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학 아워홈 회장. (제공: 아워홈)
구자학 아워홈 명예회장. (제공: 아워홈)

구자학 아워홈 회장 ‘대한민국 산업 1세대’

군복무 시절 6.25전쟁 참전, 다수 훈장 받아

故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이숙희 씨와 결혼

해군사관학교 전역 후 산업 현장 발로 뛰어

아워홈 ‘글로벌 종합식품기업’ 반열 올려

[천지일보=조혜리 기자]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12일 별세한 부친 고(故) 구자학 아워홈 명예회장(향년 92세)에 대해 “경영자는 쉬지 않고 전진하는 DNA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오늘도 아버지한테 배운다”고 했다. 지난 2021년 구 부회장의 페이스북에 부친인 구 명예회장과 집무를 보고 있는 사진 2장을 올리고 이같이 말했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과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 모습. (출처: 구지은 부회장 페이스북)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과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 모습. (출처: 구지은 부회장 페이스북)

고(故) 구 명예회장은 1930년 7월 15일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해 소령으로 전역했다. 군복무 시절 6.25 전쟁에 참전했으며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 호국영웅기장 등 다수의 훈장을 수여 받았다.

1957년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셋째 딸인 이숙희씨와 결혼했다. 당시 두 대기업 가문의 결합으로 화제를 낳았다.

그는 6.25 참전을 한 해군사관학교 출신답게 한창 산업화가 진행되던 당시 ‘사업보국(事業報國 사업을 통해서 나라를 이롭게 한다)’ 일념으로 산업 불모지를 개척했다. 이후 구 회장은 10여년간 제일제당 이사와 호텔신라 사장 등을 지내며 삼성그룹에 몸을 담았다.

그러다 1969년 삼성이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LG(당시 금성)와 경쟁구도가 형성되자 구 명예회장은 LG그룹으로 돌아갔다. 그는 이후 럭키 대표이사, 금성사 사장, 럭키금성그룹 부회장, LG 반도체 회장, LG 엔지니어링 회장, LG건설 회장 등을 역임한 산업화 1세대다.

구 명예회장은 기업과 나라가 잘되려면 기술력만이 답이라며 “남이 하지 않는 것과 남이 못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가 걸어온 길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1981년 ‘국민치약’이라는 수식과 함께 국내 최초로 소염과 지혈성분이 함유된 잇몸질환을 예방하는 ‘페리오 치약’을 개발했다. 1983년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를 만들어 한국 화학산업의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1985년에는 화장품 ‘드봉’을 해외에 수출했다.

1989년 금성일렉트론에서는 세계 최초로 램버스 D램 반도체를 개발, 1995년 LG엔지니어링에서는 굴지의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국내 업계 최초로 일본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현재 LG의 근간이 된 주요사업의 시작과 중심에는 그가 있었다. 어느 공장을 가도 그의 손때가 묻지 않는 곳이 없었다.

이렇듯 LG에서 핵심사업의 기반을 다진 경영자가 LG유통에서 가장 작은 아워홈 사업부를 분사 독립할 때 주변에서 의아해 하던 일화는 유명하다. 역량에 비해 작은 규모의 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구 명예회장은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먹거리로 사업을 영위하는 식품기업은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감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지난 2000년 LG유통(現 GS리테일) FS사업부(푸드서비스 사업부)로부터 독립해 아워홈을 설립했다.

그가 회장으로 있던 21년간 아워홈은 LG, LS 그룹과 수의계약을 맺으며 국내를 대표하는 단체급식·식자재 유통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아워홈 매출은 설립 첫해 2125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조 7408억의 매출을 올렸다. 단체급식사업과 식재유통사업으로 시작한 아워홈은 현재 식품사업, 외식사업과 함께 기내식 사업, 호텔운영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났다. 그의 철학인 ‘국민 건강’을 최우선의 가치로 ‘드봉’과 ‘페리오’ 등 생활 브랜드 역시 ‘국민의 건강한 삶’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다.

와병에 들기 전 아워홈 경영 회의에서 구 명예회장은 요새 사람들의 신장이 커진 것을 보며 나름 아워홈이 공헌했다고 밝히며 “은퇴하면 경기도 양평에 작은 식당 하나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커져 버렸어요. 그동안 같이 고생한 우리 직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슬하에는 1남 3녀를 뒀다. 유족으로는 아내 이숙희씨와 아들 본성(아워홈 전 부회장), 딸 미현·명진·지은(아워홈 부회장)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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