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시 서산동의 좁은 골목길을 들어서면 사이사이 비치된 시와 다양한 벽화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제공: 목포시) ⓒ천지일보 2022.3.10
전남 목포시 서산동의 좁은 골목길을 들어서면 사이사이 비치된 시와 다양한 벽화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제공: 목포시) ⓒ천지일보 2022.3.10

목포 시화마을 골목길
 

감성 품은 추억 속의 골목길
영화·드라마 등으로 더 알려져
‘연희네 슈퍼’ 등 발길 이어져
발길 닿는 곳마다 추억 선사
“감성적이어서 더 인상 깊어”
“사색할 수 있어 또 찾고 싶어”

[천지일보 목포=김미정 기자] 꼬불꼬불 골목길과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하나의 풍경이 되는 곳이 있다. 좁은 길목을 어떻게 다녔을까도 싶지만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다 보면 삶을 돌아보게 되고 풍겨오는 바다 내음과 시원한 바람도 선물처럼 느껴진다. 꼭대기에 올라서면 그제야 보이는 탁 트인 바다에 ‘아’하고 감탄사를 부른다.

시화마을 골목길은 목포 어촌의 상징인 서산·온금동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기리기 위해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이 인문도시사업의 일환으로 목포의 시인, 화가, 주민들과 뜻을 모아 지난 2015년부터 3년에 걸쳐 조성했다. 사진은 목포 보리마당에서 관광객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제공: 목포시) ⓒ천지일보 2022.3.10
시화마을 골목길은 목포 어촌의 상징인 서산·온금동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기리기 위해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이 인문도시사업의 일환으로 목포의 시인, 화가, 주민들과 뜻을 모아 지난 2015년부터 3년에 걸쳐 조성했다. 사진은 목포 보리마당에서 관광객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제공: 목포시) ⓒ천지일보 2022.3.10

목포 시화마을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서민들이 살던 곳이라 ‘특별할까’라는 생각도 들겠지만 높은 빌딩 사이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추억과 그리움을 선사하는 쉼표와도 같다.

아름다운 어촌마을인 서산동의 좁은 골목길을 들어서면 사이사이 비치된 시와 꽃 그림 등 다양한 벽화가 먼저 반긴다. 오래된 집들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만들어진 카페들, 골목길을 조용히 활보하는 고양이마저도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잃었던 감성을 깨운다.

[천지일보 목포=김미정 기자] 골목길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천지일보 2022.3.10
[천지일보 목포=김미정 기자] 골목길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천지일보 2022.3.10

◆조용했던 마을에 활기 넘쳐

목포 서산동 시화마을 골목길을 들어서기 전 입구에는 영화 ‘1987’로 유명해진 ‘연희네 슈퍼’가 있다. 개발되지 않은 배경에 1987년을 그대로 옮겨놓은 연희네 슈퍼는 단순한 영화세트장이 아니다. 5.18민주화운동으로 각자의 1987년을 떠올리는 공간이며 또 다른 나의 연희가 그곳에 있다. 맞은편 연희네 문구에는 평일·주말 상관없이 찾는 이들로 북적인다. 골목길 위쪽에는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의 촬영지 보리마당 미용실도 볼 수 있다.

영화 ‘1987’로 유명해진 연희네슈퍼. (제공: 목포시) ⓒ천지일보 2022.3.10
영화 ‘1987’로 유명해진 연희네슈퍼. (제공: 목포시) ⓒ천지일보 2022.3.10

1980년대 그 시절 교복을 입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문구점 주인은 너그러운 미소에 인심도 넉넉해 보인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여행 왔다는 20대 청년들은 “부산도 다녀왔는데 목포가 더 감성적이라 인상에 남는다”며 각자 옛날 교복을 입고 추억을 남기느라 사진 찍기에 바빴다.

