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BBC가 공개한 신장웨이우얼자치구 경찰 컴퓨터 서버에서 해킹된 자료 중 구금된 위구르인들의 사진. (출처: BBC 홈페이지)
23일(현지시간) BBC가 공개한 신장웨이우얼자치구 경찰 컴퓨터 서버에서 해킹된 자료 중 구금된 위구르인들의 사진. (출처: BBC 홈페이지)

BBC, 집단수용소 내부자료 대거 입수

[천지일보=이솜 기자] 중국 정부가 신장 지역의 이슬람 소수민족 위구르를 없애기 위해 강제수용소를 운영했다는 의혹에 대한 새 증거가 포착됐다고 영국 BBC방송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경찰 컴퓨터 서버에서 해킹된 자료들로, 2018년 1월부터 7월 사이에 촬영된 위구르인 사진 5천여장이 담겼다. BBC는 이 파일을 올해 초 넘겨받고 몇 달간 전문가들과 진위 확인 거친 결과 진본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유럽과 미국에 살고 있는 위구르인들 중 고향인 신장에서 실종된 친척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물었고 이들 중 여러명이 자료에 있는 구금자들로 확인돼 이 자료가 확실한 증거가 됐다고 BBC는 설명했다.

BBC는 이 자료가 중국이 재교육 수용소를 정식 교도소와 분리해 운영하지만 위구르족 집단 구금 시스템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전례 없이 상세하게 드러내며 이 두 시스템에 대중적인 이야기에 대해 심각하게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이 자료와 다른 첨부 자료를 인용해 BBC는 사진에 나온 위구르인 중 최소 2884명이 구금된 것으로 추정했다.

자료는 대부분 위구르어로 코나셰허 또는 중국어로 수푸로 알려진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카스지구에 있는 현과 관련이 있다. 이 한 현에서만 2017~2018년 성인 인구의 12%가 넘는 2만 2762명이 수용소 또는 교도소로 보내졌다. 만약 이 수치가 신장 지역 전체에 적용된다면 120만명 이상이 구금됐다는 것으로, 앞서 신장 문제 전문가들의 추정치와도 비슷하다.

BBC는 재교육 수용소가 ‘학교’에 불과하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과 배치되는 증거들이 있다고 전했다. 위구르인들이 구금된 이유는 민감한 국가 방문, 이슬람 신앙 표출, 가족사에 폭력 가능성 등 불합리해 보였으며 자료 사진에서는 곤봉 등으로 무장한 경찰이 위구르인 옆에서 대기하는 모습도 담겼다. 물리적인 힘의 위협이 보인다는 설명이다.

가장 어린 수감자인 라힐 오머는 구금 당시 15세였으며 최고령 구금자인 아니한 하밋은 73세였다.

앞서 왕이 외교부장은 2019년 “신장에 있는 교육훈련센터는 사람들이 극단주의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돕는 학교”라고 주장한 바 있다.

자료에는 수용소 관리를 위한 경찰 지침 등도 포함됐는데 여기에는 무장 경찰의 일상적 근무, 감시탑에 기관총과 저격총 배치, 탈출을 시도하는 모든 구금자들에 대한 총격 살해 정책이 담겼다.

수용소 또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든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눈가리개, 수갑, 쇠고랑을 차야했다.

수십년 동안 신장은 분리주의, 산발적인 폭력, 정부의 통제 강화의 순환을 보여 왔다. 그러나 2013년, 2014년 위구르 분리주의자들과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이 베이징과 중국 남부 쿤밍에서 공격을 벌인 후 정부의 정책은 극적으로 변했다.

국가는 위구르 문화 자체를 문제로 여겼고 몇 년 내 거대한 수용소 수백개가 위성 사진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위구르인들은 수용소에 어떤 재판도 없이 보내졌다.

작년 12월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 중국 정부의 위구르인 인권 침해를 항의하는 시위대가 플래카드와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작년 12월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 중국 정부의 위구르인 인권 침해를 항의하는 시위대가 플래카드와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7년 전 이슬람경전 공부했다고 10년형 선고”

한편 신장의 교도소 시스템은 위구르인을 통제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확장됐다. 452개의 스프레드시트에 25만명이 넘는 위구르인들의 이름, 주소, ID 번호 등이 노출돼 있었으며 이들 중 누가 구금됐고 어떤 유형의 시설에 왜 구금됐는지도 기록돼 있다.

이 자료에 있는 사진들은 어린 아이들부터 노인들까지 모든 지역사회를 보여주며 위구르인들의 얼굴 인식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당국은 한밤중까지 매 시간마다 이들을 경찰서로 불러 얼굴 사진을 찍었다.

이에 따라 수년 전 또는 수십 년 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처벌받는 위구르인들의 수도 셀 수 없이 많았다. 한 남성은 2010년에 할머니와 함께 이슬람 경전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2017년에 10년형을 받았다. ‘싸움을 걸었다’ ‘사회 질서를 어지럽혔다’ 등이 테러 행위로 간주돼 7년, 10년, 25년형을 선고받은 위구르인들도 다수다.

2018년 경찰에 사진을 찍힌 지 5개월 만에 투르순 메메티민과 아내 아시굴 투르훈은 6년 전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로 ‘불법 강의 녹취록’을 들었다는 이유로 교도소에 보내졌다. 경찰 자료에는 부모가 실종됐을 당시 10살과 6살이었던 아이들의 사진도 있었다.

투르순 카디르(58)의 스프레드시트 항목에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이슬람 경전에 대한 설교와 연구가 나열돼 있으며 최근에는 ‘종교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아 수염을 기른 것’이라는 죄목이 표기됐다. 이 때문에 그는 16년 11개월형을 받았다.

BBC는 해킹된 자료에 대해 중국 정부에 의견을 묻고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중국대사관에게서 답변을 받았다. 대사관은 “신장 관련 이슈는 본질적으로 폭력 테러, 급진화, 분리주의에 대항하는 것이지 인권이나 종교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중국 당국은 결단적이고 강력하며 효과적인 탈극단주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지역은 이제 경제적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적 안정과 조화를 누리고 있다”며 “이런 결과가 신장에 대한 모든 종류의 거짓말과 허위 정보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응을 제공한다”고 답했다.

BBC는 이번 자료에 신장 정책 배후에 있는 당 고위 관리들의 많은 연설이 담겼다며 이는 책임이 궁극적으로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가장 명확한 증거들 중 일부라고 전했다.

2018년 6월 신장을 방문한 자오커즈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이 비공개로 서명하고 전달한 연설에서 그는 신장 남부에서만 최소 200만명이 ‘극단적 사상’에 감염돼 있다고 시사했다.

최근까지 신장의 강경 당서기였던 천취앙궈의 2017년 비공개 연설도 있다. 그는 군과 경찰 고위 간부들에게 “일부(위구르인)에게는 재교육 5년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일단 그들(위구르인)이 나가면 문제들이 다시 발생할 것이다. 이것이 신장의 현실” 등의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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