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 ⓒ천지일보DB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 ⓒ천지일보DB

윤 정부 두 번째 인사 실패

동성애혐오 등 과거발언 논란

전광훈 창간 신문 논설위원

종교계 일각 편향 우려 나와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대변인실이 지난 13일 “김성회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이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자진 사퇴한다”고 밝혔다. 김 비서관이 동성애 혐오와 위안부 피해자 비하 발언 등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지 사흘 만이다. 자진사퇴 모양새를 취했으나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사실상의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야권의 해임 요구가 이어졌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컸다. 무엇보다 종교다문화 여성 소수자를 비롯해 사회각층에서 해임요구가 쏟아지는 등 국민 사이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면서 사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종교다문화비서관’은 윤석열 정부가 종교계와의 소통을 늘리고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는 다문화 관련 업무를 챙기기 위해 신설한 자리다. 이 자리에 임명된 김 비서관은 동성애 혐오와 위안부 피해자 비하 발언 등 과거 각종 망언과 자신이 운영한 사단법인 후원금 유용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비서관은 2019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신병의 일종으로 생각한다”고 글을 쓰고, 페이스북 댓글로 한 네티즌과 설전을 벌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를 “밀린 화대라도 받아내라는 말이냐”고 했다가 페이스북으로부터 활동 중단 조치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 3월에는 ‘제3의 길’이라는 사이트에 ‘조선시대 절반의 여성이 성노리개였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비서관이 대표인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와 산하의 레인보우합창단을 둘러싸고 돈 유용 의혹도 나왔다. 센터가 2016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김 비서관의 대학병원 의료비와 합창단장의 한의원·피부과 비용으로 150만여원을 사용한 사실이 방송통신위원회 점검으로 적발됐다. 개인 차량 구입비 할부금 등으로 약 440만원을 센터가 대납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김 비서관이 사랑제일교회 담임이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창간한 극우 성향 신문 자유일보 논설위원을 지냈다는 사실에 종교계에선 편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전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활동할 당시 불교, 원불교, 개신교, 가톨릭, 유교, 천도교, 민족종교의 7개 종교대표가 소통과 화합의 취지로 1997년 결성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의 활동에 참여치 않고 오히려 “우상을 숭배하는 다른 종교인과 연합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종교계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이 때문에 종교계 일각에서는 김 비서관이 종교다문화비서관에 임명되자 “이런 인물이 소통이 되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해졌다.

또 김 비서관은 자유일보에 윤 당선인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 관련 칼럼을 수차례 작성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 신문의 칼럼에서 “김 대표는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스타일”이라며 “윤석열이라는 왕자에게 선택받은 신데렐라 김건희가 아니라, 윤석열을 대선 후보 반열에 올려 세운 평강공주 김건희였다”고 치켜세웠다.

김 비서관의 자진사퇴는 사회 각계에서 부정적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종교계에서도 김 비서관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종교간대화위원회는 성명을 내 “윤석열 정부에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김 비서관 임명을 즉각 철회하라”며 “김 비서관은 국가 차원의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배상금 문제를 성매매 대가로 지불하는 ‘화대’로 비하하고 동성애를 정신병이라고 말하는 등 대한민국 국가기관에서 국민 통합과 다양한 문화의 조화를 위해 일해야 하는 비서관으로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대승네트워크와 정의평화불교연대, 조계종 민주노조 등 불교계 단체들도 성명을 통해 “차별과 혐오 발언의 당사자인 김 비서관 임명을 철회하라”며 “우리 사회에는 다문화가정이 증가하고 있으며, 성·인종·종교·직업 등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처럼 차별적이고 근시안적이며 극단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팽배한 차별인식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에 잠식된 편견들을 없앨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종교다문화비서관으로서 부적격인 사람을 임명해 국민들에게 수치심과 모욕을 안겨준 인선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와 사과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김 비서관의 자진사퇴는 사실상의 경질로도 해석된다.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 심지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김 비서관을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자진사퇴를 권했다는 말도 있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 대통령과 회동하며 김 비서관 등 인사 논란이 장기화하는 것에 대한 당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같은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비서관은 자진사퇴에도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조선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규정한 내용이나 동성애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기존 자신의 입장에 대해 못 박았다. 일각에선 그가 “끝까지 반성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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