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1.10.1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DB

“중대범죄 대응력 약화 초래”

文정부 마지막 총장도 반대

오늘 전국고검장회의도 소집

검찰 내부 “선배들 나서라”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대검찰청이 8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냈다.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지명 검찰총장인 김오수 총장도 동의한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대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치권의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검은 “현재 시행 중인 개정 형사법은 1년 3개월이라는 장기간 동안 논의를 거치고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는 등 지난한 과정을 통해 입법됐으나, 시행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문제점이 확인돼 지금은 이를 해소하고 안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70여년간 시행되던 형사사법절차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으로 극심한 혼란을 가져올 뿐 아니라, 국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국가의 중대범죄 대응역량 약화를 초래하는 등 선진 법제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은 검찰 구성원들의 문제 인식과 간절한 마음을 깊이 공감하고 있고, 현 상황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을 더 힘들고 어렵게 하는 검찰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에 대해 국민을 위해 한번 더 심사숙고하고 올바른 결정을 해 주시기를 정치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또 검찰은 김 총장의 주재로 이날 오후 전국 고검장회의도 소집했다. 박성진 대검 차장을 비롯해 서울·부산·대구·광주·대대전·수원고검장이 모인다. 몇 주 전부터 잡은 회의라고는 하나, 검수완박 논의가 빠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천지일보 DB

검찰의 이 같은 행보는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위해 속도를 내면서다.

전날 국회는 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기재위에서 법사위로 소속을 바꾸는 사·보임을 진행했다.

법사위 의원 정수는 애초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6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합의됐다. 그러나 비교섭단체 몫이었던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열린민주당의 합병으로 민주당 소속이 되면서 조정이 필요했고, 그 결과 양향자 의원이 들어왔다.

이는 국회법상 법안 협의에 필요한 안건조정위 구성이 6명이기 때문이다. 안건조정위는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안건을 처리한다. 양 의원이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에서 4대 2의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자체론 최 의원이 열린민주당이던 시절과 달라질 게 없지만,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 검수완박 완수를 다짐하면서 현재의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김 총장의 태도는 그 역시 검사라는 점과 검찰 내부의 극심한 반발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9.01.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 (출처: 뉴시스) 2020.09.01.

법조계에 따르면 권상대(사법연수원 32기)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대검은 민주당 내에서도 검수완박 관련 이견이 존재한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당론 확정 전에 미리 검찰이 외부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국민들께 오만하게 비칠 수 있다는 걱정과 일선에 또 다른 부담을 드리지 않겠다는 생각”이라고 전제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개국 이래 70년 검찰 역사와 제도를 형해화시키고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도 다수당이 마음을 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과, 별다른 방법도 없이 다시 의원님들에게 사정하고 곱지 않은 민의에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우리 검찰구성원들의 처지가 너무 안타깝고 실무자로서 죄스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복현(32기)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은 “일개 부장검사급인 과장이 분을 토하며 글을 올릴 지경까지 총장님, 고검장님, 검찰국장님, 기획조정부장님 등은 조용조용 어디서 뭘 하시는지 모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면서 “내 목을 쳐라고 일갈하시던 모 총장님의 기개까지는 기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특히 “부는 바람을 등에 맞고 유유히 앞으로 나가며 ‘왜 너는 느리게 가느냐’고 비웃으실 땐 언제고 앞에서 역풍으로 부니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 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 마냥 사라져 버린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게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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