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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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에 걸친 대선토론이 끝났다. 토론 때마다 쟁점이 등장하는 듯하다가 이내 사라졌다. 의제가 제기될 때마다 답을 못하거나 엉뚱한 답을 하거나 답을 회피하는 행태가 반복됐다. 5차 토론회에서 단연 눈에 띄는 후보는 심상정 후보였다.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 여러 의제를 던졌다. 차별금지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증세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심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집에 차별금지법이 없다면서 포문을 열었다. 이 후보는 “수차 제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모든 의제를 공약집에 넣어야 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심 후보는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문제를 회피한다면서 본인 생각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월 토론회에서도 강행처리는 곤란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앞서 한국교회총연합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차별금지법 문제는 우리 사회 중요 의제이고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게 현실이다. 일방통행식 입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2017년 대선 때는 “차별금지법에 적극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점점 더 후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긴급한 사안이 아니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구조적 차별과 생활 속에서 차별로 숨이 넘어 가거나 목숨을 끊는 사람이 많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심 후보는 민주당이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제기하며 비정규직을 직고용한다고 했음에도 김용균 동료 6561명 가운데 정규직으로 바뀐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이 후보에게 따져 물었다. 이 후보는 문제 제기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직고용은 국민적 합의인데 제대로 못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간에서 벌어진 일을 강제하기가 쉽지 않다. 국민의힘도 동의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이 강행처리하라는 거냐”고 반문했다.

심 후보는 민주당이 집권했고 국민이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줬음에도 국민의 안전은 나아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가 민간기업 탓을 했는데 이건 옳지 않다. 정부와 민주당은 김용균씨가 다니던 한국서부발전을 공기업화해서 연료 환경설비 운전노동자들을 직고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심 후보는 윤석열 후보를 향해서는 “작년에 산재로 몇 명이 돌아가셨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대답하지 못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가 “작업자들의 책임을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기업들의 논리”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구성요건을 보면 좀 약간 애매하게 돼 있다”면서 현실에서는 ‘수사와 진상규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논리라면 중대재해처벌법 완화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더욱 엄격한 처벌 규정을 둬야 한다고 말해야 옳다. 5인 미만 사업장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해야 옳다.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이 한 해 산재로 목숨을 잃는 국민의 숫자도 모르고 나왔다는 건 후보의 자격을 물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심 후보는 증세도 의제로 끄집어냈다. ‘윤 후보의 공약을 분석해 볼 때 예산이 400조 이상 추가로 드는데 감세를 한다면서 예산 확보가 가능 하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400조는 과장된 것이고 266조가 추가로 드는데 지출구조개혁과 자연증가분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심 후보는 그건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증세가 논의에 등장한 건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대선 후보들, 특히 거대양당의 후보들은 증세를 말하면 표가 깎기고 낙선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 믿음이 근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잘못된 믿음에 사로잡혀 있다가는 양극화는 끝이 없고 죽음의 행렬은 계속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거대 양당의 두 후보는 당선되면 세금 깎아준다, 각종 지원은 크게 해 준다고 경쟁적으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많은 공약을 하면서 재정 대책을 꼼꼼히 내지 않으면 당선된 뒤 큰 낭패를 당하게 된다.

‘증세 없는 복지’는 주권자가 공약사기를 당하는 과정이다. 거대 정당들의 후보들이 복지증세를 회피하면 양극화와 빈부격차, 극단적인 불평등에 신음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지옥보다 힘든 나라가 돼버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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