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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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부는 궁중족발 사장 김우식씨에게 2년 징역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상가세입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활동에 전념해온 맘편히장사하고싶은상인모임(맘상모) 대표 서윤수씨도 징역 1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궁중족발 임차인 부부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 기도하고 마음과 힘을 나눈 옥바라지선교회 소속 신앙인들도 여럿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로 ‘전과자’가 된 사람이 17명이나 된다.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은 무엇을 훔친 것도 누구를 때린 것도 아니고 공공선을 무너트린 건 더더욱 아니다. 정주권을 침해하는 임대인과 법률 집행인에게 항의했을 뿐이다. 주거권과 정주권 그리고 생존권의 관점에서 볼 때 이들의 행위는 지극히 정당하다. 인권의 눈으로 볼 때 그리고 헌법 정신으로 볼 때 임차인의 장사할 권리를 빼앗은 임대인과 ‘명도집행’을 허가한 법원이 부당하다. 권리를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선 이들은 정당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방해했다”고 했다. 옳지 못한 생각이다. 임차인에게 삶의 전부나 다름없는 삶의 터전에서 더 이상 장사 할 수 없도록 집행관과 용역을 투입한 것은 불의한 공권력 투입이었다. 이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판사는 ‘명도집행’이 정당하다고 했지만 어디에서도 정당성을 찾을 수가 없다.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은 2009년 장사를 시작한 이래 장사가 안되는 가게였지만 농부가 논밭을 가꾸듯 삶 터를 가꿨다. 서촌 일대가 뜰 시점에 건물을 사들인 새 임대인은 계약연장하려면 보증금은 3배, 임대료는 4배를 내라고 했다고 한다. 20%만 인상해도 감당할 수 없는데 무려 400%씩 올려달라고 하면 누가 납득을 하고 누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내쫓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고 반민주적 갑질이자 불공정 행위의 전형이다.

법원은 생존권을 유린하는 임대인 편에서 서서 ‘강제집행 허용 판결’을 하고 집행관을 투입했다. 이걸 누가 정당하다고 할 것인가? 법원은 강제집행 판결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명도집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정주권 유린 판결’ 자체가 부당하다. 법원 자신이 부당한 판결을 해놓고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가?

판결의 밑바탕에는 재산권이 최상위에 있다는 가치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가게를 실질적으로 운영해서 가치 있게 만드는 사람은 임차인이다. 그래서 문명국들은 임차인의 권리를 철저히 보호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 소리를 듣고 있다. 사람들의 인권을 잘 보호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날이면 날마다 재산권 타령만 하면서 돈 많은 사람 보호에 ‘혈안’이 된 모습이 아니라 실제 땀 흘려서 일하는 사람의 인권과 생존권 보호에 열성인 그런 사법부, 그런 정부, 그런 국회를 보고 싶다.

정주권 보장의 핵심은 계속 영업할 수 있는 ‘계속영업권’ 보장이다. 계속영업권은 계속장사권이라 부를 수도 있고 사용권 또는 점유권이라 부르기도 한다. 돈만 댄 사람과 실제 장사하는 사람 가운데 누구를 보호할 것인가? 이건 물론 선택의 문제는 아니지만 돈 댄 사람, 곧 임대인에게 모든 힘을 몰아주고 가게를 임차해 땀 흘려 일해서 가게를 빛나게 한 사람의 권리는 너무나 쉽게 박탈하는 사회는 야만적인 사회다.

주택세입자에게 절실한 문제 역시 계속거주권 보장이다. 무엇이든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 의미를 갖기 힘들 것이다. 우리나라 세입자는 이사 걱정에 잠 못 이룬다. 임대인이 들어와 산다고 하면서 2년밖에 못 살게 하거나 계약갱신권 1번 행사한 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나가라고 할 수 있는 제도가 현행 제도다. 세입자 가구는 2년 또는 4년마다 이사를 옮겨 다녀야 하는 짐짝 신세가 된 것이다.

세입자는 주택세입자건 상가세입자건 한 곳에서 계속 머물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살 수 있다. 그래야 선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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