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위법의심거래 공개
9억원 이상 고가 주택 대상
총 3787건 관계기관 통보
편법증여 2248건 가장 많아
父회사서 7억 조달 사례도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9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부친 회사의 자금을 유용하거나 자녀의 명의로 부모가 아파트를 사는 등 명의신탁이 의심되는 정황들이 다수 포착됐다. 특히 강남의 77억원 상당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자금 출처에 대해 소명하지 못한 사례도 적발됐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신고된 9억원 이상 고가 주택 거래 7만 6107건 중 이상 거래로 분류된 7780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총 3787건의 위법의심사례가 적발됐다.
3787건의 의심거래를 유형별로 보면 ▲편법증여 2248건 ▲계약일 거짓 신고 646건 ▲대출용도 외유용 46건 ▲업·다운계약(주택가격을 높이거나 낮춰 신고) 22건 ▲법인자금 유용 11건 ▲법인 명의신탁 3건 ▲불법전매 2건 등이었다.
편법증여 의심거래가 가장 많은 나이대는 30대(1269건)로 드러났다. 이어 40대 745건, 50대 이상 493건, 20대 170건, 미성년자 거래 2건 등이다. 미성년자 중에선 4세 어린이가 조부모로부터 5억원을, 17세 청소년은 부모로부터 14억원을 받아 주택을 매입한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자금 출처 불분명 등 의심 사례 적발
국토부가 공개한 위법의심사례에는 자금조달계획서가 부실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으로 인수를 체결하는 등의 사례가 적발됐다.
먼저 용산의 77억 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와 관련해 A(30대)씨는 12억 5000만원에 대한 출처는 소명했지만, 64억원에 대해 소명하지 못했다. 국토부는 이에 편법증여를 의심, 관련 자료를 국세청에 넘겨 이후 탈세가 인정되면 미납세금을 추징할 방침이다.
또 서울 소재 11억 4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매수한 B(20대)씨는 매수계약을 체결하면서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매도인의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소유권을 넘겼다. 다만 B씨는 이를 상환할 능력이 없고 B씨의 부친이 승낙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국토부는 명의신탁을 의심,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 조사 결과 혐의가 인정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강남의 29억원 아파트를 매수한 C씨는 부친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서 6억 9000만원을 조달, 법인자금유용과 편법증여 혐의로 국세청에 통보됐다. 이후 세무조사에 따라 탈루 세액을 추징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41억 상당의 강남 소재 아파트를 매수하기 위해 본인이 대표인 법인에서 16억원 조달한 사례, 29억원 상당의 부산 소재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기업자금대출 30억원 중 일부를 사용한 사례 등이 관계기관에 통보돼 추후 조사될 예정이다.
◆의심사례 가장 많은 곳 ‘강남’
이번에 적발된 위법의심사례는 주로 서울 강남권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강남이 36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 서초 313건, 서울 성동 222건, 경기 분당 209건, 서울 송파 205건 등으로 집계됐다. 지방에선 대구 남구(133건)도 있었다.
특히 이들 지역은 전체 거래량 대비 위법의심거래 비율도 최상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서울 강남은 5.0%, 서울 성동 4.5%, 서울 서초 4.2%, 경기 과천 3.7%, 서울 용산 3.2% 등이다.
한편 국토부는 적발된 위법의심거래를 경찰청, 국세청, 금융위원회, 관할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 수사 및 과태료 처분 등의 후속 조치가 진행되도록 할 예정이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부동산 시장의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일부 투기세력의 시장교란행위를 적극 적발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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