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러시아 공사, 주이르쿠츠크 총영사, 주우즈베키스탄 공사 등을 역임한 러시아 전문가인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이 지난달 29일 천지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분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러시아 공사, 주이르쿠츠크 총영사, 주우즈베키스탄 공사 등을 역임한 러시아 전문가인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이 지난달 29일 천지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분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3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평가

“러 돈바스 점령·우크라 분단 전망”

“러 핵사용은 공멸… 최후의 카드”

“종전은 러 목표 달성 후 협상으로”

“戰後 세계 과거 냉전과는 다를 것”

“尹정부 한미 회담서 입장 주목”

“尹 나토 정상회의 참석시 韓 부담”

“전쟁 단순화 안돼… 형편 따져야”

[천지일보=이솜 기자] “영원한 동맹도 적도 없다. 우리의 국익이 영원할 뿐.” (19세기 영국 파머스턴 총리)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끝나면 국제질서가 재편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으로 나뉜 ‘신(新)냉전 체제’가 그것이다. 지난달 29일 천지일보가 만난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은 파머스턴 총리의 어록을 꺼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어느 한 편에만 서는 것이 국익에 맞겠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지금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과 사회주의로 양분되었던 세계정세와도 다르다. 많은 분야에서 각국이 얽혀 있는데다 어느 동맹에도 속하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국가도 수십년 전에 비해 훨씬 늘었다.

두 달을 훌쩍 넘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현재 양국이 전력으로 임하는 동부 돈바스 지역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전쟁은 어떤 모양으로 끝날까. 우리나라는 이런 복잡한 관계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나. 곧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서방과 러시아 사이 점점 복잡해지는 관계 속 어떤 입장을 취해야할까.

주러시아 공사, 주이르쿠츠크 총영사, 주우즈베키스탄 공사 등을 역임한 러시아 전문가 박 소장에게 분석을 들어봤다.

다음은 박 소장과 일문일답.

-러시아군이 돈바스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돈바스 전투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먼저 돈바스 전투의 배경을 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특수 군사작전을 선포했을 때 두 가지 목표를 들었다. 첫 번째는 우크라이나 내 신나치 세력 소탕, 둘째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다. 돈바스 전쟁은 첫 번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다민족 국가인데 2차 대전 나치 독일처럼 자국내 다른 민족을 공격하는 세력이 있고, 이들에 의해 2014년 내전 이래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에 대한 핍박이 인종청소라 할 정도로 거세지자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러시아계 주민들의 절박한 요청을 받아 군사적 조치를 결정한 것이다.

이것이 이번 군사작전의 최우선 목표였으니 우크라이나 전체까진 아니더라도 돈바스를 해방시키겠다는 목표에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일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승리를 거두고 있다고 하나 현재 러시아군의 점령지가 확대되고 있다. 남부 마리우폴도 점령이 됐고 돈바스 전 지역이 점령된다면 흑해로 나가는 출구를 러시아가 장악하게 돼 우크라이나가 내륙국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러시아 점령 지역과 나머지 지역으로 분단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돈바스에는 이미 친러 정권이 수립되었고 나머지 지역에서도 친러시아 지도자를 내세울 것으로 보이며 크림반도처럼 러시아 영토로 편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서방의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 평가

=제재는 별로 안 먹히는 듯하다. 이를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것은 루블화 가치의 반전이다. (CNN방송에 따르면 루블 환율은 이날 기준 1달러에 68루블을 기록했다. 지난 3월 7일 달러당 135루블에서 가치가 2배 상승해 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렇게 된 것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가스와 원유를 계속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가스와 원유는 파이프로 바로 보낼 수 있어 값이 저렴해 유럽국가들은 전쟁 중에도 원유와 가스를 산다.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러시아의 가스(PNG)를 대체할 수 있는 액화천연가스(LNG)를 도입하기 위한 인프라가 미비해 단기간에 러시아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출 수가 없는 형편이다. 여기에 푸틴 대통령이 에너지 대금을 루블로 지불하라고 하니 루블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우크라이나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서방의 지원 때문이다. 지금껏 방어 무기만을 지원했던 서방이 이제는 공격용 무기까지 포함해 군사원조를 대폭 늘리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러시아의 핵 위협과 실제 핵무기 사용 가능성

=푸틴 대통령이 한 발언은 ‘핵 위협’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고 핵 방어 태세를 점검하고 강화하라는 의미였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본다. 서방도 핵을 가지고 있는데, 러시아가 핵 공격을 하면 공멸한다는 점을 모르겠는가. (핵무기 사용은) 그야말로 최후의 카드라고 본다.

