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F-5E 전투기 추락사고 이틀째인 12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 한 야산에서 군 관계자들이 사고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2.01.12 (출처: 뉴시스)
공군 F-5E 전투기 추락사고 이틀째인 12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 한 야산에서 군 관계자들이 사고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2.01.12 (출처: 뉴시스)

경고등 후 추가 결함까지 발생

공군 “하늘 사랑한 모범적 군인”

14일 영결식 후 대전현충원 안장

문대통령 “살신성인, 軍의 귀감”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임무 수행을 위해 기지를 이륙하던 중 추락한 공군 F-5E 전투기의 조종사가 비상 탈출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민가를 피하려고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도 “고인의 살신성인은 언제나 우리 군의 귀감이 될 것”이라며 같은 마음을 전했다.

◆공군, 사고조사 결과 공개

공군 비행사고 대책본부는 이날 사고조사 분석 결과, “고(故) 심정민(29세) 소령이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이런 행동을 했던 정황이 포착됐다”며 “항공기 진행 방향에 다수의 민가가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비상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은 채 회피기동 중 민가 100m 인근 야산에 충돌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사고 항공기(F-5E)는 지난 11일 오후 기지에서 이륙 후 상승하던 중 양쪽 엔진에 화재 경고등이 들어왔다. 조종사는 상황을 전파하고 긴급 착륙을 위해 수원 기지로 선회했지만 조종 계통 결함이 추가 발생했다.

관제탑과 교신 속 기체가 급강하하자 조종사는 “이젝션(Ejection·비상탈출)”을 두 차례 외치며 비상탈출을 하려고 했지만 전투기 진행 방향에 다수의 민가가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끝까지 비상 탈출 좌석 레버를 당기지 않고 사투를 벌이다가 끝내 순직했다는 게 공군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전투기는 주택이 몇 채 있는 마을과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 특히 조종사가 비상탈출을 외친 뒤 추락 전까지의 약 10초간의 시간도 탈출을 하기엔 충분했던 것으로 전해져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F-5 계열 전투기 비상탈출 장치는 2013년 교체한 신형으로, 장치를 작동하기만 했다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故 심정민 소령. 2022.01.13. (출처: 뉴시스)
故 심정민 소령. 2022.01.13. (출처: 뉴시스)

◆문대통령, 순직 조종사 애도

조종사는 공사 64기로 2016년 임관한 심정민 소령이다. 1993년생으로 올해 29세인 심 소령은 F-5를 주기종으로 5년간 임무를 수행했다. 지난해 11월 호국훈련 유공으로 표창을 수상하는 등 전투 조종사로서 기량도 뛰어났다.

심 소령은 전투조종사로서의 자부심이 남달라 평소 “나는 언제까지나 전투조종사로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 소령의 영결식은 14일 오전 9시 공군 제 10전투비행단에서 엄수되며 고인의 유해는 같은 날 오후 4시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공군은 “고인은 작년 11월에는 호국훈련 유공으로 표창을 받을 만큼, 하늘을 사랑하고 공군인임을 자랑스러워했던 모범적인 군인이었다”고 말했다. 공군은 고인의 계급을 대위에서 소령으로 추서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도 순직 조종사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조국 하늘을 수호하다가 순직한 심정민 소령의 명복을 빌며, 슬픔에 잠겨 있을 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적었다.

또 “끝까지 조종간을 붙잡고 민가를 피한 고인의 살신성인은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표상”이라면서 “언제나 우리 군의 귀감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국민들과 함께 깊은 위로를 표하며, 그토록 사랑했던 조국의 하늘에서 영면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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