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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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사회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야 발전하게 된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는 많은 학자와 학파가 자신의 사상을 전파했다. 이러한 학파와 학자들을 일컬어 제자백가(諸子百家)라고 하는데, 이들이 자유롭게 논쟁한 것을 두고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는 사자성어가 만들어졌다. 언론의 자유는 근대에 오면서 기본적 인권으로 보장되기 시작했지만, 과거에도 자유로운 언론을 통해 공동체가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해도 무제한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 헌법도 제21조 제4항을 통해 언론·출판이 다른 사람의 명예와 권리를 침해하거나 사회윤리·공중도덕을 훼손하면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 제37조 제2항도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음을 규정해 언론의 자유도 제한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가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본 영국은 1695년 검열법을 폐지했다. 프랑스는 1789년 시민혁명을 통해 신문검열을 폐지했다. 당시 프랑스 인권선언 제11조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면서도 법에 규정된 경우에는 그 자유의 남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언론의 자유가 남용돼 비방 경쟁이 격화됐고, 그 결과 1822년 신속하게 간단히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반론권이 신설됐다. 언론의 자유를 남용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등장한 반론권은 우리나라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법제화됐다. 현행 언론중재법은 제3장에 침해에 대한 구제를 규정하면서 언론기관의 보도에 의한 명예와 권리 침해에 대해 정정보도청구권, 반론보도청구권, 추후보도청구권 등을 통해 반론권을 보장하고 있다. 물론 언론중재법은 반론권제도만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언론사에 의한 침해를 구제받는 수단으로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조정과 중재라는 재판외 분쟁해결수단이 있으며, 이들 방법 이외에도 소송이란 사법절차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그리고 언론중재법 제30조는 언론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인해 재산상의 손해나 인격권의 침해 및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을 언론사에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언론중재법은 제31조에 명예훼손에 대한 특칙을 둬 법원이 피해자 청구에 의해 정정보도나 이에 덧붙여 손해배상 등으로 적당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언론의 자유를 오·남용하는 것에 대해 반론권제도나 손해배상 등의 방법으로 침해의 구제를 적정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해, 침해의 구제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오히려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의 도입을 통해 언론기관의 책임을 강화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논란이 벌어졌었다. 일단 개정안이 보류되면서 논쟁이 조용해졌지만, 개정안에 대한 찬반이 계속 맞서고 있다. 언론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역사적으로 언론의 자유의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던 다양한 규제는 성공하지 못했다. 언론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조정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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