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인스타그램,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2.2.4
(출처: 인스타그램,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2.2.4

2025년 시장규모 14억원 예상

가짜여도 유용·재미있으면 몰입

로지·루시, 디지털 더블로 제작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가상인간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가상인간이 광고모델은 물론 가수, 쇼호스트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과거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던 가상인간은 기술력이 고도화됨에 따라 진짜 사람 같은 외모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가상인간에 대한 거부감은 줄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면서 가상인간이 자연스럽게 세상에 스며들고 있다.

◆급성장하는 가상인간 시장

최근 가상인간이 주목받으면서 시장 규모도 급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는 2021년 2조 4000억원에서 2025년 14조원으로 5.8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실제 인플루언서 시장(13조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가상 인플루언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6년에 등장한 미국 가상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00만명에 달하며 캘빈클라인, 샤넬 등 명품 브랜드 모델로 활동했다. 이에 릴 미켈라를 개발한 브러드는 2019년에만 130억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이마가 이케아의 모델로 활약했으며, 현재 33만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가상인간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98년 사이버 가수 ‘아담’이다. 당시 아담은 1집 ‘세상엔 없는 사랑’으로 데뷔해 20만장이라는 음반 판매에 성공했지만 2집 음반 판매가 실패하면서 사라졌다. 이후 2020년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의 ‘로지’의 등장부터 시작해 다른 가상인간도 속속히 등장했다.

향후 가상인간은 AI 기술 도입으로 쇼호스트나 아나운서, 캐스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시대가 지속되면서 온라인기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강의, 코칭, 상담 등 분야에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가상인간은 현실의 셀럽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할 수 있기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본다”며 “MZ세대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는 가상인간이 가짜임에도 불구하고 자기한테 유용하거나 재미라든지 피드백을 주게 되면 충분히 몰입한다”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가상인간 시장의 전망에 대해 “한국의 가상인간은 아직 국내용인 것 같다. 기존의 어떤 미소녀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21세기 어떤 캐릭터성이라든지 스토리 콘셉트를 좀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상호작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상호 피드백을 얼마나 잘해주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데믹으로 불확실성이 팽배한 지금, 디지털 창조시대에 가상인간 신기술의 발전은 문화예술분야에도 영향을 끼치며 지속해서 발전되고 있다”며 “가상인간은 가수부터 배우, 쇼호스트, 스포츠스타 등 가상 인간의 활동 영역이 갈수록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평론가는 이어 “메타버스 시대에 어울리는 가상인간은 탈현실화를 향한 인류의 대항해시대의 트렌드가 됐으며, 디지털 전환의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다”면서도 “진짜 같은 가짜로 악용되거나, 성적 대상화 하는 윤리적인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가 ‘정관장 화애락 이너제틱 바디’와 가을 캠핑 다이닝을 즐기고 있다. (제공: KGC인삼공사)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가 ‘정관장 화애락 이너제틱 바디’와 가을 캠핑 다이닝을 즐기고 있다. (제공: KGC인삼공사)

◆광고시장 접수한 가상인간

로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11만 3000명의 국내 첫 가상 인플루언서다. 한글인 ‘오로지’에서 이름을 따온 로지는 젊은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 개발한 가상의 22세 여성이다. 지난해 신한라이프의 TV 광고에 등장해 이목을 끌은 바 있다. 피부결, 솜털까지 갖춘 정교한 외형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로지는 지난해에만 1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로지는 신한라이프 광고 외에도 KGC인삼공사 모델, GS리테일 전속 모델, 자동차, 골프, 패션 쇼핑몰까지 광고모델을 잇달아 꿰차 ‘광고 퀸’에 등극했다.

로지 이외에도 다양한 가상인간이 있다.

디오비 스튜디오의 가상인간 ‘루이’는 인공지능(AI) 유튜버다. 루이커버리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루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누리홍보대사, 한국관광공사의 명예홍보대사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전통한복 담한의 모델로 선정돼 한국의 문화와 전통, 여행지 등을 알리는 일에 힘쓴다.

