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군이 폭격한 마리우폴 극장 건물 위성사진 (마리우폴 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민간인 수백명이 대피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한 극장 건물을 폭격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미국 상업위성 업체 맥사(Maxar)가 촬영한 극장 건물.
러군이 폭격한 마리우폴 극장 건물 위성사진 (마리우폴 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민간인 수백명이 대피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한 극장 건물을 폭격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미국 상업위성 업체 맥사(Maxar)가 촬영한 극장 건물.

우크라-러시아 전쟁 3주째

“러, 민간인 대피소도 공격”

바이든, 푸틴 ‘전범’으로 규정

양국 종전 회담 낙관론 나와

“우크라 함락시 확전 가능성”

[천지일보=이솜 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16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여러 도시에서 민간인들을 공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날 수백명의 사람들이 대피해 있는 마리우폴 한 극장이 폭격을 당했는데, 이 건물은 앞과 뒤편에 흰색 페인트로 러시아어 ‘어린이들’이라고 적어 대피소임을 알렸었다. 많은 사람들이 잔해 속에 묻혔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밝혔으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북부 도시 체르니히브에서 민간인들이 빵을 먹기 위해 선 줄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1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키이우에서는 러시아군이 대통령궁에서 2.5㎞ 떨어진 주택가를 포함, 시내와 주변 지역에 폭격을 가하는 동안 주민들은 대피소에 모여들었다. 키이우에서는 15일부터 35시간의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상으로 미국 의회에 출석해 “우크라이나 국민이 매일 진주만 공습과 9.11 테러와 같은 악몽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공 및 대전차 무기와 드론을 포함한 8억 달러의 추가 군사 지원을 발표했다. 그는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처음으로 ‘전범’이라고 규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수도에 대한 러시아군의 지상진격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이나 작전은 사전에 승인된 계획에 따라 성공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서방의 제재를 비난하면서 서방에 동조하거나 서구식 생활방식을 택한 러시아인들을 ‘제5열(적과 내통하는 집단)’ ‘국가반역자’라고 불렀다.

◆우크라 중립국 등 논의 현실화

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온라인 회담을 재개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5일 협상 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립적인 군사 지위가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으며, 우크라이나 측도 러시아의 요구가 “더 현실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집무실 관계자는 AP통신에 “러시아군이 전쟁 후 우크라이나 동부 두 분리주의 지역에 잔류할 것인지와 국경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한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서방 핵 보유국 하나 이상을 포함시킬 것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에 서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는 중립국에 대한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제시했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동맹이나 주둔국에 절대 가입시키지 않을 것을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 TV에 출연해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가 안전 보장과 관련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며 “합의될 것 같은 구체적인 항목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침략군이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는 우크라이나의 요구와 우크라이나 정부를 친러시아 정권으로 대체하려는 러시아 정부의 목표를 감안할 때 외교적 돌파구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한 병원 밖에서 경찰관이 폭격으로 사망한 주민들의 시신을 지나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한 병원 밖에서 경찰관이 폭격으로 사망한 주민들의 시신을 지나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2차대전도 이랬다… 러, 레드라인 넘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서방 대 러시아 사이의 갈등으로 확대되면서 전면적인 세계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을 시작했을 수도 있다”고 NBC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침공 결정이 전면적인 세계전쟁으로 가는 길을 열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차 대전이) 이미 시작됐을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며 “만약 우크라이나가 함락된다면 이런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80년 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우리는 이런 상황을 봤다. 아무도 전면전이 언제 시작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쟁의 결과는 전체의 문명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화학 무기를 사용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미국이 더 관여할 것이라고 보냐는 질문에는 “러시아는 이미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답했다. 그는 “만약 그들이 의도적으로 유치원, 학교, 대학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모든 선을 넘는 것”이라며 “또 무엇을 기다려야 하나. 러시아인들이 300, 400명의 아이들을 죽이도록 내버려둬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나토에 비행금지구역 선포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투기 파견을 제안했으나 역시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리는 3차 세계대전을 치르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