-평화협상 등 외교로 전쟁을 종식할 수 있을까

=결국엔 평화협상으로 전쟁이 끝나지 않을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할 때까지 작전을 지속하진 않을 듯하다. 러시아가 자기들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협상이 급진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최근 푸틴 대통령과 회담 후 러시아가 결심해야 이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속적으로 무기를 대주고 있어서 전쟁이 계속될 수 있다.

-전쟁 후 세계 외교나 안보 등 변화를 예측한다면

=세계가 민주주의 vs 권위주의 진영으로 나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명 신냉전이다. 물론 진영으로 나뉘긴 하겠지만 과거와 같은 냉전 구조로는 갈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다극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대러 제재에 동참하는 나라의 수가 실제로 압도적이진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 아프리카, 중남미 대륙에 서방 진영에 동조하지 않는 국가들이 많다. 대표적으로는 인도다.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미국·인도·일본·호주 안보협의체 쿼드에 속하면서도 러시아 제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전쟁으로 지난 수십년간 가속됐던, 경제적 측면에서의 세계화가 후퇴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러시아 공사, 주이르쿠츠크 총영사, 주우즈베키스탄 공사 등을 역임한 러시아 전문가인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이 지난달 29일 천지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분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러시아 공사, 주이르쿠츠크 총영사, 주우즈베키스탄 공사 등을 역임한 러시아 전문가인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이 지난달 29일 천지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분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3

-우리나라 대우크라이나, 대러시아 외교 평가와 제안

=각국이 형편이 다르다. 결국 많은 나라들이 국익에 따라 움직인다. 서방 진영 내에서도 나라마다 입장이 다르다. 미국의 경우 석유도 가스도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 소량 수입해왔던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금수 조치를 발표하면서 형편이 다른 나라에게도 압박하는 양상이다. 독일의 경우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게 되면 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돼 반우크라이나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 최근 5만명의 지식인들이 총리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말라고 공개청원을 내기도 했다. 지금 가장 러시아에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심각한 스캔들과 정치적 위기를 이번 사태를 통해 해소했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일본은 영토 문제로 전쟁 전부터 러시아와 대립 중이었기 때문에 제재에 있어서도 거리낌이 없으나 미국이나 영국과는 달리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차기 정부의 외교 행보가 주목된다. 이제까지는 대러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해 인도적인 지원과 일반적인 군수 지원에 머물고 살상무기 지원은 자제하고 있으나 차기 정부가 대외정책 특히 대미 외교 기조를 바꿈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반러시아 캠페인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궁금하다. 또한 우려되는 점은 다음달 말 스페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대통령의 참석 여부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아시아·태평양 4개국(AP4, 나토 비가입 파트너국: 일본,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의 일원으로 한국의 참여 가능성을 거론했다. 지난 4월 외교장관이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6월 정상회의에 대통령이 참석하게 된다면 한국은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나라에 대해 보복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설사 인도적 지원 및 전후 복구비용과 관련해 지원 규모를 대폭 늘리는 한이 있더라도 러시아와 척을 짓지 않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한미 동맹도 중요하나 전략적 측면에서 북방외교의 핵심대상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이 전쟁에 대해 알아야할 점이 있다면

=국제사회는 선과 악이 대결하는 장이 아니다. 단순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에 가장 분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지속적으로 무기를 대주고 있는 미국과 영국이 받는 우크라이나 난민 수를 보자. 600만명이 넘는 난민 중 영국은 고작 2만 7천명, 미국은 최대 10만명까지 수용하겠다고 했다. 인도주의적 미사여구가 넘치지만 결국 국익에 일치할 때만 행동에 나선다. 따라서 우리도 인도주의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우면서 한편으로는 국익 관점에서 이 전쟁이 왜 발생했고 어떻게 진행되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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