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뱅크, 라티노바로메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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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등 문제 중시 해방신학

신도 일상 관심 적단 평가도

신앙체험 오순절 교회 성장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00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고 난 후 브라질에서 가톨릭 신자가 된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의 숫자다.   

가톨릭은 남미에서 수백년 동안 거의 모든 주민들이 믿는 종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남미 여러 나라에서 가톨릭 신앙을 버리고 개신교 신앙을 택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주목된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칠레 여론조사 기관 라티노바로메트로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중남미 지역에서 비가톨릭 신자가 다수가 된 나라가 우루과이와 도미니카공화국 그리고 중미 5개국 모두 7곳이다.

전 세계에서 가톨릭 신자수가 가장 많은 브라질에서도 빠르면 올해 가톨릭 신자가 과반수에 미달하게 된다고 연구자들이 밝히고 있다.

리우주의 경우 이미 가톨릭 신자수가 과반수보다 적어져 전 인구의 46%에 불과한 것으로 2010년 총인구조사에 나타나 있다.

“바티칸이 세계 최대 가톨릭 국가를 잃어가고 있다. 정말 큰 손실이지만 되돌릴 수도 없다.” 브라질 인구학자 호세 에스타키노 디니스 알베스는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현재 감소율이라면 빠르면 올 7월 초까지 브라질 전체 가톨릭 신자 비율이 50% 아래로 떨어진다고 추산하고 있다. 

가톨릭 신자 감소 원인은 복잡하다. 가톨릭에 대한 우대를 폐지한 정치적 변화뿐 아니라 전 세계적 탈종교화 현상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팬데믹 동안 전도에 열심인 개신교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해 사람들을 끌어들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디니스 알베스 교수가 말했다.

가톨릭교회 안팎에서는 가톨릭교회가 많은 사람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종교적 사회적 요구적 충족시키는데 실패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남미 가톨릭교회는 신도들의 일상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자주 받아왔다.

1960~1970년대 해방신학의 확산으로 남미의 가톨릭교회가 마르크시즘에 경도돼 사회 정의 실현에 나섰지만 개신교 신앙 확산을 막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가톨릭 교회는 가난한 자들을 선택했고 가난한 자들은 오순절 기념일을 선택했다”는 말도 나왔다.

가톨릭 쇠퇴는 남미 지역에 사회적, 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오순절 교회 신도들의 보수적 성향에 힘입어 자이르 보우소나르 우파 대통령이 2018년에 당선할 수 있었다. 보우소나르 대통령 본인은 가톨릭 신자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의 내각에는 오순절교회와 복음주의 신자들이 두드러지게 대표되며 의회도 1/3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보우소나르 대통령의 부인은 복음주의 교회에 다닌다. 오순절교회는 미국에서 발원한 종파로 혀로 말하고 신앙치유를 하는 등 성령과 신체가 직접 접촉하는 것을 강조하는 장로교 분파 중 하나다.

한편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와 같이 종교를 갖지 않는 사람이 증가하는 나라에서는 인공유산을 합법화하는 등 진보적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여전히 가톨릭 신자가 다수인 멕시코에서도 교회의 사회 장악력이 약해지면서 지난 9월 대법원이 인공유산 허용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바티칸 교황청에 따르면 중남미 지역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남미 주민 84%가 교회를 다니며 성장했으나 2014년 69%만이 가톨릭 신자로 남았다. 남미 주민 가운데 장로교 신자라고 밝힌 사람이 19%였으며 이들 중 65%가 오순절교회 신자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이던 때 오순절교회 지도자들과 만나 경쟁하지 않고 공존할 것을 모색했다.  교황은 개종을 노리는 포교활동에 반대하는 일도 많았다.