디오비 스튜디오 가상인간 ‘루이’. (출처: 인스타그램)
디오비 스튜디오 가상인간 ‘루이’. (출처: 인스타그램)

◆가수·쇼호스트 등으로 영역 넓혀

뮤지션에 나선 가상인간도 있다. LG전자의 ‘김래아’다. 래아는 LG전자가 AI 기술을 활용해 구현한 가상 인플루언서다. 2021년 ‘CES 2021’에서 열린 ‘LG전자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연설자로 깜짝 등장,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섰다.

래아는 서울에 거주하는 23세 여성으로 음악을 만든다. LG전자는 연예기획사 미스틱스토리와 지난해 12월 래아의 뮤지션 데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업무협약에 따라 래아는 미스틱스토리의 ‘버추얼 휴먼 뮤지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윤종신 미스틱스토리 대표가 직접 참여, 래아의 노래는 물론 목소리까지 프로듀싱한다.

뮤지션이 있다면 걸그룹도 있다. AI 스타트업 펄스나인은 가상인간 11명으로 구성된 가상 걸그룹 ‘이터니티’를 지난해 3월 데뷔시켰다. 멤버 중 한 명인 ‘다인’은 솔로 음원을 내기도 했다.

패션모델로 화보 촬영을 한 가상인간도 있다. 스마일게이트에서 제작한 ‘한유아’는 패션 매거진 화보를 촬영했으며 연기와 음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계획이다. 그는 이달 말 음원 발매를 한다.

쇼호스트 가상인간으로는 롯데홈쇼핑의 ‘루시’가 있다. 루시는 롯데홈쇼핑이 자체 개발한 가상인간으로 작년 12월 쇼호스트로 데뷔했다. 그는 6만 7000명에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로 주얼리 브랜드 ‘O.S.T’, 외식 브랜드 ‘쉐이크쉑’ 등과 협업해 활동 영역을 확대 중이다.

네오엔터디엑스 ‘리아’는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라이브쇼핑몰’에서 쇼호스트가 돼 김을 팔았다. 리아는 실사형 가상인간 쇼호스트 세계 최초 라이브커머스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했다. 리아는 시청자들과 실시간 질문답변을 이어가며 30분간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 진행됐던 타타대우상용차 신차 발표 행사에서는 가상인간 30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미즈 쎈(Ms.XEN)’이 신형 트럭인 맥쎈과 구쎈을 소개했다. 커리어우먼의 이미지의 미즈 쎈은 10분가량,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타타대우의 주력 모델인 맥쎈을 중심으로 주요 기능들을 매끄럽게 소개했다.

미스틱스토리의 대표 프로듀서인 윤종신과 래아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LG전자) ⓒ천지일보 2022.2.4
미스틱스토리의 대표 프로듀서인 윤종신과 래아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LG전자) ⓒ천지일보 2022.2.4

◆가상인간 어떻게 만드나

현재 가상인간 구현 기술과 AI 기술은 발전 단계다. 실제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가상인간 구현에도 필요한 결과물에 맞춰서 다양한 기술을 조합해 제작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 가운데 하나는 ‘디지털 더블’이다. 디지털 더블이란 특정 실제 모델의 얼굴에 AI가 가상 얼굴을 입히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딥페이크 기술과 달리 3D 분석을 통해 얼굴을 합성하기 때문에 자연스럽다는 특징이 있다. 이 방식으로 탄생한 것이 로지와 루시다. 3D 모델링을 통해 합성할 얼굴을 100만 분의 1m 수준으로 정교하게 분석하고 딥러닝 기술을 통해 AI가 사람 표정에 따른 얼굴 근육을 분석하고 정교한 가상 얼굴을 생성한다. 다만 영상 제작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여러 명의 얼굴 데이터를 조합해서 새로운 얼굴을 만드는 이른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사람의 얼굴을 가상의 얼굴로 변환하는 방식도 활용된다. 사람과 유사한 비주얼 표현이 가능하지만 딥페이크의 특성상 얼굴의 특정 부분을 원하는 대로 정교하게 제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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