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투표일인 9일 오전 경북 울진군 울진읍 울진국민체육센터 투표소로 가기 위해 버스에 탄 산불 이재민 전남중(84)씨가 불에 탄 주민등록증을 대신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 발급신청 확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22.3.11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9일 오전 경북 울진군 울진읍 울진국민체육센터 투표소로 가기 위해 버스에 탄 산불 이재민 전남중(84)씨가 불에 탄 주민등록증을 대신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 발급신청 확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22.3.9

옥계·동해 90시간만 주불 진화

울진·삼척 산불 진화율 80% ↑

아홉산 불 여파 곳곳 냄새 신고

이재민들, 차 타고 투표소 이동

산불 피해 속 투표 모습 ‘숙연’

[천지일보=윤선영·송해인·이현복]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후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 진화율이 80%를 보인 가운데 강릉·동해·영월에서는 잔불 정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날 부산 금정구 아홉산에서 최초로 발생해 20ha(20만㎡)의 임야를 태운 산불은 소방당국의 사투 끝에 대부분 불길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울진군 복지팀은 “이재민 70~80여명이 이날 오후 북면 소재 덕구온천관광호텔로 옮겨 임시주택이 마련될 때까지 생활하게 된다”며 “울진군은 경북도와 함께 빠른 임시주택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민들은 대선 투표일인 이날 오전 주소지별 읍면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후 현 국민체육센터에 돌아와 점심 식사 후 오후 2~3시께 경북도가 마련한 이동 차량을 타고 덕구온천관광호텔로 이동했다.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9일 오전 경북 울진군 울진읍 울진국민체육센터 산불 이재민 대피소에서 이재민이 투표소로 가기 위해 경북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한 버스에 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22.3.11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9일 오전 경북 울진군 울진읍 울진국민체육센터 산불 이재민 대피소에서 이재민이 투표소로 가기 위해 경북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한 버스에 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22.3.9

최병암 산림청장은 전날 오후 울진군 죽변면 산불현장지휘본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전 7시께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 지금 화선(불줄기)이 산 능선으로 약간 넘어온 상태”라며 “초대형 헬기 2대 등을 더 투입해 금강송 군락지 확산 차단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7일보다 20대 증강된 82대 헬기를 집중 배치해 진화하겠다”면서도 “범위가 넓어 장기화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울진·삼척 산불 진화율은 80%로 추정된다. 이날 전국에서 진행 중인 산불은 울진·삼척을 포함해 총 3곳으로 중대본은 부산 금정 산불의 진화율은 90%, 대구 달성은 45%로 보고 있다.

전날 오후 기준 울진·삼척 산불로 인해 기준 2만 2461㏊에 달하는 면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는 7일 발표된 2만 1765㏊ 대비 3.20%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어 지역별 산림 피해 추정 면적은 울진 1만 7279㏊, 삼척 1142㏊, 강릉 1900㏊, 동해 2100㏊, 달성 20㏊, 부산 20㏊ 등이다. 울진·삼척은 각각 122㏊, 370㏊의 피해면적이 확대된 것으로 추정되나 강릉·동해는 추가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 시설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 352채, 농·축산시설 45곳, 공장 및 창고 119곳, 종교시설 7곳 등이다. 주택 피해는 울진이 전체 대비 78.4%에 해당하는 276곳으로 가장 많았고, 동해는 66채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 405가구 526명은 대피 후 미귀가 상태며 이재민은 229가구 349명이다. 현재 413명은 임시주거시설 23곳에 머물고 있다.

산불 피해 속에서도 이재민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앞서 울진군 북면에서 최초로 산불이 발생한 날이 사전투표 첫날인 4일이라 본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게다가 공직선거법상 이재민을 위한 별도 투표소 설치 조항이 없어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각자의 주소지 관할투표소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천지일보 울진=송해인 기자] 경북 울진 산불이 확산 중인 지난 5일 산불이 울진 소재 한 야산을 불태우고 있는 가운데 소방관계자들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3.8
[천지일보 울진=송해인 기자] 경북 울진 산불이 확산 중인 지난 5일 산불이 울진 소재 한 야산을 불태우고 있는 가운데 소방관계자들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3.8

지난 6일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바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강원도 강릉시와 동해시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재가했다. 청와대는 두 지역에 대한 산불 피해 수습·복구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을 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고 밝혔다.

2년째 이어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설상가상 대형 산불 악재까지 더해져 지난 5일과 6일 화재 현장에서 만난 시·도민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5일 울진 검성리 화재 현장에서 만난 이춘성(가명, 84, 남)씨는 “논에서 일하다가 이장의 다급한 안내 방송에 듣고 키우던 개도 못 챙기고 황급히 나왔다”며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다행히도 개는 살아 있었지만, 세월을 함께한 집 두 채는 사라지고 없었다”고 울먹였다.

대피소에서 만난 김형택(가명, 46, 남)씨는 “회사에 있다가 화재 소식을 듣고 집에 들르지도 못하고 체육센터로 직행했다”며 “이미 일어난 일을 두고 누굴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허탈해했다.

그러면서 “검성리 50%가 불에 타고 있는데 이를 알려주는 안내 방송도 없어 답답했다”며 “화재 날 때마다 장비나 물 부족을 얘기하면서도 매년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난 5일엔 강원도 강릉 옥계 산불이 동해까지 번지면서 고속도로·철도교통 등이 마비되며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대피 장소로 이동하는 주민들 모습이 속속 눈에 들어왔다.

[천지일보 울진=송해인 기자] 경북 울진 산불이 확산 중인 가운데 5일 오후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천지일보 2022.3.5
[천지일보 울진=송해인 기자] 경북 울진 산불이 확산 중인 가운데 지난 5일 오후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천지일보 2022.3.9

이날 본지 기자가 찾은 동해 전역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메케한 냄새가 진동했다.

동해 초구리에서 망상컨벤션센터로 대피한 이재민들은 자원봉사단체에서 준비한 텐트에서 악몽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김성태(가명, 49, 남)씨는 “사는 집이 산과 붙어 있는데 집 앞까지 불이 밀려 들어와 간담이 서늘했다”며 “마침 소방대원들이 물을 뿌려 큰 피해는 없었지만, 하마터면 89세 노모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말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5일 오전 1시 42분께 부산 금정구 회동동 아홉산 7부 능선에서 발화한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면서 1000여명이 넘는 인력이 동원되며 소방당국은 화마와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회동동에 사는 유재희(가명, 50, 여)씨는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바람을 타고 냄새가 수시로 올라와 힘들다”며 “등산객들은 산에서 절대 담배 피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울진국민체육센터 이재민 대피소를 찾은 문 대통령은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리셨으니 상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라며 “신속하게 복구가 이뤄져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며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천지일보 동해=이현복 기자] 강원 강릉 옥계 산불이 동해까지 번진 가운데 5일 오후 산불을 피해 집을 떠나온 이재민이 동해 망상컨벤션센터에 마련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천지일보 2022.3.5
[천지일보 동해=이현복 기자] 강원 강릉 옥계 산불이 동해까지 번진 가운데 지난 5일 오후 산불을 피해 집을 떠나온 이재민이 동해 망상컨벤션센터에 마련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천지일보 20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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