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접견실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제공: 대통령실, 출처: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접견실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제공: 대통령실, 출처: 뉴시스)

북핵 등 대북 기조 되풀이

北도발 가능성 더욱 높아져

중러 반대로 유엔 안보리 무력

北행보 마땅히 제어 기제 없어

IDEF 가입 공식화… 中반발 예상
지나치게 中견제 기울어 지적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미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가진 첫 정상회담에서 내놓은 대북 해법은 원칙적인 입장의 반복이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인데, 남북‧북미 간 강 대 강 대치로 한동안 한반도의 긴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울러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넘어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의 강화‧확대는 한편으론 대중국 견제에 방점이 찍히는 등 한중관계에 부담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여 또 다른 외교적 숙제가 될 전망이다.

◆한미, 여전히 北에 대화 손짓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과의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길이 여전히 열려있다”면서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대화 테이블에 나설 것을 강조했지만 대북 접근법은 원칙론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담대한 계획’, 즉 경제적 보상을 당근으로 제시하며 북한을 비핵화 협상의 장으로 이끌겠다는 대북정책 기조를 되풀이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남북협력에 대해 지지한다고만 했다

대신 대북 억지력에 치중해 축소된 한미 연합훈련을 확대하고, 유사시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 가능성 등을 열어놨다. 이는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내용들이어서 남북‧북미 간 경색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다만 두 정상은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말로 북한에 대한 자극을 줄이는 표현을 공동성명에 담았다. 그간 한미 간에는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문구를 혼용해 사용해 왔다.

게다가 유엔 무대에서의 대북 압박을 이어가겠다고도 했다. 두 정상은 북한에 유엔 안보리 결의상의 의무 및 기존 약속과 합의를 준수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가 사실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마땅히 제어할만한 기제가 없다.

북한이 꺼리는 인권 문제도 우려를 나타냈는데, 일각에선 괜히 북한만 자극한 꼴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편 미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전략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라진 모습에 주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화려한 외교’와는 거리가 멀고, 대신 바이든 정부 관리들은 지속적인 외교 관계를 통해 비핵화를 향한 점진적인 진전을 추구하는 등 소위 ‘실용적인 접근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골자다.

국방부가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으로 미뤘던 연례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와 독수리(FE) 연습을 다음 달 1일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한 20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미 공군 F-16 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 2018.3.20 (출처: 연합뉴스)
국방부가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으로 미뤘던 연례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와 독수리(FE) 연습을 다음 달 1일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한 20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미 공군 F-16 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 2018.3.20 (출처: 연합뉴스)

◆한미, 경제·기술동맹 확장 성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로 전통적인 군사동맹 관계를 넘어 경제 안보와 기술동맹으로 동맹 관계를 강화‧확대했다는 점이 꼽힌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까지 한미동맹을 확장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다만 대중국 견제 성격이 짙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 등 지나치게 미국 주도의 전략에 기우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중국의 강력 반발 등 향후 한중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역내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인 한미동맹은 민주주의, 경제,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인 양국의 중추적 역할을 반영해 한반도를 훨씬 넘어 성장해 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공동성명에서는 경제안보와 기술로 넓혀진 한미동맹 비전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액션 플랜에 접근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두 정상이 반도체, 배터리, 원자력, 우주개발 등 경제안보 성격으로 격상된 산업분야에서의 협력과 역내 경제질서 구축을 위한 협력 강화에 합의한 것이 대표적인데 이를 위해 양측은 국가안보실 간 경제안보 대화 출범, 공급망 촉진을 논의하는 정례적인 장관급 공급망·산업대화 설치 등에 나서기로 했다.

물론 이전의 한미 간 대화 채널은 협력보다는 되려 발목을 잡은 경우가 많아 벌써부터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현실이다. 일례로 남북 경제협력 조율을 위해 설치됐던 한미워킹그룹을 생각하면 쉽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당시 미측의 사사건건 간섭으로 타미플루라는 약제 한알도 북한에 공급하지 못한 사실도 있다. 

윤 정부가 IPEF에 참여하기로 한 것 또한 주목할만하다. IPEF는 역내 공급망 동맹으로 한국은 출범 멤버로 무역, 공급망, 인프라·청정에너지·탈탄소, 조세·반부패 등 IPEF 4개 분야의 구체적 내용을 만들어 가는 데 초기부터 참여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 등 중국이 예민해하는 부분을 다시 한 번 거론하며 새롭게 출범하는 IPEF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윤 대통령은 IPEF 참여 의사를 공식화하며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호응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남중국해 문제와 대만해협 등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주장해온 사안도 공동성명에 담겼고, 이를 위해 한미일 협력을 증진하겠다고도 했다. 두 정상이 대만해협을 넘어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개입을 확인하고, 중국을 겨냥해 제3국 대응에 대한 한미일 3국체제까지 합의한 것이다. 일부에선 이번 정상회담이 북중러 대 한중일 구도를 더욱 심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앤드루스공군기지=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한국과 일본 순방을 위해 전용기에 탑승하면서 인사하고 있다.
[앤드루스공군기지=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한국과 일본 순방을 위해 전용기에 탑승하면서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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