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 도브로필랴에서 러시아군의 포격 이후 현지 주민들이 합판으로 아파트 창문을 닫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 도브로필랴에서 러시아군의 포격 이후 현지 주민들이 합판으로 아파트 창문을 닫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전쟁 9주째, 동부 교전 집중

“양국 매일 대화… 협상 난관”

동부 맹공 1달에도 큰 성과 無

“우크라군 집요한 저항 때문”

포병전 재편 가능성도 제기

[천지일보=이솜 기자] 러시아군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으며 포위된 마리우폴 제철소에서는 일부 민간인들이 대피했다.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지 못한 러시아군은 9주간의 공격으로 도시를 황폐하게 만들고 민간인 수천명을 살해하고 500만명 이상이 해외로 도피하게 만든 후 우크라이나의 남쪽과 동쪽으로 초점을 옮겼다.

러시아군은 크림반도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남쪽의 헤르손과 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점령했다. 마리우폴에는 민간인 약 10만명이 남아 있으며 1천여명이 아조우스탈 제철소 지하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러시아 국영 언론들은 이 제철소에 있던 민간인 25명이 대피했다고 전했으며, 어디로 갔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양국은 갇혀 있는 민간인들 모두를 대피시키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협상단은 ‘거의 매일’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협상) 진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방 군사 분석가들은 마리우폴을 포함한 돈바스 지역의 공세가 계획보다 훨씬 더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군과 분리주의자들이 동부에 군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후 한 달간 큰 성과가 없다는 설명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동부 돈바스 지역을 맹공격했으나 목표로 했던 3개 지역을 함락하는 데 실패했으며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치적으로 러시아의 군사력은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크게 능가한다. 전쟁이 시작되기 며칠 전, 서방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국경 근처에 19만명의 병력을 배치했다고 추정했다. 우크라이나의 상비군 총수는 약 20만명으로, 나라 전역에 퍼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이날 AP통신에 러시아군이 더딘 이유에 대해 “부분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저항 세력의 집요함 때문”이라며 “미국은 러시아인들이 동쪽에서 우크라이나 군대를 포위하려는 시도가 적어도 며칠은 늦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충분한 화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공세는 강화돼 우크라이나인들을 압도할 수 있다. 러시아는 약 90만명의 현역 병력이 있다.

2011년 7월 8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브래그의 제321 야전포병연대 제2소대 병사들이 아프가니스탄 쿠나르주에서 155㎜ 포탄을 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1년 7월 8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브래그의 제321 야전포병연대 제2소대 병사들이 아프가니스탄 쿠나르주에서 155㎜ 포탄을 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서방 지원에 ‘장거리 무기전’ 촉발

이 가운데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포병 무기들이 러시아와의 전쟁을 재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군사 분석가들을 인용해 동부에서 전투가 격렬해지면서 더 이상의 인력을 잃지 않고 매복 공격을 피하기 위해 양국이 장거리 무기를 주로 사용할 수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26일 미 국방부에서 캐나다 국방장관과 함께 장거리 포격은 전쟁의 다음 단계에서 결정적으로 판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캐나다와 함께 우크라이나군 조교들에게 양국이 제공하기로 한 수십발의 155㎜ 곡사포를 운용하는 방법을 훈련시키고 있으며 앞으로 수일 내 더 많은 대포 제공을 승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정부만 우크라이나에 곡사포 90대를 약속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위해 의회에 요청한 330억 달러에는 중-장거리 포병에 대한 자금 지원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영국과 스웨덴 같은 다른 동맹국들도 대포를 보낼 수 있다고 분석가들은 말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민간 주택과 인프라를 파괴하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러시아 포병부대를 노리는 우크라이나의 능력이 특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전직 육군 야전포병 장교 스콧 보스턴은 WP에 “우크라이나 포병 부대가 더 많이 포격을 감행하는 것 자체가 러시아의 ‘앉아서 탄약을 쌓아놓고 마을로 가는’ 능력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앞서 또한 미군과 해병대가 사용하는 매우 정확한 차륜형 다연장 로켓 시스템인 M142 HIMARS(High Mobility Artillery Rocket System)과 같은 형태의 로켓포도 요청했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마크 캔시언 선임 고문은 “이런 무기들은 신속하게 발사돼 적의 포병대가 재배치되기 전에 발사하는데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며칠 내 HIMARS를 제공하라는 압력이 있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이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육군이 운용하는 M270과 같은 또 다른 형태의 다연장로켓도 제공될 수 있다고 캔시언 고문은 추측했다. M270은 더 많은 로켓을 탑재하며 HIMARS는 더 새롭고 전장에서 더 자유롭게 움직인다. 캔시언 고문은 또 최신형 엑스칼리버 155㎜ 스마트 포탄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엑스칼리버의 제조사인 레이시온에 따르면 이 무기들은 GPS로 유도되며 최대 25마일(약 40㎞)을 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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