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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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금수강산 한반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맑고 깨끗한 물을 지니고 있는 복된 나라다. 택리지에 보면 우리나라 이름 난 물 가운데 가장 유명세를 탄 곳은 충주시 달천이라고 했다. 물이 달아 감천(甘川) 즉 우리말 ‘단’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달천의 물맛은 임진전쟁당시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지나가다 물맛을 보고 ‘이 물은 중국 여산(廬山)의 발물과 같다’고 했다고 한다. ‘여산의 물’이라면 최고의 찬사다.

여산은 세계적인 명산이다. 우리가 쓰는 ‘진면목(眞面目)’이란 단어가 여산에서 유래했다. 일년에 200여일이나 운무에 뒤덮인 여산은 시인 묵객들이 앞을 다퉈 풍광을 노래했다. 조선시대 많은 문사들도 여산을 가보지 못했으면서도 시를 썼다.

당 태종 때 시인 육우(陸羽)는 여산 곡렴천을 매우 사랑했다. 물맛을 보고 감탄한 시를 남겼다. ‘여산 곡렴천의 물맛이 천하제일 명천으로 손색이 없구나.’ 그는 여산의 물을 길어 차를 달이고 친구들과 다회를 열기도 했다.

달천물이 왜 이처럼 훌륭한 물이었을까. 속리산 천황봉에서 발원한 청정 옥수는 공림사, 화양동 청천 무릉도원을 거쳐 괴산과 음성을 지나 달천에 이른다. 지금도 이 유역에는 큰 오염원이 없다. 괴산군의 산막이 둘레길이 전국 유명세를 탄 것도 달천의 수려한 풍광과 청정수 때문이리라.

우리 조상들은 물을 매우 소중한 대상으로 여겼다. 깨끗한 물을 만들어주는 산천의 수목을 중시해 소나무를 베는 자는 곤장을 때리거나 귀양을 보내기 까지 했다. 공동 우물을 신으로 섬기는 민속은 전국곳곳에서 지금도 남아있다.

샘굿은 일종의 페스티벌이었다. 이를 용왕제 또는 샘제라고 했는데 경기도 화성과 충남 천안시의 풍속이 매우 컸다.

화성시 향남읍 백토리 한두골에서는 여름철에 제사를 지냈다. 음력 6월 말에 마을회의를 개최해 제물을 준비하고 음력 칠월 초에 우물굿을 했다.

충남 천안시 용산마을 장승제는 거창한 축제였다. 용왕제-산신제-장승제 순으로 진행된다. 정월 14일 이전에 우물물을 퍼내고 청소를 한다. 밥과 미역국을 놓고 물바가지에 초를 띄워서 해뜨기 전에 제사를 지내고 한바탕 풍물을 치며 놀았다. 우물에 있는 용왕을 즐겁게 하기 위함이었다.

물의 순한 기능은 최고의 동양 철학적 수사다. 노자(老子)의 가르침 가운데 ‘상선약수(上善若水. 도덕경 제 8장)’라는 말이 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말로 물은 만물을 이(利)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아니하는 이 세상(世上)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이라는 것이다.

‘최고의 선은 물 같다. 물이 모든 것을 이롭게 해 주면서도 다투지 않고/ 뭇사람의 싫어하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도(道)에 있으니. (중략) 나라 일은 잘 다스림으로 하고/ 일은 거뜬히 하며 움직이기는 때맞춤으로 하여/ 오직 다투지 않는다/ 그러므로 허물이 없다(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居善地...政善治, 事善能, 動善時, 夫唯不爭, 故無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주말에도 쉬지 않고 분망하게 움직이며 국민들의 삶의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국민들이 경호를 걱정할 정도로 의욕이 넘치고 있다. 내일이 ‘세계 물의 날’이다. 노자의 ‘상선약수’를 마음에 새겨 모든 국민들을 이롭게 하며, 분쟁을 없애고 두 동강이 난 민심을 어루만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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