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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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속에 작년 말 원격진료 환자 수가 220만명을 넘고 진료 건수가 작년 말 320만건을 넘었다고 한다. 정부는 20년간 논란 끝에 지난해 2월 코로나 시에 한해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병원을 오가면서 일반 환자들의 감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의료시설과 의료인력 부족, 병원 내 감염 등을 막기 위한 한시적인 조치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 단계일 때만 원격진료를 할 수 있고 의사들이 협조하지 않아도 강제할 수 없다. 코로나 시에 한해 한시적으로 허용임에도 원격진료 애플리케이션 ‘닥터나우’ 이용자는 서비스 개시 10개월 만에 50만명을 넘어섰다.

영상통화 방식으로 의사와 이용자의 진료를 연결하는 솔닥의 경우 원격진료 이용 건수가 7월 서비스 개시 이후 누적 6000건을 돌파했다고 한다. 성형 미용 정보 플랫폼인 ‘강남언니’는 한국은 물론 일본 시장까지 공략해 성공하고 있다고 한다. 의사와 환자들에게 원격의료의 편의성과 실효성이 확인된 셈이다.

우리나라는 의료강국이면서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원격의료의 최적 조건을 갖췄는데도 수십 년 동안 허송세월을 보냈다. 의료계의 반대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안전성 위협과 대형 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을 반대 이유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한시적 시행 결과 그동안 큰 오진은 없었고 환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국민의 81.9%가 원격의료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의 원격진료 비중은 코로나 이전 0.15%에서 13%로 급증했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세계적으로 원격의료는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7개국 가운데 32개국이 원격의료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원격진료 비중은 코로나 이전 0.15%에서 13%로 급증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하면 100배가량 증가했다. 유럽에서도 수천만명이 원격의료를 체험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원격진료 건수가 약 2000만건이 넘는다고 한다.

중국은 원격진료 플랫폼을 이용하는 의사와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일본은 1만여곳의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고 2018년 원격의료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등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원격의료를 권장하는 이유는 의사와 환자 모두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원격의료에 적용되는 기술이 발전하며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은 연평균 19% 성장하며 2024년 10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현재 코로나 재택 치료자가 1만여명이 넘고 병상이 없어 대기하는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원격진료를 선호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전국에 최첨단 통신망이 깔려 있어 원격의료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고령화로 만성질환자도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제는 한시적 허용이 아니라 원격의료를 정식으로 허용해 모든 국민들의 건강관리를 돕고 의료 선진화와 의료 경쟁력 강화를 해야 한다. 장기적 안목에서 의료계와 의료기기·정보통신 업계가 원격의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격 플랫폼을 통해 종합병원과 동네 병원의 상생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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