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기의 정국이 계속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놓고 여야 갈등이 지속되면서 여론마저 다시 둘로 나뉘고 있다. 정권교체기의 현상으로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정치권이 충돌 직전까지 가는 상황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한 것은 극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이 합의한 것은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협치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며 동시에 의회정치의 힘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검수완박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여야 합의에 대해 보수층이 반발하자 국민의힘이 25일 검수완박의 중재안 합의를 사실상 파기해 버렸다. 여야 합의를 이끌어냈던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날 박 국회의장을 만나 “국민으로부터 오해를 받는 선거 범죄, 공직자 범죄에 대해 추가적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당초 합의안 가운데 ‘부패’와 ‘경제’만 남겨놓고 없애기로 했던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다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재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당초의 합의를 스스로 파기한 셈이어서 여간 곤혹스런 상황이 아닐 것이다.

이후의 관건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한 걸음 더 양보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국민의힘 권 원내대표의 손을 잡아준다면 이쯤에서 다시 여야 합의를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동시에 거대 정당으로서의 ‘큰 정치’를 보여주는 의미도 있다. 그리고 협치에 대한 진정성도 더 확실하게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마디로 재논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여야 합의를 파기한 국민의힘을 향해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당장 이번 주에 국회 본회의를 열어 여야가 합의한 중재안대로 처리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여야가 합의한 박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어느 쪽에서 더 유리한 지는 굳이 따질 일이 아니다. 중재안이나 협상안은 어느 일방의 유리함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유불리를 주고받되, 더 우위에 있는 ‘타협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이것이 의회정치의 본류다. 그럼에도 더 불리하다고 해서 서로 합의한 내용마저 번복하거나 파기하는 것은 상식 밖이다. 이런 식으로는 그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힘을 얻기 어렵다. 서로 합의해 본들 한쪽에서 파기해 버린다면 굳이 대화나 합의에 나설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어렵게 만든 협치의 가능성마저 스스로 걷어차는 모습은 너무도 아쉽다. 자칫 새 정부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예고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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