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중국 IPTV(인터넷 TV)와 지방 방송사를 통해 ‘사임당 빛의 일기’가 방영됐다. (출처: ‘사임당 빛의 일기’ 포스터) ⓒ천지일보 2022.1.9
지난 4일 중국 IPTV(인터넷 TV)와 지방 방송사를 통해 ‘사임당 빛의 일기’가 방영됐다. (출처: ‘사임당 빛의 일기’ 포스터) ⓒ천지일보 2022.1.9

 

2016년 사드 배치에 보복성 한한령 내린 중국

6년 만에 중국 지상파에 방영된 한국 드라마

한중 수교 30주년․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영향

중국 내에서도 한국 드라마 방영 호불호 갈려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지난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확정된 후부터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 내 한류 금지령인 일명 ‘한한령(限韓令)’을 내렸다. 한한령으로 드라마, 영화, 게임 등 중국 내에서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 또는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 등의 송출이 금지됐으며, 중국 내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 금지령까지 내렸다. 물론 이와 같은 조치를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중국 내 한한령으로 제일 먼저 직격탄을 맞은 분야가 바로 대중문화였다. 이 일로 한중 합작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한국 배우가 갑작스러운 하차 통보를 받기도 했다. 당시 중국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한국 연예인들은 전 출연분이 모자이크 처리되거나 통편집되는 수모를 겪었으며, 광고 모델이 교체되거나 공연을 연기하는 일들이 속출했다.

당시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위챗에는 “역사상 가장 강한 ‘한한령’이 왔다. 한국 기업과 브랜드, 한국 연예인 등 한국과 관련된 모든 것이 전면 금지에 들어간다”는 글이 퍼졌다. 그렇게 시작된 한한령으로 중국 내 인터넷을 포함한 모든 매체에서 한류 콘텐트가 사라졌으며, 중국 수출 길은 완전히 막혀버리고 말았다.

 

‘사임당 빛의 일기’의 한 장면 (출처: ‘사임당 빛의 일기’) ⓒ천지일보 2022.1.9
‘사임당 빛의 일기’의 한 장면 (출처: ‘사임당 빛의 일기’) ⓒ천지일보 2022.1.9

중국 내 한한령이 내려진 지 어느덧 6년째 접어들었다. 2016년 말 한중 동시 방영이 예정돼 있던 이영애의 복귀작 ‘사임당 빛의 일기’도 한한령으로 인해 방영되지 못했다가 6년 만인 지난 4일 중국 IPTV(인터넷 TV)와 지방 방송사를 통해 방송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드라마가 지상파나 인터넷TV 등 중국 내 정식 드라마 플랫폼을 통해 방영된 것은 6년 만이다. 이에 따라 사드 배치 이후 시작된 한한령이 해제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한령 해제에 기대를 갖는 눈치다.

중국 내 한국 드라마 방영과 관련해 지난 5일 중국 연예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저녁 후난(湖南)위성TV의 IPTV 채널 ‘망고TV’에 ‘사임당 빛의 일기’의 중국어 더빙 버전이 올라왔으며, 역시 같은 날 후난위성TV 계열사인 지방 방송사 ‘후난오락’에서도 더빙 버전이 방송됐다. 6년 만에 한한령을 뚫고 한국 드라마가 중국 내 공식 플랫폼을 통해 방송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 주중 한국문화원은 “한한령이 나온 직후인 2016년 11월 중국 광전총국(방송 규제 당국) 심의를 마쳤는데 한한령이 강화되면서 그동안 방송 및 온라인 서비스를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후난오락과 온라인 망고TV에서 동시에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에는 영화 ‘오! 문희’가 중국 극장에서 개봉됐다. (출처: ‘오! 문희’ 포스터) ⓒ천지일보 2022.1.9
지난달에는 영화 ‘오! 문희’가 중국 극장에서 개봉됐다. (출처: ‘오! 문희’ 포스터) ⓒ천지일보 2022.1.9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방연 전인 지난달에는 영화 ‘오! 문희’가 중국 극장에서 개봉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올해가 한중 수교 30주년인 데다, 오는 2월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앞두고 있어 아직 보이콧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한국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중국 톈진을 방문한 것과 이번 달에 한중 화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도 드라마 방영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한한령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만큼 한한령 헤제 또한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을 순차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과거와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영화 ‘오! 문희’의 한 장면 (출처: 영화 ‘오! 문희’) ⓒ천지일보 2022.1.9
영화 ‘오! 문희’의 한 장면 (출처: 영화 ‘오! 문희’) ⓒ천지일보 2022.1.9

다만 영화와 드라마를 허용했다고 해도 유통이나 뷰티 등 다른 분야에서도 빠르게 변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더불어 아직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중국 진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이번 드라마 방영으로 한한령 해제를 기대하는 이유는 중국 자본 의존도가 높은 국내 드라마 제작 산업 현실 때문이다.

영화에 이은 드라마 방영을 두고 중국 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반감을 갖는 이들은 여전히 사드 문제를 걸고 넘어간다. 사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한한령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 정부도 중국에 대한 문화 교류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과연 한한령을 해제할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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