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 DB
화재진압 투입되는 소방관들. ⓒ천지일보 DB

'나는 소방관'… “하늘이 주신 천직 기꺼이” 

“설 명절에 고향 다녀온 지 7~8년 지났다”

명절 화재 절반 음식 조리시 발생… “각별히 조심해야”

‘소방관의 가족’이라는 이름… “자랑스런 소방관 아빠!”

“국민들 소방관의 안전 바래… 대한민국 소방 화이팅”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설날인 1일 아침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세 번째 설날을 맞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과 소원을 빌며 즐거운 명절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소방관 경력 18년째인 채영섭(남, 52) 전남소방본부 순천소방서 119구조대 팀장은 이번 설 연휴에도 소방서를 지킨다.

채 팀장은 지난해 아버지의 길을 걷겠다는 아들을 코로나19로 인해 14개월 동안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다. 그의 아들은 군 제대 후 소방공무원이 되고자 특수부대 특전사로 근무 중이다. 

채 팀장은 1일 “‘소방공무원을 선택한 이상 나에게 명절이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명절 때 고향집이나 처가에 마음대로 가지 못하고 친구들을 볼 수 없는 아쉬움도 있지만 오히려 누군가의 안전을 위해 제복을 입고 근무하는 그 자체가 즐겁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얼마 전 광주 붕괴사고와 평택 냉동창고 화재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설 명절 기간에도 소방관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오히려 전국 소방관서는 설 연휴 기간 화재 등 재난의 예방 및 대응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특별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대규모 사건‧사고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서다.

전남소방본부에서 근무하는 박태진(남, 44) 소방위는 “설 연휴에 고향 다녀온 지 7~8년이 지났다”며 “그날도 집에 가는 길에 화재를 목격하고 동료들과 함께 화재 진압하고 고향 집에 도착했는데 검은 그을음으로 가득한 아들 얼굴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셨던 어머니가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박 소방위는 소방본부에서 홍보 업무를 맡아 국민들에게 소방정책을 알리고 그 정책에 공감하면서 소방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일하고 있다.

그는 “세 번째 코로나 설날에도 모두가 평상시와 동일하게 일하고 있다”며 “소방서는 365일 24시간 현장 근무자들이 상주해 화재·구조·구급 등 소방 본연의 업무와 함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증상자 이송 등 업무를 충실히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우리 아빠 소방관이다’라고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이 길을 걷기 참 잘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자신도 공무원 생활을 40년 넘게 하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소방위는 구조현장에서 고생하는 소방 가족들에게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라’는 소명을 이행하며 헌신을 강조하지만 국민들께서도 우리의 생명이 희생되는 걸 바라지 않으실 것”이라며 “모든 소방관들이 항상 조심하고 또 긴장하며 안전한 소방생활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방관 경력 20년째인 최주일(남, 45) 인천 영종소방서 119구조대장 역시 교대근무로 대부분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

최 대장은 “20년 동안 명절에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고향을 방문한 아내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며 “‘소방관의 가족’의 평화는 사랑하는 아내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 마음에 보답하는 길은 나는 물론 소방동료들까지 안전사고 당하지 않고 건강하게 퇴직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근무기간 중 화재진압반 4년, 인명구조반 10년, 현장지휘반 3년, 안전 담당 등 내근 근무 2년을 해왔다. 화재, 교통사고, 산악사고, 수난사고, 생활안전사고 등 모든 재난 현장에 제일 먼저 투입돼 임무를 완수하는 119구조대가 좋아서 지원했다.

내근 근무 2년 정도 됐을 때 “‘000아파트 화재출동’, ‘000교차로 교통사고’, ‘000산 산악사고’ 출동지령이 내려온 데 책상에 앉아 ‘아 나도 출동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출동 사이렌 소리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동료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자신을 깨달았다”고 했다. 한 겨울 새벽에 얼어붙은 방화복을 입지 않아도 되고, 생사를 오가는 현장에 투입돼 아내와 자녀의 얼굴이 스쳐가는 오싹한 기분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내근직을 접고 재난 현장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대장은 “인천소방본부는 트라우마 같이 명절 연휴기간에 대형 사고가 많은 편”이라며 “추석 전날 주방용품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압 활동 중 선착대 선후배들이 사고를 당했다”며 “고향에 있던 아내와 가족들이 뉴스를 보고 저한테 연락을 시도했는데 다음날까지 연락이 안돼 마음 고생한 일이 기억난다”고 했다.

