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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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아일랜드’는 자신들이 생태적인 재앙으로 지구 종말의 생존자들이라고 믿고 있는 수백명의 주민이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선택되기를 바라고 있으나 자기를 포함한 그곳의 모든 사람이 사실은 스폰서(실제 인간)에게 장기와 신체부위를 제공할 복제인간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 탈출하는 내용이다.

우리 정부가 실제와 똑같은 인간 복제품을 만들어 의료에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영화 ‘아일랜드’와 다른 점은 실제 신체적 복제품이 아니라 가상공간에서 실물과 똑같은 물체(복제품 쌍둥이)를 만들어 다양한 시험을 통해 검증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 세계의 물체를 가상세계에서 똑같이 구현한 것(쌍둥이)을 말한다. 모니터링, 시뮬레이션, 메타버스 등으로 가상공간에서 현실을 시각화해 보여 준다.

실제품을 만들기 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을 분석·예측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데 사용하는 기술이다. 이미 제조, 교통시설, 건설 및 토목업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자율차, 드론 등 신산업과 국토·시설관리를 위해 도로·지하 공간·항만·댐 대상으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있다. 도심지 등 주요 지역의 높이 값을 표현한 수치 표고모형 구축과 고해상도 영상지도 작성, 국도와 지방도 정밀 지도 구축, 노후 지하공동구(120㎞) 계측기 설치, 스마트항만·스마트시티 구축 등에 활용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의료에 활용하는 것이 메디컬 트윈이다.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면 환자의 데이터와 신체, 내부 장기 모습까지 시각화할 수 있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환자의 생체신호와 질병상태의 실시간 모니터링, 진단과 치료 시뮬레이션, 비숙련의료인 교육훈련, 개인 가상 주치의, 비대면 진료 등으로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메디컬 트윈이 상용화하면 개인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공간에 가상 환자를 만들어 치료 효과를 예측하고 최적의 약물 처방을 파악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또 신약후보 물질 발굴 과정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시뮬레이션해서 임상시험 기간을 단축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외과 분야에서는 실제 장기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 수술 시뮬레이션에 활용할 수 있다. 대형병원이 환자의 동선을 최적 배치하는 데에도 응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메디컬 트윈이 많이 추진되고 있다. 다쏘시스템이 움직이는 심장을 디지털 환경에서 모델링한 ‘리빙 하트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필립스가 ‘디지털 환자’를 구현해 효과적인 치료법을 파악하거나 GE의 헬스케어는 가상 병원을 구현해 환자 대기시간을 줄이고 사전에 문제를 해결하는 임상 커맨드센터를 구축했다.

우리정부도 메타버스 시대에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 대비하기 위해서 ‘메디컬 트윈’ 기술 확보를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메타버스 시대에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 대비해 4월 메디컬 트윈 기술 개발 사업 공고를 내고 7월부터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다. 2026년까지 5년간 총 135억원을 투입한다.

한국인에게 특화된 메디컬 트윈 기반 의료 기술 개발을 목표로 의료 영상, 전자의무기록(EMR), 생체신호 등 실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체·장기 메디컬 트윈을 생성하고, 최적의 수술 방법 결정과 예후 예측 등을 위한 시뮬레이션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메디컬 트윈 기술 보유 기업과 병원을 비롯해 의료 데이터,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개발 기업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트윈 사업이 성공해서 원격의료까지 도입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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