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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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와 K-콘텐츠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곧잘 받는다. 과연 차이가 있을까. 우선 한류 기원과 오해를 풀어 보자. 한국에서는 한류라는 말은 ‘2000년 중국의 언론이 만들어낸 용어’라고 생각한다. 특히 H.O.T가 2000년 2월 북경에서 콘서트를 연 이후 중국 언론이 한류라는 단어를 쓴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한류라는 용도의 쓰임은 1990년대 말부터 ‘한류(韓流)’가 쓰였다. 더구나 ‘~류(流)’라는 표현은 ‘~식’ ‘~스타일’ ‘~ 파’ 등의 뜻인 일본식 용어다. 그들은 1980년대 홍콩영화의 유행을 ‘홍콩류’, 즉 ‘항류(港流)’라고 했고, 1990년대 일본 TV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유행을 ‘일류(日流)’라고 했다. 1997년 무렵부터 중화권을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나 노래가 인기를 얻어 대만에서 ‘하일한류(夏日韓流)’, 중국에서 ‘일진한류(一陣韓流)’ 등의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1997년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기관지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는 3월 22일 자 9면에 ‘韓流 制造(한류 만들기)’란 제목의 한류에 관한 전면기사를 실었다. 1997년 6월 15일, 중국 CCTV에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방영됐는데 최고 시청률이 15%였다. 당시 외국 드라마의 시청률이 2% 내외였다. 이때 한류라는 말이 사용됐다. 또한 1998년 12월 17일 대만 ‘연합만보(聯合晩報)’에 사용됐고, 대만 음반회사 군스창피엔(滾石唱片)이 선전 문구로 한류를 썼다. 북경의 노동자체육관에서 ‘쿵따리 샤바라’의 클론이 공연한 이후 북경청년보 1999년 11월 19일 자는 한류라는 말을 썼다. 1999년 문화관광부에서 중국에 한국가요를 홍보하려고 ‘韓流- Song from Korea’라는 CD를 배포했다.

요컨대 항류, 일류에 이어 한류라는 표현이 대만, 중국 등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기 시작했고, 한국 언론이 이를 전하는 가운데 이를 공식적으로 한국 정부에서 제작, 배포한 음반과 포스터의 제목으로 사용되기에 이른다. 한국 언론에서는 2000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일본의 경우 2003년 ‘겨울연가’ 인기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한류의 영어표기는 ‘Korean Wave’ 또는 ‘Korean Fever’ 그리고 ‘Hanliu’ 또는 ‘Hallyu’라고 했다. 이때만 해도 학계는 거의 관심이 없었고, 진짜 한국 문화라고 여기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K-콘텐츠는 무엇이고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K-콘텐츠는 K-팝에서 확장된 개념이다. H.O.T,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에 이어 2세대 아이돌 음악에 새롭게 부각된 2010년대 이후 부각됐다. 중국은 물론 동방신기 슈퍼주니어에 이어 2011년 일본에서 카라와 소녀시대 등으로 한국 노래 붐이 일었다. 그렇지만 이때 K팝이라는 말보다 아이돌 한류 일본을 휩쓸었다는 식으로 언론들은 보도했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면 달라졌다. 2011년 6월 10~11일 프랑스 파리 ‘SM타운’ 콘서트가 열렸을 때 ‘한류’가 아니라 ‘케이팝(K-POP)’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2012년 9월 29일자 미국 빌보드 Hot 100에서 싸이가 11위를 차지했고 그 뒤로 7주간이나 2위를 기록했다. 이때 케이팝(K-POP)이 더욱 확장됐다.

Korea를 의미하는 K는 한국 안에서는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아시아를 넘을 때 가능하다. 서구에서 우리를 인식한 것이 Korea이기 때문이다. 한류는 중국이나 일본의 타칭 개념이다. 한류는 그들 속에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것이다. 때문에 한류는 언제나 지속될 것인가라는 한시적인 물음이 운명처럼 따라다닌다. ‘케이팝(K-POP)’은 일시적인 유행을 말하는 한류와 질적으로 달랐다. 다른 누군가가 타칭(他稱)하는 용어도 아니다. 유행과 상관없이 하나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다. 당연히 K-콘텐츠도 그런 중심의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개념이다. 무엇보다 K-콘텐츠는 디지털 콘텐츠 특히 SNS를 통한 전파 확산의 특징을 갖고 있다. 근본적인 유통 혁명에 기반한다. 케이 콘텐츠는 K스타일로 불리고 K 푸드는 물론이고 케이 방역에 이르고 있다. 너무 K를 남발한다고 여기지만 그럴 수 없다. 상대방의 선택과 관계없이 우리를 호칭하는 개념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었다. 한류의 여부에 관계없이 K 콘텐츠와 스타일은 그대로 존재한다. 이미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생활 문화로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의 존재 양식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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