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인 지난 8일 봉축법요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서 일부 개신교인들이 ‘예수전도축제’를 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2.5.11
부처님오신날인 지난 8일 봉축법요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서 일부 개신교인들이 ‘예수전도축제’를 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2.5.11

8일 조계사 앞 예수전도축제

대형 스피커 놓고 찬송·예배

“종교화합·통합에 도움 안 돼”

[천지일보=임혜지, 김민희 기자] ‘여호와를 경외하라!’

지난 8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봉축법요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대. 한 개신교 단체가 ‘복음이 대한민국을 살립니다’라는 현수막 아래 ‘예수전도축제’를 열고 있었다. ‘예수 믿으세요’라고 써진 선교용 노란 조끼를 입은 이들은 ‘대형 스피커’와 ‘십자가’를 놓고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를 했다. 

이웃종교의 경축일에 ‘개신교’라는 이름으로 훼방을 놓는 일부 교인들의 막무가내식 선·포교 활동이 올해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교계 일각에서는 개신교를 대표하는 단체나 지도자들이 일부의 일탈이라는 시각으로 종교화합을 해치는 행위를 방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부처님오신날 일부 개신교인들의 훼방은 지난해에도 큰 논란이 됐다. 작년 5월 19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이 진행 중인 조계사 인근에 10명의 개신교인이 우르르 몰려 찬송가를 부르거나 “여호와를 경외하라” 등 구호를 외치면서다. 

일부 교인은 아예 확성기를 들고 “하나님을 믿으세요. 회개하십시오” 등 소리를 지르며 불자들의 신앙활동을 방해했다. 조계사 관계자 등이 나와 이들을 말렸지만 장장 5시간 동안 ‘전도’라는 명목으로 행위를 지속했다. 

조계사뿐만 아니라 강남구 봉은사에서도 한 여성이 법당에 난입해 “스님을 만나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연행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창피하다” “남의 종교를 존중 못 하는 행위다” “한심하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불교계에서는 일부 개신교인의 무례가 도를 넘었다는 성토가 강하다. 불교계의 불만은 지난 2020년 경기도 남양주 수진사 방화 사건을 계기로 폭발하기도 했다.   

당시 방화범으로 붙잡힌 개신교인 여성은 방화 이전에도 수차례 사찰에 찾아와 불상에 돌을 던지고 승려와 신자들에게 “하나님 믿으세요”라고 말하며 전도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신의 계시를 받았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개신교에서는 이른바 ‘땅밟기’라고 부르는 행위다. 타 종교의 성지를 찾아 예배를 드린 후 정화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2010년에는 개신교 청년들이 봉은사와 대구 동화사 땅밟기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일었고, 이듬해에는 조계사에서 목사와 장로들이 “하나님 덕분에 쌀밥 먹고 사는 거야”라며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연행됐다. 2014년에는 인도의 불교 성지인 마하보디 사원에서 한국 대학생 세 명이 기타를 치며 찬송가를 부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가 제작한 ‘동화사 땅밟기’라는 제목의 동영상에는 지장보살상을 성경에서 말하는 사탄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출처: 해당 동영상 캡처)
대구기독교총연합회가 제작한 ‘동화사 땅밟기’라는 제목의 동영상에는 지장보살상을 성경에서 말하는 사탄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출처: 해당 동영상 캡처)
지난해 7월 인도 마하보디 사원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이 기타를 치면서 찬송가를 부르고 선교 기도를 하는 ‘땅밟기’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던 장면. (사진출처: 유튜브 해당 동영상 화면캡처)
지난해 7월 인도 마하보디 사원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이 기타를 치면서 찬송가를 부르고 선교 기도를 하는 ‘땅밟기’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던 장면. (사진출처: 유튜브 해당 동영상 화면캡처)

수진사 방화 사건을 계기로 대한불교조계종은 종교평화위원회(종교평화위) 명의 성명을 내고 개신교 전체를 향해 이례적으로 “폭력을 양산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목회자들을 향해서는 “반사회적 폭력 행위가 개신교 교리에 위배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공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 경찰과 검찰을 향해 “사찰 방화를 정신 이상이 있는 개인의 소행으로 치부하지 말고, 해당 교인이 소속된 교단에서 이와 같은 폭력행위를 사주하거나 독려하지는 않았는지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신교의 반응은 엇갈렸다. 

진보 성향 개신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신앙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웃 종교를 혐오하고 차별하며 그 상징을 훼손하는 행동이 근절돼야 한다”며 사죄한 반면, 보수 성향을 띄는 개신교 매체 ‘크리스천 투데이’는 당시 이 성명을 두고 “개인의 일탈이 높은데 사주, 독려까지 운운하는것은 지나쳤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화합과 상생을 강조하는 종교가, 되려 타 종교를 배척하고 피해를 주는 모습은 비종교인들의 반감을 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국민일보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독교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조사’에서 사람들이 기독교를 대표하는 핵심 단어로 유일하게 꼽은 것은 ‘배타적’이었다. 이 외 ‘물질적’ ‘위선적’ ‘이기적’ ‘세속적’ 등 종교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단어들도 분포됐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종교 호감도를 묻는 질문에서 ‘기독교에 호감이 있다’고 답한 건 25.3%에 불과했다. 천주교(65.4%)와 불교(66.3%) 호감도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적은 수치다.

교계 일각에선 특정 신자의 ‘일탈’로 볼 것이 아닌 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한다면 앞으로도 똑같은 상황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다. 

바른불교재가모임 백도영 연구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교단에서도 통제가 안 되고 나서주지 않으니 공권력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 외에는 딱히 해결할 방안이 현재로선 없다”며 “일부 개신교인들의 이런 행위가 계속된다면 종교 화합은 물론 사회 통합에도 많은 장애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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