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7일 열린 확대간부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전북도교육청) ⓒ천지일보 2020.9.7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7일 열린 확대간부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전북도교육청) ⓒ천지일보 2020.9.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교육 기관에 ‘1인 1스마트기기’를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천지일보는 해당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을 취재하고 교육청의 편파 행정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심층 보도를 기획했다. 제14보에서는 다수공급자 계약(MAS) 방식을 택했지만 대기업만 들어올 수 있도록 규격의 문턱을 높인 전라북도교육청의 결정을 지적한다.

다수공급자 계약 방식으로도

대기업·레노버만 찾는 교육청

국내 중소기업 참여 못 하고

중국 브랜드는 참여할 수 있어

삼성 서비스 정책 ‘고가’ 논란

전북, 中企 배제 후 ‘청렴 교육’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전북교육청이 중소기업도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계약 방식을 택했지만 끝내는 제품 규격 문턱을 높여 대기업 간의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북교육청은 태블릿 컴퓨터를 구매하기 위해 지난 8일 MAS 방식으로 입찰 공고를 올렸다. MAS를 택해 계약서만 쓰고 중간 수수료를 떼가는 SI 업체를 배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이 방식에서도 여전히 대기업만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 완전한 공정함은 갖추지 못했다.

전북교육청은 이번 입찰에 삼성전자와 레노버 단 두 대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제품 규격을 올렸다.

이 같은 일은 경기도교육청 등 먼저 MAS로 입찰을 진행한 다른 곳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가격 경쟁에서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국내 중소기업이었기 때문으로 예상된다.

교육청들은 기본적으로 삼성전자 제품을 선호한다. 브랜드 효과도 있지만 영세한 타 제조사와 일하는 것보다 더 편하리라 생각하는 점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교육청에 선호 이유를 물어보면 업무상 편한 사후 관리 등의 답을 들을 수 있다.

전라북도교육청이 올린 태블릿 컴퓨터 규격. (출처: 조달청 나라장터 캡처)
전라북도교육청이 올린 태블릿 컴퓨터 규격. (출처: 조달청 나라장터 캡처)

◆“A/S 비용, 학교에 맡겨버린 삼성전자”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현재 MAS로 진행해 삼성전자가 낙찰된 인천 등 교육청에서는 삼성전자의 A/S와 관련해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기업의 서비스 정책이 더 좋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기기에 문제가 생기면 학교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구조다. 교체나 수리를 위해 삼성전자가 와주지도 않는다. 직접 서비스 센터로 접수해야 하며 수리비가 너무 비싸다는 게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교육청에 대당 30여만원에 기기를 공급했는데 A/S 등 서비스 비용으로 고장 부위에 따라 10만~20만원이 청구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국가 돈이라고 함부로 막 쓰면 안 된다. 삼성이 과연 서비스가 좋은 건지 교육부에 묻고 싶다”며 “그게 대기업의 서비스냐, 대기업의 횡포지”라고 비판했다.

◆제때 공급 안 되는 레노버 태블릿PC

레노버는 재고가 없어 공급 차질을 빚고 있다. 경기도 일부 교육청에서 낙찰된 레노버는 현재 설치 업체들에 공급 일정도 알려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입찰에 참여해서 레노버가 낙찰을 받아도 서울보증보험 증액이 안 돼서 입찰 후 진행을 못 한다. 낙찰되면 서울보증보험에서 이행보증서를 끊어와야 하는데 규모가 작아서 이행보증서를 끊지 못한다. 때문에 레노버는 낙찰돼도 서울 보증금 발행이 안 돼 제3의 업체를 끌어들여야 하는 형편이다.

레노버는 중국의 대기업 브랜드지만 현재 해당 국가 사업에 참여하는 주체는 레노버가 아닌 레노버 제품을 대행해서 판매하는 유통사다. 그래서 규모가 작다.

전라북도교육청 전경. (제공: 전북도교육청) ⓒ천지일보 2019.11.26
전라북도교육청 전경. (제공: 전북도교육청) ⓒ천지일보 2019.11.26

◆말로만 “中企 제품 구매 확대” 외치는 전북교육청

이같이 실제 입찰 현장에서는 국내 중소기업을 배제한 이후 전북교육청은 계약업무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수를 진행했다.

전북교육청은 이달 10~11일 전북교육연수원 미륵관에서 청렴한 계약행정 및 계약업무 전문성 향상을 위한 ‘2022년 상반기 계약담당자 연수’를 실시했다.

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 계약업무담당자 50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연수는 수시로 개정되는 계약법령 숙지 및 계약체결 관련 유권해석, 감사사례 습득으로 계약업무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또한 물품·공사·용역 계약 구매 절차 및 계약 관련 각종 분쟁사례에 대한 이해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민원 대응력을 향상하기 위한 목적이다.

주요 내용은 ▲공사·물품·용역계약 일반 ▲공고문 작성요령 및 적격심사 ▲MAS ▲업역규제 ▲유권해석 ▲청렴교육 등이다. 이와 함께 청렴문자 발송 적극 이행,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시행, 장애인생산품 의무 구매 등의 내용을 안내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올해도 신뢰받는 계약업무 추진을 통해 청렴하고 공정한 교육행정을 구현해 나가겠다”면서 “지역업체 제품 우선구매와 중소기업제품 공공 구매를 확대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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