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지난 19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를 찾아 발언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의 담임은 전광훈 목사다. (출처:너알아TV 캡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지난 19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를 찾아 발언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의 담임은 전광훈 목사다. (출처:너알아TV 캡처)

윤상현 안상수 등 전광훈에

“구원자“ ”애국자“ 등 칭송

극우 세력 표심 노리는 행보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선거를 앞둔 국민의힘 등 보수 정당 의원과 보수 성향 선거 후보들이 전광훈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사랑제일교회에 방문하거나 전 목사가 주최하는 집회에 참석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교회 강단에 선 정치인들은 전 목사를 치켜세우며 동조하는 발언을 해 성도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는다. 극우 진영에서 ‘선지자’로 불릴 정도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전 목사를 연결고리 삼아 보수 지지층을 확보하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광훈 목사님은 자주 찾아 뵙고 인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대한민국 자유 민주주의 자유 통일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헌신 봉사하는 애국 목사입니다.”

전광훈 목사가 운영하는 너알아TV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지난 19일 사랑제일교회를 찾아 전 목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이 크리스천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하나님과 성경을 알아야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하기 위해선 정치의 비밀과 열쇠가 하나님 말씀 속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5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 교체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이 자리에 계신 존경하는 전광훈 목사님, 또 여러 목사님, 성도님들, 애국시민 여러분, 해외에 계신 동포 지도자 여러분의 노력과 열정의 산물”이라며 “대한민국의 역사는 반드시 여러분들의 공로를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지방선거를 10일여 앞둔 시점에서 집권 여당 소속 현역 의원이 특정 교회를 방문해 이같이 발언한 것은 전광훈 목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극우 세력에게 표심을 구애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윤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에서 6.1재보선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비슷한 장면은 지난 1월에도 있었다. 당시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인천 선대위 총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해 교인들 앞에서 전 목사를 향해 “하나님이 내려주신 대한민국의 구원자”라고 발언했다. 그는 “70년전 이승만 박사가 자유 자본주의로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박정희 대통령이 한강의 기적으로 3만불 소득까지 일으키는 속에서 대한민국의 DNA를 파괴하려는 집단들이 있는데 가장 최전선에서 막고 있는 목사님은 목회자면서 우리의 지도자”라며 전 목사를 적극 칭송했다.

뿐만 아니라 전 목사가 공언하고 있는 세계기독청의 유치를 자신이 적극 돕겠다면서 당시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안 전 시장은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선 우리 윤 후보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며 “저는 총괄 선대위원장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된다. 반드시 기도를 해주시고 이후에는 제가 목사님 모시고 세계 기독청에 대해서 반드시 아주 짧은 기간 내에 여러분에게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자신을 보수 개신교 대표자로 소개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갈구해왔다. 2008년부터 정당을 창당하며 노골적으로 정치적 야욕을 드러냈다. 이런 그는 과거부터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땐 “박근혜 대통령 혼자 사과할 일이 아니라 노무현·김대중 대통령 때 이 모든 일이 다 진행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가 하면 8.15 광복절을 건국절이라 주장하며 ‘건국 대통령 이승만’이라는 영화의 영화제작추진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1대 총선에서는 범우파의 승리를 위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황교안 전 대표와 손잡고 정교유착 행보를 보였다. 특히 황 전 대표를 향해 “이승만, 박정희를 잇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아낌없는 애정을 나타냈다.

201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 대표회장 취임 이후에는 기독교 입국론을 주장하며 한기총의 이름으로 본격적 정치적 행보를 이어갔다. 매주 그가 광화문에서 주도하는 집회엔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었고 급기야 청와대에 진격해 목숨을 내놓으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순국결사대’까지 만들었다.

전 목사의 영향력이 커지자 정치권도 전 씨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황교안 전 대표와 미래통합당은 전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 참석해 동조 발언을 하는가 하면 김문수 전 의원이나 김무성 전 의원은 개종까지 하며 전 목사와의 친분을 유지했다.

‘이명박과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등 전 목사가 종종 단에서 자랑처럼 하는 말은 그가 얼마나 정치에 개입했는지 보여준다.

전 목사는 윤 대통령 취임식 직전에도 집회를 열고 윤 대통령을 향해 자신의 지지를 무시해선 안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 7일 집회에서 그는 “윤석열을 찍었던 48%가 왜41%로 반대로 떨어졌나 딱 하나다”며 “이명박과 박근혜 같은 짓을 했기 때문이다. 뭐냐 우리가 대통령 만들어 놓으니까 결국은 지들끼리 해 쳐먹으려고 이것 때문에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 누가 장관으로 임명해야 하느냐, 누가 차관해야 하느냐, 누가 기관장해야 하느냐 원리는 딱 하나밖에 없다. 조국을 위해 감방 갔다 온 사람을 임명하라”고 말했다.

신과 교리에 바탕해 진리와 평화를 추구해야 할 종교가 현실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편을 드는 행위는 신앙의 순수성을 잃은 ‘타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전 의원은 한겨레 기고글을 통해 “4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발견한 사실 하나는 대한민국 정치에서 종교는 결코 신앙과 믿음의 영역이 아니라 표와 지지를 얻는 ‘행사장’이자 표밭‘이라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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