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김오수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김오수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김 총장 “직에 연연 않겠다”

친정부 성향 검사들도 반기

검사장들 “국회 특위 요청”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지명 검찰총장인 김오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자신의 직을 걸고서라도 막아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 지방검찰청 검사장들은 국회에 형사사법제도 개선 특위를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김 총장은 전날인 11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지검장회의 모두발언에서 “만약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는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저는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어떠한 책임도 마다하지 않겠다”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김 총장은 “지난해 70년 만의 대대적인 형사사법제도 변화가 있었다”면서 “큰 폭의 변화가 있다 보니, 절차가 복잡해지고 사건처리가 지연되는 등 여러 문제점과 혼선이 발생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께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새로운 제도 도입 당시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하면서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중심으로 검찰을 운영하면서 제도 안착과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시행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은 형사사법제도가 제대로 안착되기도 전에, 검찰 수사 기능을 완전히 폐지하는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검찰 수사를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선진법제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김오수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회의에 참석하며 노정연 창원지검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노 지검장, 김 총장, 박성진 차장검사, 예세민 기획조정부장. (공동취재사진) 2022.04.11.
[서울=뉴시스] 김오수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회의에 참석하며 노정연 창원지검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노 지검장, 김 총장, 박성진 차장검사, 예세민 기획조정부장. (공동취재사진) 2022.04.11.

이어 “검찰이 수사를 못 하게 되면, 범죄자는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피해자의 고통은 늘어난다”면서 “부패, 기업, 경제, 선거범죄 등 중대범죄 대응은 무력화된다. 사건처리는 더욱 늦어지고, 국민은 더 많은 불편을 겪는다”고 검찰 수사권 보전이 필요한 이유를 나열했다.

김 총장은 “결국 검찰 제도가 형해화돼 더 이상 우리 헌법상의 검찰이라 할 수 없다”면서 “형사사법절차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극심한 혼란을 가져온다. 이런 중요한 제도 변화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검사장들을 향해 지혜를 모아달라고 요구하며 “어떻게 하면 우리가 국민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도 함께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비록 상황은 녹록치 않지만, 검찰 구성원 모두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매진해 주시기 바란다”며 “저와 대검은 여러분들의 뜻을 모아 사력을 다해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제도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고, 국민의힘 일각의 거취 압박에도 자리를 지키겠다고 밝히던 김 총장이지만, 검수완박엔 검사로서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이른바 ‘검란’도 현실화되고 있다.

대표적 친정부 성향 검사였던 이성윤 서울고검장도 지난 8일 전국고검장회의에서 검수완박 찬성의견을 차마 내진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검수완박엔 친정부 반정부성향이 의미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전국 지검장 회의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전국 지검장 회의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앞서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는 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일개 부장검사급인 과장이 분을 토하며 글을 올릴 지경까지 총장님, 고검장님, 검찰국장님, 기획조정부장님 등은 조용조용 어디서 뭘 하시는지 모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면서 “내 목을 쳐라고 일갈하시던 모 총장님의 기개까지는 기대하지 않겠다”고 김 총장과 이 고검장 등을 비판하며 분명한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내 목을 쳐라’는 발언은 지난 2004년 6월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이 대검 중앙수사부를 폐지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항하며 뱉어낸 말이다.

이 부장검사는 전날엔 “지난 수년간 소위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하셔서 현재의 개판인 상황을 초래하신 장본인들”이라며 재차 직격했다.

이날 열린 전국검사장회의에서도 검수완박 반대로 의견이 모였다.

검사장들은 “국민적 공감대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아니하고 충분한 논의나 구체적 대안도 없이 검찰의 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법안이 성급히 추진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검장들은 국민을 위해 국회에서 가칭 ‘형사사법제도개선특위’를 구성해 검찰 수사 기능뿐만 아니라 형사사법제도를 둘러싼 제반 쟁점에 대해 각계 전문가와 국민의 폭넓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논의를 거쳐 형사사법제도의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요청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천지일보 DB

검사장들은 “검찰 스스로도 겸허한 자세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덧붙였다.

이와 관련 재심 전문변호사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준비가 부족한 개혁의 피해는 한 사람과 자리의 파탄을 넘어 우리 사회의 불행으로 이어진다”며 검수완박에 반대했다.

박 변호사는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진정성’에 대해 고민해 본다. 검찰 수사로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는 게 두렵기 때문이 아닌지, 자신을 상대로 진행된 검찰수사에 대한 반감은 아닌지, 검찰개혁에 강경한 입장인 당원들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의 목적은 아닌지”라고 우려했다.

또 지난 대선 자신이 1번을 찍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민주당이 소외받고 서러운 사람들의 편이 돼 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키워드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