2019년 아마존 지역 종교회의에서 신도 수가 주는 문제는 아예 거론되지도 않았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 관심사인 환경문제를 주로 다루기도 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16세기 중남미를 식민지화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가톨릭은 19세기 독립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국교의 지위를 상실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까지는 가톨릭에 대한 법률적 특권이 인정됐고 다른 종교는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2020년까지 브라질의 오순절 교회 신도가 680만명에서 4670만명으로 늘었다. 과테말라의 경우 19만 6000명에서 290만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엄격한 교회 생활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물질적, 영적 도움을 주는 오순절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 큰 성과를 냈다.

신도가 소규모 집단을 이끄는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쌀과 콩을 기부받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줬고 소년 축구클럽을 지원해 갱단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브라질의 낙후한 공공의료시스템을 대신해 민간의료보험의 역할도 떠맡았다.

가톨릭→ 개신교 개종 이유는

가톨릭에서 개종한 이유는 뭘까. 2014년 라틴아메리카의 전 가톨릭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퓨 리서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1%가 ‘하나님을 더 가깝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10명 중 6명 이상이 ‘성도를 더 돕는 교회’를 발견했기 때문에 가톨릭을 떠났다고 말했다.

개신교 신자들의 신앙심도 훨씬 더 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2007년 브라질에서 실시 된 조사에서 신교 신자들의 60% 이상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교회에 간다고 답했으나 가톨릭 신자들은 16%만 그렇다고 답했다.

브라질의 경우 텔레비전 방송국을 보유하는 등 활발한 기업활동을 펴는 신자들이 많은 오순절 교회는 헌금도 많아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이나 정치 세력에 대한 지원도 활발하다.

남미 최대 도시 상파울루에 세워진 3억 달러(약 3571억원) 짜리 솔로몬 사원이 개신교의 급속한 성장을 상징한다. 브라질에서 가장 돈이 많은 오순절 교회가 2014년에 지은 이 사원은 10만명의 신도를 수용한다.

이곳의 목사들은 남편들에게 설거지를 하라고 가르치고 바람을 피운 부인을 용서하라고 설교한다. 결혼한 목사들이어서 가톨릭 신부들과 달리 자유롭게 이런 주제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금으로 장식한 솔로몬상 앞에 정장을 한 남성들이 크레디트카드로 헌금을 받는다. 목사들은 헌금을 많이 할수록 더 부유해진다고 약속한다.

“오순절 교회 확장, 조만간 정체될 것”

일부 사회학자들은 중남미에서 오순절 교회의 확장이 조만간 정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종교 시장이 갈수록 다원화되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남미 가톨릭 교회들 가운데는 오순절 교회처럼 부흥회를 개최하는 등으로 신도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곳도 있다.

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을 대신해 아마존 종교회의를 주재한 우루과이의 마르틴 라사르테 신부는 해방신학이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종교 체험보다 중시했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라 “오순절 교회가 신도들에게 제공하는 복음 속에서 느끼는 실존적 기쁨의 느낌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1970년대부터 카리스마파 가톨릭 개혁이 가톨릭 신자의 오순절 개종을 일부 막아왔다. 신앙치유와 방언과 같은 오순절 교회 방식과 성모 마리아 숭배와 같은 가톨릭 전통을 결합한 가톨릭 종파다. 2020년 남미 가톨릭 신자의 22.8%가 카리스마파 가톨릭 신자인 것으로 세계 기독교 데이터베이스에 나타나 있다.

최근에는 가톨릭 교리를 강조하는 보수적인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150만명의 페이스북 팔로워가 있는 브라질의 파울로 리카르도 신부는 해방신학 이론을 부정하면서 총기 소유를 완화하자는 보우소나르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기도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브라질을 방문하는 등 중남미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있지만 가톨릭 신자의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는 모습이다.

교황에 자문하는 전 세계 학자 기구인 바티칸 교황청 사회과학 아카데미의 칠레 출신 사회학 교수 페드로 모란데 쿠르트는 “가톨릭 교회는 중앙집권적인 주도권을 강화하는 것은 고사하고 역사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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