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세계경제 하방요인 실현
韓 정권교체기 위기관리 필요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IMF가 세계 경제의 하방 요인으로 꼽은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 등이 현실화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아시아의 ‘경제·물류 허브’로 불리는 중국 상하이의 봉쇄 조치, 일본 엔화 약세 등 여러 리스크가 동시에 몰려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권 교체기가 겹친 한국의 경제 운용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기 회복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생산이 지난 2월에 전달보다 0.2% 줄어드는 등 두 달 연속 감소했고, 원유를 중심으로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무역수지는 한 달 만에 1억 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출 의존적인 한국 경제에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2월 전산업 생산 지수는 115.6로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은 지난해 11월(1.2%)과 12월(1.3%) 증가하다가 올해 1월 0.3% 줄어든 뒤 2월까지 두 달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산업생산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2020년 1∼5월, 5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2.6으로 0.2p 올라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28.0으로 0.3p 하락해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의 하락은 2018년 6월부터 2019년 2월까지 9개월 연속 하락한 뒤 3년 만에 최장기간을 기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의 국제 공급망 불안으로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무역수지는 한 달 만에 적자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1억 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출은 작년 동월 대비 18.2% 증가한 634억 8000만 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수입도 27.9% 증가한 636억 2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이 역대 최대치인 161억 9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크게 뛰어오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지난달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각각 72%, 200% 올랐으며 석탄은 441% 급등했다. 지난달 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로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한국과 같이 수출 의존적인 구조를 지닌 일본은 에너지 수입 급증으로 7개월 연속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에너지 수입액이 큰 프랑스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연달아 무역 적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중국 상하이시의 봉쇄 조치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하이는 중국의 경제 수도로 불릴 만큼 경제 중심지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 114조 3670억 위안(약 2경 2041조원) 중에서 3.7% 비중을 차지했으며, 전체 수출입(39조 1000억 위안, 7490조원)으로만 따졌을 때도 10.2%를 차지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이 봉쇄 위주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최소 0.6%p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국은 상하이 외에도 지난 3월 초부터 중국 산동성, 선전시, 지린성 등지에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검사와 격리가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는 이동의 제한, 교통 통제 등으로 물류 차질은 물론 근로자들의 출퇴근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조업 중단 등의 여파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생산량 감소보다 사태 장기화로 인한 물류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 수준의 물동량을 자랑하는 항구와 공항은 정상 운영 중이지만, 육로 운송과 지상 조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화물항공기 결항이 잇따르고 있어 중국발 2차 물류 대란이 발생할 여지는 충분한 상황이다.
잇따른 악재로 인해 한국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식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기업 체감경기 지수는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지속하는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오른 영향을 받았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서도 국내 수출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2분기 수출이 뒷걸음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가운데 엔화도 약세를 보이면서 수출의존적인 구조를 지닌 한국 경제 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면 일본과 수출 경쟁을 벌이는 우리나라 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며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동경(도쿄)사무소는 일본의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 경상수지 적자 지속 등 엔화 약세 요인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당분간 엔저 현상은 유지될 것이라는 현지의 의견이 다수라고 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도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권 내에선 연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데 이어 오는 5월에는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가 지표 가운데 하나인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작년 동월 대비)가 40년 만에 가장 큰 폭인 6.4% 뛰는 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신흥개발도상국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IMF의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경우 우리나라 금융·외환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중국 내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중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어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23일 진행한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계속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특히 미 연준이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는데 우리가 지난 8월 이후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잠시 금리정책 운용의 여유를 갖게 된 점은 다행이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3.0%,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이런 전망이 유효할지 불투명하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똑같이 낮췄다. 물가 상승률이 한은 전망치보다 높아지고 4%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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