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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서관(관장 이명우)은 15일 ‘고령자 금융 피해 방지 관련 미국, 영국, 일본 입법례’라는 제목으로 ‘최신외국입법정보(2022-6호, 통권 제187호)’를 발간했다. 고령자 금융 피해 방지 관련 미국영국일본 입법례 표지. (제공: 국회도서관) ⓒ천지일보 2022.3.16

美, 금융기관·직원 등 사례공개 관련 소송 책임없어 

英 ‘경제적 학대’ 규정 명시… 우리법 정의 규정 無

국회도서관 “고령자 금융피해방지 관련 제도 필요”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국회도서관(관장 이명우)은 15일 ‘고령자 금융 피해 방지 관련 미국, 영국, 일본 입법례’라는 제목으로 ‘최신외국입법정보(2022-6호, 통권 제187호)’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고령층 대상 신종 금융 사기, 지인에 의한 금융 착취 등의 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고령자의 금융 피해 방지를 위한 법률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주요국의 입법례 분석과 시사점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21만명으로, 고령인구 비율이 처음으로 16%를 넘었다. 2020년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으로 편입되고 2025년에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금융 디지털화 흐름 속에 고령층의 금융소외가 심화되면서 가족‧친인척‧간병인 등 지인에 의한 재산편취 등 금융 착취 피해와 불법 사금융, 보이스피싱 등 금융 사기가 신체적‧정신적‧경제적으로 취약하기 쉬운 고령층을 대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 미국 ‘고령자안전법안’… 논의 당시 고령자 5명 중 1명 금융 착취 

미국은 ‘고령자안전법안’ 논의 당시 고령자에 대한 금융 착취가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미국 65세 이상 고령자 5명 중 1명이 이미 금융 사기로 피해를 입었다는 조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미국 고령층을 위한 금융보호실(Office of Financial Protection for Older Americans)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자 금융 착취로 인한 손실 추정치는 연간 29억 달러에서 최대 36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고령안전법’은 금융기관과 그 직원 등이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65세 이상 고령자의 금융 착취가 의심돼 금융당국 등에 그 사례를 공개한 것에 대해 민사 소송이나 행정 소송에서 그 책임을 부담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적용대상 금융기관과 금융당국 등 적용대상 기관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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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대상 금융기관과 금융당국 적용대상 기관. (출처: 국회도서관 최신외국입법정보 캡처) ⓒ천지일보 2022.3.16

금융기관의 직원 등이 금융당국 등에 고령자의 금융 착취 의심 사례를 공개한 것에 대한 면책을 받으려면 공개 당시에 해당 금융기관에서 감독자, 준법감시, 법무 관련 직무에 재직하고 있어야 한다. 등록 대리인, 투자자문업자 대리인 또는 보험설계사의 경우 해당 금융기관에 소속되거나 관련돼 있어야 한다.

또한 금융기관 직원 등은 이 법에 따른 훈련을 받아야 하고 성실하게 임하면서도 상당한 주의를 기해 공개해야 한다. 금융기관이나 금융기관이 선정한 제2자는 업무상 고령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있거나 고령자에 대한 금융 서비스와 관련해 고령자의 재정 서류, 기록 또는 거래를 심사하거나 승인할 수 있는 관련 직원 등에게 훈련을 제공할 수 있다.

해당 훈련에서는 금융기관 직원 등이 고령자 착취 의심 사례를 확인해 내부적으로 보고하고 필요한 경우 정부나 법집행 당국에 신고하는 방법이 포함된다. 또한 금융기관의 개인 고객 각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품위를 존중할 필요성이 논의된다. 이는 훈련에 참여하는 직원 등의 직무 책임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

◆ 영국 2014 ‘돌봄법(Care Act)’ 제정… ‘경제적 학대’ 규정 명시

영국은 고령자 등 학대로부터 취약한 성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책과 절차인 ‘성인 보호(Adults safeguarding 또는 Safeguarding adults)’ 개념을 발전시켜 왔다.

