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미국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밝혔다. 회의에서는 현 한반도 주변 정세와 일련의 국제 문제들에 대한 분석 보고를 청취하고 금후 대미 대응 방향을 토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2022.1.20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미국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밝혔다. 회의에서는 현 한반도 주변 정세와 일련의 국제 문제들에 대한 분석 보고를 청취하고 금후 대미 대응 방향을 토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2022.1.20

김정은, 노동당 정치국회의 참석

“잠정 중지한 모든 활동 재가동 검토”

美측의 상응 조치 없자 불만 커진 듯

바이든 1주년‧제재 일주만에 메시지

결국 ‘관심끌기용’… 행동 나설지 주목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20일 미국에 대한 신뢰조치를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대미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나서겠다는 것인데, 특히 ‘잠정 중단했던 활동 재가동 검토’라는 표현을 두고 당장 북한이 지난 2018년 선언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철회를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아직은 지켜봐야겠지만, 북한의 향후 행동 수위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는데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내 공을 들여왔던 평화프로세스 구상도 자칫 좌초될 가능성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北, 정치국회의서 대미 대응 논의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어제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서 미국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김정은의 회의 발언은 별도로 소개하지 않고, 정치국의 주요 결정 내용만 보도했다.

북한은 특히 “(자신들이)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 구축 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앞서 2018년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앞으로 이런 조치를 해제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물론 일각에선 너무 앞서나간 과도한 해석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북한은 이 같은 결정의 이유로 싱가포르 회담 이후 자신들은 정세 완화의 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미국의 적대시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묵과할 수 없는 한계선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자신들은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양국관계가 급격히 경색국면으로 치달았음에도 모라토리엄을 유지해왔으나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실제적 행동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에 의한 폭동 1주념을 기념하기 위해 미 국회의사당 조각상 홀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에 의한 폭동 1주념을 기념하기 위해 미 국회의사당 조각상 홀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北, 대미압박 나선 이유는

북한이 대미 신뢰조치 재고를 전면에 내세워 대미 압박에 나선 셈인데, 이 같은 반응은 공교롭게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 맞춘 것이기도 하거니와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3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첫 제재를 내놓은 지 일주일만에 더욱 수위를 높이고 나온 것이어서 이목이 집중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란 핵협상 등으로 미국에서 북한 문제가 뒷순위로 밀리자 관심도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의도인 한편, 대북제재 카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까지 지속해서 강경한 모습을 보인 건 자신들의 군사력 강화 계획 외에도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강 대 강 대치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관심끌기를 위한 ‘떼쓰기’ 전략이라는 것인데, 실제로 이날(현지시간) 111분간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아울러 최근 연이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자신들의 군사력을 과시한 것도 ‘제재에 맞서겠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관심끌기 차원이라는 것이다.

결국 북한의 대미 압박은 미국의 관심을 유도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들을 얻어내기 위한 특유의 벼랑끝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악의 경제난에 처한 북한의 경우 작년 초 제8차 당 대회에서 세운 국가발전 5개년 계획과 연말 전원회의 결정 과제 달성을 위해선 제재 해제 등 북미관계 회복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물론, 이 같은 자신들의 상황과 맞물려 과거의 사례에서도 극한 대립 속 국면을 전환해 대화 테이블로 나왔던 때가 허다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강조점이다.

(CG) (출처: 연합뉴스)
(CG) (출처: 연합뉴스)

◆北, 핵실험‧ICBM 카드 꺼내드나

관심사는 북한이 실제 행동에 나설지 여부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주재한 회의에서 나온 결정인 만큼,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한계인 ‘레드 라인’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전날 정치국회의에서는 4월 15일 김일성 출생 110년과 2월 16일 김정일 출생 80년 행사를 치르기 위한 문제도 논의됐는데, 이 두 행사를 자신들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과시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르면 2월 16일 전후, 늦어도 4월 15일 전후에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북한이 유예 조치를 완전히 폐기한다는 말 대신 ‘검토’라는 표현을 썼던 터라 미국의 향후 반응을 봐가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핵실험과 ICBM 추가 시험발사는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용인할 수 없는 선을 넘는 것이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적다는 시각도 많다. 인공위성 로켓 발사 또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에서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이 이번 회의에서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 이어 대남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물론 남측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대미 압박 메시지 자체가 남북관계와도 얽혀있는 상황이라 대남‧대미 관계를 주도해왔던 문재인 정부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자칫 북한이 행동에 나설 경우 우리 정부가 지난 5년간 펼친 대북정책이 임기 말 사실상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후 방송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후 방송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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