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가운데)이 작년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 후 무명용사 묘역에서 열린 헌화식에 참석하고 있다. 러시아가 5월 9일에 기념하는 제2차 세계 대전에서의 나치 독일의 패배는 이 나라의 가장 중요한 기념일이다. 크렘린궁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면서 ‘신나치’를 소탕하기 위한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불렀다. (출처: 뉴시스)
푸틴 대통령(가운데)이 작년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 후 무명용사 묘역에서 열린 헌화식에 참석하고 있다. 러시아가 5월 9일에 기념하는 제2차 세계 대전에서의 나치 독일의 패배는 이 나라의 가장 중요한 기념일이다. 크렘린궁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면서 ‘신나치’를 소탕하기 위한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불렀다. (출처: 뉴시스)

9일 러 2차대전 승리 기념일

푸틴 대내외 선전 이용 전망

전면전·총동원령 러 부인

“동부 조기승리, 안전한 선택”

[천지일보=이솜 기자]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의 군대가 전쟁이 아닌 ‘특별 군사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 작전이 변경될 수 있다는 추측이 커졌다. 서방 정부 관계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상징적인 날인 오는 9일 우크라이나에 공식적으로 선전포고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한 승리를 선언한다거나 동·남부 점령지 합병 선언 가능성도 점쳐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최근 만났을 때 러시아가 이날 종전을 선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전면전 선언 등의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결국 모든 것은 9일이 돼 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앞서 침공 계획도 부인해왔다.

러시아 내에서 ‘승리의 날’로 알려진 5월 9일은 1945년 세계 2차대전 승전 기념일이자 나치의 패배를 기념하는 전승절이다. 모스크바에서 열병식이 열리며 러시아 지도자들은 전통적으로 붉은 광장에 있는 러시아 공산주의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무덤 앞에 서서 이를 관람한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러시아 28개 도시에서 군사 퍼레이드가 열리며 6만 5천여명의 인력과 항공기 460여대가 동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채텀하우스 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임스 닉시는 4일(현지시간) CNN방송에 “5월 9일은 국내 군중들에게 과시하고, 반대파를 위협하며, 그 시대의 독재자를 기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방 관계자들은 오랫동안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적 성과나 주요 전투의 격화를 발표하기 위해 이 날의 상징적인 의미와 선전 가치를 이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기념일의 상징성을 중시 여기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침공 또한 ‘조국 수호의 날(2월 23일)’ 다음날에 감행했다.

2019년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 대전 승리 74주년 전승절 열병식에서 러시아군이 행진하고 있다. 서방 일각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5월 9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진행 중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총동원을 발표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고 예상하는데, 러시아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출처: 뉴시스)
2019년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 대전 승리 74주년 전승절 열병식에서 러시아군이 행진하고 있다. 서방 일각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5월 9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진행 중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총동원을 발표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고 예상하는데, 러시아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출처: 뉴시스)

◆“전쟁 선포·계엄령 가능성도”

먼저 공식 전쟁 선전포고와 이에 따른 총동원령이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L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부르는 것을 전쟁으로 재정의하기 위해 이 기회를 이용할 것이라며 군사적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국가 총동원령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치 분석가 올레그 이그나토프는 “전면전 선포가 가장 어려운 시나리오”라며 “징집을 위해 총동원령을 내리는 것도 푸틴 정부에 큰 위험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닉시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전쟁 초기부터 최소 1만 5천명의 병사를 잃었고 우크라이나에서 목표를 달성하려면 군인 증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에 군사 동원을 하게 되면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획대로 되고 있지 않음을 인정하는 셈이니 푸틴 정부로써도 부담이 클 것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총동원령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 경제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이그나토프는 말했다.

많은 러시아인들에게 우크라이나에서의 ‘특별 군사 작전’은 여전히 먼 분쟁으로 느끼는 가운데 총동원령은 사회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독립 여론조사 기관인 레바다는 지난달 러시아인의 39%가 이 문제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러시아국제문제협의회의 안드레이 쿠투노프 국장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TV로 볼 때와는 별개”라며 “입대 통보를 받으면 그것은 또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그나토프는 “푸틴 대통령이 선전포고를 하지 않고서도 동원법을 제정할 수 있다”며 “계엄령을 내려 선거를 중단하고 권력을 더욱 집중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전면전 선포 추측에 대해 부인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면전 가능성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총동원령 발표 여부에 대해서도 “그럴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러시아군 토폴 M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대가 2019년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 대전 승리 74주년을 기념하는 전승절 열병식에서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가 5월 9일에 기념하는 제2차 세계 대전에서의 나치 독일의 패배는 이 나라의 가장 중요한 기념일이다. 크렘린궁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면서 ‘신나치’를 소탕하기 위한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불렀다. (출처: 뉴시스)
러시아군 토폴 M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대가 2019년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 대전 승리 74주년을 기념하는 전승절 열병식에서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가 5월 9일에 기념하는 제2차 세계 대전에서의 나치 독일의 패배는 이 나라의 가장 중요한 기념일이다. 크렘린궁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면서 ‘신나치’를 소탕하기 위한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불렀다. (출처: 뉴시스)

◆우크라 점령지서도 기념행사

만약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전승절을 기념하기 위해 다른 방안을 찾을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지역을 병합하거나 남쪽의 오데사를 대대적으로 밀어붙이거나, 남쪽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대한 완전한 점령을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남동부 도시 헤르손에서 ‘인민공화국’을 선포하고 합병할 계획을 세운다는 징후도 있다.

발레리 주사티 미국 캔자스대 러시아·동유럽·유라시아 연구센터 객원 조교수는 NYT에 푸틴 대통령이 ‘가장 안전한 선택’을 택할 것이라 전망하며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의 조기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그나토프는 “그(푸틴)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일부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지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이 날짜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러시아 대통령이 무엇을 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이그나토프는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9일 마리우폴 등 점령된 지역에서 러시아의 전승절 행사가 개최된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은 러시아인들이 마리우폴 중심가를 축하행사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시체들과 잔해들을 치우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관영 매체들이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투를 제2차 세계대전의 미완성 사건으로 묘사하고 있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5월 9일 연설을 통해 러시아인들에게 새로운 희생을 하도록 영감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일 “러시아가 선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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