소방당국이 화재안전특별조사를 실시해 위반사항이 통보된 건축물은 소유자와 실제 사용자, 불법 증축 및 용도변경 등 무허가로 사용 중 또는 공장을 비워둘 시 난방기구 등에서 폭발사고, 화재 등이 발생한다. 소방관들은 사고 원인과 현장 안전 상황을 고려해 국민의 생명을 구조하는 데 필사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올해 들어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사고와 평택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등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29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피해자 가족협의회 관계자가 직접 매몰자 구조와 실종자 수색을 하겠다며 아파트 내부로 들어오자 소방당국 관계자가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팔을 잡아당기고 있다. 가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5시께 24층 천장 부분 균열이 위험하다는 국토안전관리원 판단에 따라 구조·수색 작업이 일시 중단되자 직접 가족을 구하겠다며 사고 현장 내부로 들어갔다. (출처: 연합뉴스)
29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피해자 가족협의회 관계자가 직접 매몰자 구조와 실종자 수색을 하겠다며 아파트 내부로 들어오자 소방당국 관계자가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팔을 잡아당기고 있다. 가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5시께 24층 천장 부분 균열이 위험하다는 국토안전관리원 판단에 따라 구조·수색 작업이 일시 중단되자 직접 가족을 구하겠다며 사고 현장 내부로 들어갔다. (출처: 연합뉴스)

최 대장은 “더 이상의 국민의 인명피해, 소방관의 희생을 막고자 공사 현장의 현황과 현지적응훈련을 진행 중”이라며 “설 명절이 끝나는대로 동료 소방관을 구조하는 ‘소방관 신속동료구조팀(RIT-rapid intervention team)’ 교육을 대원들과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들께 “국민이 안전해야 소방관도 안전하다”며 “명절 고향 방문 전 주택, 사무실, 공장을 비워둘 때 난방기구 및 전기기구 전원끄기, 화원 제거 등 사전 점검을 꼭! 꼭! 꼭!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소방청은 최근 5년 동안 설 명절에 전국에서 주택화재 598건으로, 하루 평균 40건의 주택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평소에 비하면 30% 정도 더 많은 수치다. 이 기간 설 연휴 발생한 화재로 18명이 숨지고 49명이 다쳤다. 

소방청은 화재 원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요리를 하다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명절에는 음식 준비 등으로 가스렌지 등 사용이 늘어나 화재 위험이 커진다.

화재 발생은 하루 중 오전 9시부터 증가해 식사와 음식 준비 시간이 맞물리는 오후 1~6시에 가장 많았다. 명절 음식을 먹고 잘못돼 병원으로 이송되는 구급상황도 발생한다. 

소방청 일일소방활동상황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141건(사망 1명, 부상 17명, 피해액 5149만원), 구조·구급 건수는 각각 741건과 4804건, 생활안전 건수는 636건이었다.  

채 팀장은 “아마도 저는 누군가를 지켜주고 보호해 주는 일이 하늘이 저에게 주신 가장 소중한 선물이며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소방관의 길을 걷고 있다”면서 “소방공무원에게 설 명절은 1년 365일 중 하루 일 뿐이기에 평소와 다름없이 출동 지령 스피커에 귀를 기울이고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박 소방위 역시 부모님과 가족을 떠나 소방서에서 설 명절을 보낼 예정이라며 “일하는 아들 걱정, 아빠 걱정, 남편 걱정하는 우리 가족들에게 얼굴 보고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14일째인 24일 소방대원들이 건물 내 22층에서 유압절단기를 이용해 잔해물을 제거하고 있다. (제공: 소방청)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14일째인 24일 소방대원들이 건물 내 22층에서 유압절단기를 이용해 잔해물을 제거하고 있다. (제공: 소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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