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민희 기자]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독여민회 등 18개 단체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6주기’를 추모하는 연합예배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2.5.26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독여민회 등 18개 단체들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6주기’를 추모하는 연합예배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2.5.26

18개 단체 모여 연합예배

“맹렬한 분노로 외칩니다”

붉은 천 파도타기 연출도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주님, 우리가 여기 함께 모였습니다. 너무나도 견고해서 영영 부서지지 않을 것만 같은 가부장제와 성차별, 우리의 언어를 삼켜버리는 백래시(backlash,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 자주 은폐되고 없던 일로 치부되는 성폭력, 이 모든 것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가 새로운 힘으로 서로를 지탱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지난 2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는 검은색 배경에 붉은색 글씨로 ‘우리가 맹렬한 분노로 외치나니’라고 쓴 현수막과 함께 예배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 모인 50명 남짓한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으로 남성도 간혹 눈에 띄었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손에 붉은색 천을 들고 있었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6주기를 맞은 이날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독여민회 등 18개 단체는 이 사건을 추모하며 여성주의 연합예배를 열었다.

타종과 함께 예배를 준비하는 기도가 시작됐다. “주께서 친히 켜주시고 밝혀주시는 불씨들이 맹렬한 분노를 외치며 진실·정의·연대의 불길로 일어나길 바랍니다. 불 앞에서 초가 녹듯 하나님 앞에서 악인들이 녹습니다. 이 시간 불의·폭력·차별로 이어지는 모든 것을 우리의 분노의 외침과 함께 녹여주시는 하나님 앞에 나아갑니다.”

예배 참석자와 함께하는 기도 순서가 이어졌다. 한국YWCA연합회 유에스더씨는 “젠더 갈등이라는 이름으로 균형을 맞춘다며 성차별의 현실을 은폐하는 이들에게 화가 난다”며 “페미니즘을 여성우월주의로 왜곡하고 약자들의 언어를 훔쳐 가 정의로운 척하는 이들의 교만이 하늘을 찌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참석자들은 “주님, 내가 맹렬한 분노에 사로잡혔나이다”라고 답하며 붉은 천을 흔들고 손뼉을 치는 등 호응했다.

예배 중간중간 붉은색 천으로 파도타기가 연출됐다. 마지막 순서에 이르자 예배 참석자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커다란 원을 만들었다. 이들은 ‘여성 평등’에 대한 바람을 담아 개사한 찬양에 맞춰 좌우로 움직였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독여민회 등 18개 단체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6주기’를 추모하는 연합예배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2.5.26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독여민회 등 18개 단체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6주기’를 추모하는 연합예배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2.5.26

이날 예배에 참석한 이민지(29, 여) 전도사는 “강남역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해 화가 난 상태로 왔다”며 “막상 와서 참석해보니 여성이 평등한 세상을 위해 따뜻한 예배를 준비해주셔서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밝혔다.

한 남성 참석자는 “여성 혐오 범죄는 사회 현상이지만, 종교계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은 지난 2016년 5월 17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소재의 노래방 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불특정한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가해자는 피해망상·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아 총 6차례 정신과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다. 이 사건으로 가해자는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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