공수처와 직무가 겹친다는 이유로 사실상 사문화됐다. 지난 2016년 9월 특별감찰관 사직 이후 현재까지 공석인 상태에다가 특별감찰반도 운영지원팀 3명만 근무하며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공수처의 인력과 조직 규모가 한계가 있는 만큼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고위공무원들의 비리를 견제하고 방지하도록 특별감찰관을 재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공수처나 검찰·경찰이 그동안 수사 기능을 갖고 있었지만 역대 정부에서 청와대를 상대로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된 적이 단 한번도 없다”며 “공수처가 규모 면에서 한계가 있어 관할 사건도 제대로 수사 못 하고 있는 지금 특별감찰관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의 압력에 가장 대차게 저항하면서 수사를 강행했던 사람이 아마 윤 대통령 본인일 텐데 그 경우조차 청와대에 대해 제대로 하진 못했다”며 “대통령이 임명한 기관에서 청와대에 대한 수사나 감찰을 한다는 게 그만큼이나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특별감찰관은 존재 자체로도 견제가 된다. 일단 대통령실 내에 상주하면서 내부 문제들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무언가를 하기 이전에 ‘감찰관이 있으니 함부로 하면 안 된다’라는 경고적 의미를 상당히 크게 갖는다”며 특별감찰관 부활에 힘을 실었다.

대통령실 견제약화 우려뿐 아니라 공약 파기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과거 임기 내내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밟지 않은 문재인 정부에 감찰관 임명을 요구해왔다. 일부 인사들은 윤 대통령 취임 후 제도 부활을 공약 사항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광화문 청사로 옮겨 집무를 보겠다고 했다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데 이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윤 대통령 측이 후보 시절에 감찰을 두겠다고 약속을 한 적이 있는 만큼 여러 가지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핵심 사정기관 역할을 해온 민정수석실을 폐지했기에 특별감찰관도 더 이상 효용성이 없다는 주장으로 이번 논란을 정면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대통령실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혐의가 나올 시 특별감찰관 없이도 각 수사 기관별 시스템에 따라 수사하면 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대통령이 초법적 권한을 휘두른 배경에는 민정수석실의 패악이 있어 특별감찰관이 필요했지만, 민정수석을 비롯한 민정비서관과 반부패비서관 등 관련 직제를 모두 폐지한 지금 그 효용을 다했다는 논리다. 오히려 직제를 모두 없애면서 검찰·경찰이 대통령 친인척 수사에 직접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를 대변하듯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는 사정 핵심기관 역할을 해온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한동훈 직속 인사검증조직인 ‘인사정보관리단’ 출범을 예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미국식 표준’을 강조하고 사정 정보 수집에 재차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용산 청사에선 “미국이 하는 것처럼 대통령 비서실에서 특정 사람에 대한 비위나 정보를 캐는 것은 안 하는 게 맞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모습. (출처: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모습.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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