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정당성마저 내팽개쳐”
“송치사건 수사도 막아선 안 돼”
“박병석 의장이 막아달라” 호소도
법학자도 “검찰개혁 오히려 늦춰”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본회의만 남겨둔 가운데 검찰은 허탈한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11분 법사위 전체회의는 검찰 수사·기소 분리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전날 안건조정위 의결에 이어 자정을 넘긴 시간에 전체회의가 개의됐는데, 국민의힘의 강력 반발 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기립표결로 처리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 저녁 안건조정위원회를 신청해 법안 심사 지연을 시도했다. 여야는 조정위 구성 만으로도 2시간가량 시간을 보냈다.
이후 조정위는 속전속결이었다. 민주당은 8분 만에 조정위를 마쳤다. 조정위 무력화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했으나 법사위 전체회의도 쉽게 마쳤다.
법사위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 범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검찰과 법조계에선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근수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검찰 내부망을 통해 “소통과 협치, 합의를 중시하시는 의장님의 평생 신조, 신념을 지키시어 합의되지 않은 법안, 공청회도 거치지 않은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용을 떠나 절차적 정당성마저 내팽개친 기가 막힌 상황”이라며 “이런 법을 우리 국민들이 지켜야 하다니요. 법과 이성 모두 상실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라고 반발했다.
김 지검장은 또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주최로 열린 검수완박 관련 긴급토론회에 개별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면서, 제주지검 검사들이 올렸다는 글을 인용하며 민주당 법안이 여러 사례에서 검찰의 수사를 막는다고 지적했다.
예로 든 사례는 ▲아동학대 사건에서 성폭력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스토킹범의 휴대전화에서 아동성착취물이 발견되는 경우 ▲보이스피싱 수금책을 수사하다 주범을 발견하는 경우 등이다.
그러면서 “민생사건은 직접이든 보완이든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열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연규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토론자로 참석해 “흔히 말하는 별건 수사의 지적은 6대 범죄 등 특정수사를 목적으로 검찰에서 사건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것으로서 검찰의 직접 개시수사에 대한 문제다. 사법경찰이 개시한 사건인 송치사건 수사와는 큰 상관이 없다”며 “별건 수사를 막겠다는 이유로 송치사건에 대한 수사에까지 큰 족쇄를 채워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해당 토론회에서 박용철 서강대 교수는 “작금의 검수완박 법률안 통과 시도는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검찰개혁, 즉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기관을 가져야 한다는 어젠다의 실현을 상당기간 도안 늦추거나 사실상 방기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