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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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20일 발발해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7천명을 훌쩍 넘긴 날들이 이어져온 2021년의 마지막 달을 지나보내며, ‘인생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로 이어지는 2박 3일 여행’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2박 3일’ 삶의 여정에서 어제 같은 오늘은 없고, 오늘 같은 내일도 없다. 잠시도 머물지 않고 흘러가는 세월의 순리에 따라 어제는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으로 돌이킬 수 없는 날이며, 내일이 되면 오늘이 어제가 되고, 새로 열리는 오늘의 내일이 다시 새로운 오늘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예년과 많이 다르게 지내온 신축년 삶의 여정을 돌아보며, 2013년 8월 말 36년을 지내온 교직 생활을 65세 정년으로 마감하며 생각했던 ‘15년 삶’이라는 주제가 떠오른다. ‘15년 삶’이란 20세에 대학에 입학한 시절부터 정년을 맞이한 65세 정년까지의 삶의 여정을 15년 단위로 세 단계로 나누어 생각해보고, 정년 후 새로이 맞이할 80세까지를 네 번째 15년 그리고 95세까지를 다섯 번째 15년으로 지정해 삶의 여정을 가다듬어본 것이다. 세월이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 벌써 네 번째 15년 삶이 8년 넘게 지나가고 있다.

첫 번째 ‘15년 삶(1968~1982)’의 주제는 대학에 입학해서 교수의 꿈을 이루려 전공을 정하게 된 배경을 정리해본 ‘식물세포유전학과의 만남’이었고, 두 번째 ‘15년 삶(1983~1997)’은 식물염색체 연구에 몰두한 시절인 ‘식물염색체 연구 탐닉’을 주제였다. 세 번째 ‘15년 삶(1998~2012)’의 주제는 학내 활동과 함께 전공과 연계한 대외 활동에 적극 참여해온 ‘전공과 어우른 대내외 활동’이었다. 그리고 정년 후 80세까지의 네 번째 ‘15년 삶(2013~2027)’은 ‘뜨거운 인생’을 주제로 정리해보았고, 다섯 번째 ‘15년 삶(2013~2027)’의 주제는 아름다운 죽음을 의미하는 ‘웰다잉’에 담아보고 있다.

올해 연말을 기준으로 내가 축복을 받고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날을 개략적으로 계산해보니 2만 6400일이 넘고, 이를 시간으로 환산해보면 63만 시간이 넘는 시간이다. 100세 장수시대의 의미를 담아 네 번째 ‘15년 세월’의 남은 시간을 활기차게 지낸 다음 다섯 번째 ‘15년 세월’을 지내며 맞이할 95세까지의 남은 삶의 여정을 계산해보니 새로 맞이할 날 수는 7800일 정도이고, 시간상으로는 19만 시간 정도가 된다. 19만 시간은 지금까지 살아온 63만 시간에 비해보면 짧다는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행복은 지키고자 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몫이라는 말이 있다. 남은 삶의 여정에서 잠시도 멈추지 않고 매일 24시간씩으로 열려 다가오는 세월을 행복을 지키며 살아가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직장생활 은퇴 후의 삶이 ‘제3의 인생(Third age)’이 아니라 ‘뜨거운 인생(Hot age)’이라고 한 윌리엄 새들러 박사의 말이 머릿속과 가슴으로 다가온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떠올려지는 시간의 길이에 대한 느낌은 상대적인 것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길거나 짧게 느껴질 수 있다. 같은 길이의 시간이 기쁘고 즐겁게 지낼 때는 짧게 느껴질 수 있지만, 슬프거나 우울한 기분일 때는 매우 길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느리게 흘러가고,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빠르게 흐르며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영원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24시간으로 열리는 하루 시간이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으로 여기면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활용해나가면 삶은 상대적으로 길어질 수 있는 것이다.

‘어제’는 역사, ‘내일’은 미스터리, ‘오늘’은 선물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삶에서 선물로 주어지는 ‘오늘’은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마음으로 ‘내일’을 열어가야 하는 날이며,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며 살아야 하는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코로나19로 ‘집콕’하는 중에도 흐르는 물처럼 쉼 없이 흘러가는 삶의 여정에서 친구와 지인들과 카톡과 전화를 주고받으며 아름다운 삶을 위해 실천하고픈 명제들을 떠올려본다. 삶의 여정에서 누구나 외롭거나 힘든 일을 맞이할 수 있지만 그것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어제는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으로 돌이킬 수 없는 날이고, 내일이 되면 오늘이 어제가 되고 오늘의 내일이 다시 오늘로 다가오는 것은 세월의 순리이다. 그래서 어제 같은 오늘이 없고, 오늘 같은 내일이 없는 ‘2박 3일’로 이어지는 것이 바로 삶의 공연 무대이기 때문이다.

책상 앞에 놓인 12월 달력에서 며칠 남지 않은 날들을 바라보며 ‘오늘’과 ‘지금’에 대한 단상이 가슴과 머릿속으로 거세게 밀려든다. 새로 열릴 2022년의 탁상 달력을 열어놓고, ‘위드 코로나’로 맞이하게 될 새해 삶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상념에 잠겨 내 삶의 길목에서 맞이할 ‘선택’과 ‘변화’에 담을 ‘꿈’과 ‘희망’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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