성인 보호 정책은 1980년대부터 산발적으로 발전돼 왔는데 관련 법 규정들이 체계적이지 않았고 여러 법률에 산재돼 있었다. 2014년 ‘돌봄법(Care Act)’을 제정하면서 학대와 방임 위험에 처한 고령자 등 성인을 보호하기 위해 지방 당국에게 의심 사례를 조사하고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돌봄법’ 제42조 학대와 방임 위험에 처한 성인에 대한 보호(Safeguarding adults at risk of abuse or neglect) 규정에서 학대에는 ‘경제적 학대(financial abuse)’를 포함한다. 고령자 등 돌봄이 필요한 취약한 성인에 대한 ▲금전이나 재산의 절취 ▲편취 ▲금전이나 다른 재산에 관한 압력 ▲금전이나 다른 재산의 오용 등을 경제적 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영국 보건복지부 지침에서는 경제적 학대에 대한 잠재적 지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동법 제42조에 따라 지방 당국은 고령자 등 돌봄에 필요한 성인이 경제적 학대나 방임의 위험에 처하였다고 의심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여부, 조치를 취하는 경우 조치의 종류‧주체를 결정하기 위해 조사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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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65세 이상 인구 비율 전망. (출처: UN World Population Prospects 2019) ⓒ천지일보 2022.3.16

◆ 일본 ‘소비자안전법’

고령자 등에 관한 정보교환‧의견표명 가능

고령자 등의 3대 불안요소 ‘돈, 건강, 고독’

일본은 고령자를 중심으로 금융, 상거래를 포함한 소비상황에서 문제와 피해가 증가하면서 고령 소비자에 대한 추가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일본 소비자청은 고령자 등의 소비상담은 본인 이외로부터 전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주목해 고령자, 치매 등에 의해 판단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조기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방공공단체에서 행정기관, 복지사업자 등 관계 기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소비자안전법(消費者安全法)’에서 고령자 등 특별히 배려해야 하는 소비자가 금융 등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지켜보고 대응하기 위해 ‘소비자안전확보지역협의회’를 조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법 제11조의 4에서는 고령자 등을 ‘소비생활상 특히 배려가 필요한 소비자’라 하면서 지방공공단체는 소비자안전확보지역협의회를 조직해 이들과 적당한 접촉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대응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고령자 등의 3대 불안 요소를 돈, 건강, 고독으로 보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협의회는 정보의 교환 및 협의를 하기 위해 또는 다른 구성원으로부터 요청이 있는 경우 등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구성원에 대해 고령자 등에 관한 정보의 제공, 의견의 표명 및 그 밖의 필요한 협력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우리 법과의 비교… ‘경제적 착취’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 규정 無

우리나라는 2020년 3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란 법률’을 제정해 금융상품판매업자등의 영업에 관한 준수사항과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금융소비자정책 및 금융분쟁조정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체적‧정신적‧경제적으로 취약하기 쉬운 고령의 금융소비자를 고려해 금융 안전을 보호하고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노인복지법’ 제1조의2에서 ‘노인학대’라 함은 ‘노인에 대하여 신체적‧정신적‧정서적‧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경제적 착취’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 규정은 없다.

동법 제39조의9에서 ‘노인을 위하여 증여 또는 급여된 금품을 그 목적외의 용도에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고령자의 금전이나 재산을 절취하거나 기망하여 편취, 오용하는 등의 경우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 연구보고서 마무리하면서… 3가지 검토방안 제시

국회도서관은 미국, 영국, 일본 입법례 보고서를 마무리하면서 세가지 방안 검토를 제시했다.

첫째, 금융기관을 통한 금융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에관한법률’에 고령자의 금융 착취 의심 사례보고, 직원 교육‧훈련 등 금융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는 규정을 두는 것이다.

둘째, 지인에 의한 금융 착취 등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인복지법’에 경제적 학대에 대한 정의 조항을 신설하고 경제적 학대의 유형을 명시하는 것이다.

셋째, ‘노인복지법’에 고령자의 경제적 학대 의심 사례를 발견하고 보호하기 위해 행정, 보건, 복지, 보호, 경찰, 금융기관 등이 협력해 업무를 수행하는 지역사회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해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2020년 정부가 내놓은 ‘고령친화 금융대책’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대책안을 내놓은지 오래됐지만 개선된 것이 없는 실정이다. 또한 지난해 금융감독위원회는 ‘노인금융피해방지법 제정안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보고서를 금융연구원에서 진행했다. 

금융위는 ‘노인금융피해방지법’ 제정이 타당한지 또 마련된다면 어떤 내용이 포함돼야 할 것인지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연말까지 진행한 이 연구 결과와 내용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노인금융피해방지법’은 고령층 소비자들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때 불이익이나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의 도입은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금융권의 책임과 의무 강화·규제 역시 증가하는 등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명우 국회도서관장은 “선진국이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법제도가 고령자 금융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관련 입법에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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