[천지일보 목포=김미정 기자] 1980년대 그 시절 교복을 입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문구점 주인. ⓒ천지일보 2022.3.10
[천지일보 목포=김미정 기자] 1980년대 그 시절 교복을 입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문구점 주인. ⓒ천지일보 2022.3.10

시화마을 골목길 입구에 들어서면 이곳을 안내하는 지도가 초록색 칠판에 그려져 눈길을 끈다. 골목길은 총 3곳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골목 모두 ‘보리마당로’로 통한다. 골목마다 특색있고 색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시화마을 골목길은 목포 어촌의 상징인 서산·온금동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기리기 위해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이 인문도시사업의 일환으로 목포의 시인, 화가, 주민들과 뜻을 모아 지난 2015년부터 3년에 걸쳐 조성했다. 

[천지일보 목포=김미정 기자] 골목길 바닥에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어디서든 사진을 찍으면 작품이 된다. ⓒ천지일보 2022.3.10
[천지일보 목포=김미정 기자]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골목길에 검은 고양이 두 마리가 거닐고 있다. ⓒ천지일보 2022.3.10

◆이색적인 이름 ‘바보마당’

목포 유달산 아래 있는 서산동은 사람들이 정착해 마을을 이루기 전 넓은 보리밭이었다. 보리타작을 주로 한 보리마당이 지금도 남아있다. 

첫 번째 골목으로 가다 보면 ‘바보마당’이라는 곳이 나오는데 보리마당이라는 이름에서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보마당은 바다가 보이는 마당을 줄여 부른 이름이다. 시화마을 골목길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며 빈집들은 예술인들의 전시장으로 활용된다. 골목에 자리 잡은 바보사진관에서는 흑백사진을 현상할 수 있다. 감성에 더해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흑백사진을 찍으며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보리마당 골목길은 2016년 7월 28일 목포시의 문화유산 제29호로 지정됐다. 

[천지일보 목포=김미정 기자] 목포 시화마을 골목길에 있는 카페. ⓒ천지일보 2022.3.10
[천지일보 목포=김미정 기자] 목포 시화마을 골목길에 있는 카페. ⓒ천지일보 2022.3.10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걸으며 곳곳에 존재하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굳이 포토존이 아니어도 어디서든 포즈를 취하면 작품이 된다.

이곳에는 빈집도 있지만 실제 주민이 사는 집도 많아 골몰길을 다닐 때 소란을 피우는 건 금지다. 추억의 감성을 선물 받는 대신 보상해야 할 배려심이랄까. 골목길을 할머니와 손잡고 부지런히 지나가는 꼬마를 보니 어렸을 적 어머니와 장을 보고 집을 향하던 고향 골목길이 생각난다.

한 편의 시를 보고 있으면 삶의 애환이 느껴진다. (제공: 목포시) ⓒ천지일보 2022.3.10
한 편의 시를 보고 있으면 삶의 애환이 느껴진다. (제공: 목포시) ⓒ천지일보 2022.3.10

한 계단 오르며 나를 돌아보고 한 계단 오르며 부모님을 생각하고 또 한 계단 오르며 삶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덧 꼭대기에 이른다. 골목길의 전봇대 사이로 조금씩 보이던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멀리 고하도, 목포 해상케이블카도 한눈에 들어온다.

목포에 오랫동안 살았다는 김선향(가명, 50대)씨는 “목포에 살면서도 처음 와 봤다”며 “자주 오고 싶은 곳이다. 옛날 감성도 느끼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인 데다 엄마 품처럼 따뜻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년째 어수선하고 국제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하루가 조용할 날이 없는 요즘이다. 조용히 나만의 감성을 즐기거나 가족, 연인 등과 추억을 간직하고 싶다면 목포 서산동 시화마을 골목길을 걸으며 옛 감성에 새롭게 눈을 떠 보길 추천해 본다.

[천지일보 목포=김미정 기자] 시화마을 골목길 입구에 들어서면 이곳을 안내하는 지도가 초록색 칠판에 그려져 눈길을 끈다. ⓒ천지일보 2022.3.10
[천지일보 목포=김미정 기자] 시화마을 골목길 입구에 들어서면 이곳을 안내하는 지도가 초록색 칠판에 그려져 눈길을 끈다. ⓒ천지일보 202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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