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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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지 않고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불특정다수에 대해 의사와 정보 등을 전달하고 소통하는데, 국가권력의 방해를 받지 않고 행하는 기본권이다.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발표의 자유)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전달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것은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데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는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갖는 아주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통해 비판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토론 속에서 비판을 허용함으로써 자유롭게 여론형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표현은 직접적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의 인격을 발현하는 의사를 전달하기 때문에, 단순한 사실의 전파나 범죄의사의 표출, 급박하게 불법적 행동을 유발하는 선동, 외설 등의 표현은 표현의 자유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고 본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구매의사를 끌어내기 위한 영리광고나 단순한 음란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된다고 본다. 표현의 자유인 언론의 자유는 의사표현 매체의 자유를 포함한다.

표현의 자유에서 논란이 되는 것 중에 하나가 음란한 표현의 문제였다. 헌법재판소는 20세기 말 헌법상 보호되지 않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그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표현의 해악이 처음부터 해소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거나 또는 다른 사상이나 표현을 기다려 해소되기에는 너무나 심대한 해악을 지닌 표현은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장을 받을 수 없고 국가에 의한 내용규제가 광범위하게 허용된다고 헌법재판소는 역설했다.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던 음란은 인간존엄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표현으로서 오로지 성적 흥미에만 호소할 뿐 전체적으로 보아 하등의 문학적, 예술적, 과학적 또는 정치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으로서,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을 크게 해칠 뿐만 아니라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의해서도 그 해악이 해소되기 어려워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장을 받지 못한다고 했다.

21세기에 오면서 헌법재판소는 음란한 표현에 대한 판단기준을 변경했다. 헌법재판소는 언론·출판의 자유의 내용 중 의사표현·전파의 자유에 있어서 의사표현 또는 전파의 매개체는 어떠한 형태이건 가능하며 그 제한이 없다고 하면서, 청소년이용음란물 역시 의사형성적 작용을 하는 의사의 표현·전파의 형식 중 하나임이 분명하므로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는 의사표현의 매개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의 판례변경은 시대변화에 따른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도 있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의견표명과 전달을 의미하기 때문에 표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표현의 자유에서는 의견의 내용이나 질에 관계없이 모든 내용의 의견표명을 보호해야 하고, 음란한 표현의 문제는 표현의 자유의 제한에서 그 정당성을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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