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광명=김정자 기자] 황금폭포를 지나면 황금패와 소망의 벽, 소망의 초신성을 볼 수 있다. 소망의 초신성. ⓒ천지일보 2021.12.26
[천지일보 광명=김정자 기자] 황금폭포를 지나면 황금패와 소망의 벽, 소망의 초신성을 볼 수 있다. 소망의 초신성. ⓒ천지일보 2021.12.26

유료관광객 600만명 기록
한국 최고 동굴테마파크
글로벌 관광시대를 열다
만 10년 만에 이룬 쾌거

[천지일보 광명=김정자 기자] 숨쉬기도 힘든 지하 275m 노동 현장을 그대로 재현해 일제강점기부터 산업화 시기를 거쳐 현재까지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체험과 교육의 현장, 경기도 광명시 가학로에 있는 광명동굴이 바로 그곳이다.

광명동굴은 지난 2015년 유료 개장 이후 6년만인 올해 4월 누적 유료관광객 600만명을 기록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100대 관광지로 3회 연속 선정되는 등 가족 단위 여름 피서지로 자리매김했다.

108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광산역사와 함께 상부 레벨로부터 지하 7레벨까지 7.8㎞의 갱도와 외부에 광석을 선별하던 선광장터가 현재까지 그대로 남겨져 있어 당시 산업 건축양식을 분석하고 산업시설로서의 용도를 파악할 수 있는 학술자료의 주요한 시설이다. 또한 갱도구조를 통해 광산개발의 방식과 통풍, 환기 등 지하갱도에서의 작업환경을 알 수 있는 살아있는 자료다. 이곳은 세계문화 유산의 가치와 근대 산업 유산으로서의 보전 등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의 사례로 꼽힌다. 서울 외곽의 베드타운으로만 인식돼온 경기 광명시가 ‘폐광의 기적’으로 불리는 광명동굴을 발판 삼아 수도권 최고 수준의 관광지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천지일보 광명=김정자 기자] 광명동굴 입구. ⓒ천지일보 2021.12.26
[천지일보 광명=김정자 기자] 광명동굴 입구. ⓒ천지일보 2021.12.26

1900년대의 광명동굴

갱도 길이 7.8㎞(개방 2㎞), 갱도 층수 총 8레벨의 광명동굴은 1903년 5월 2일 시흥군 가학리에 ‘시흥광산’이 설립됐다는 최초의 기록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광업권 침탈 차원에서 당시 조선총독부는 대한제국 고종황제를 압박하며 ‘광상조사기관’을 설치하고 금·은 광산을 발견해서 이를 독점하려고 안간힘을 쏟았다.

광명동굴(구 시흥광산) 역시 1912년 고바야시 토우에몬 일본인의 이름으로 다시 광산 설립이 됐고 약 60년 동안 금·은·동·아연 등을 생산하던 이 광산은 전성기에는 채굴량이 하루 250t이 넘었던 수도권 최대의 금속 광산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이곳을 찾은 광부들은 대부분 농민 출신이었다. 전성기에는 징용과 생계를 목적으로 온 광부가 많았으며 채굴된 광물들은 일본으로 보내져 태평양 전쟁의 무기 재료로 활용하는 등 해방 전까지 엄청난 양의 광물이 수탈됐다.

ⓒ천지일보 2021.12.26
[천지일보 광명=김정자 기자] 일제 강점기의 광부들의 모습. ⓒ천지일보 2021.12.26

황금광산으로도 개발됐던 광명동굴은 1950년을 기준으로 동굴 내 광물의 총매장량이 1만 9000t으로 추정된다. 당시 석탄 공사 자료에 따르면 1955년부터 폐광된 1972년까지 52㎏의 황금을 캤으며, 광산 채광을 시작한 1912년부터 1954년까지는 수백㎏ 이상의 황금이 채굴된 것으로 추정된다. 1972년에 폐광된 것은 홍수에 의해 환경오염과 보상 문제 때문이었으며, 지금도 동굴에는 많은 양의 황금이 묻혀있다고 전해진다.

1972년 폐광된 후 40여 년간 새우젓 창고로 쓰이며 잠들어 있던 광명동굴을 2011년 광명시가 매입해 역사·문화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광명동굴은 산업 유산으로서의 가치와 문화적 가치가 결합된 대한민국 최고의 동굴테마파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창조공간

광명동굴은 총 21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어 구역마다 테마를 감상할 수 있다. 동굴 속 ‘바람길’을 걷다 보면 100년의 시공간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며 동굴 여행을 떠나는 출발점인 웜홀 광장에 도착한다.

동굴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동굴 곳곳에서 수많은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으며 어둠을 배경으로 한 빛과 미디어파사드쇼는 상상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또 산업현장으로만 여겨지던 갱도는 와인동굴로 변신해 소통의 공간으로 이용된다. 폐광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생시켜 국내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창조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와인을 단 한 방울도 생산하지 않는 광명시는 광명동굴에 150여종 한국와인을 시음·전시·판매하는 ‘한국와인의 메카’로 자리 잡아 30여개 지자체와 함께 생산 농가를 연결하는 경제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26
[천지일보 광명=김정자 기자] 한 줄기 희망이 되어준 낙서. ⓒ천지일보 2021.12.26

한 줄기 희망이 되어준 낙서

노다지를 꿈꾸던 광부들은 갱도 속에서 고향을 그리워했다. 무사 안전을 기원하며 이름과 날짜를 적고,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근대 역사관에서 만난 김성란(61, 경기도 의정부시)씨는 “동굴 안이 다양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어 볼거리가 많아 놀랐다”며 “역사적으로 깊은 의미가 있는 곳인지 모르고 왔는데 우리 선조들이 살기 위해 겪었던 강제노동의 현장을 보니 오늘의 우리가 얼마나 편안하게 살고 있는지를 깨달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씨의 남편 최일영(64)씨는 “일제강점기 금광을 채굴할 도구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고생한 모습들이 생생하게 전시된 현장을 보니 코로나19로 힘들다 하지만 저 당시 고생한 선조들을 생각하면 마음을 강하게 먹고 헤쳐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광명=김정자 기자] 일제강점기 징용과 수탈의 역사 현장인 당시 광부의 노동현장을 재현한 근대역사관을 시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26
[천지일보 광명=김정자 기자] 일제강점기 징용과 수탈의 역사 현장인 당시 광부의 노동현장을 재현한 근대역사관을 시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26

VR·광물전시 등 체험 공간 구성

광명동굴 내부에는 곳곳마다 안내원을 배치했다.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해 방문객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탐방을 마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동굴 내부를 관람한 뒤 밖으로 나와 VR체험관을 향하는 길에는 당시 광부들의 석상과 소녀상도 있어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VR체험관은 광차 롤러코스터, 노두 바위, 암벽 타기 등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패러글라이딩을 선택하면 광명 관광지를 실제 하늘을 나는 듯 구경할 수 있는 체험이다. 두 눈을 질끈 감을 정도로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동굴 바로 옆에 있는 광물전시체험관도 볼 만하다. 이곳에서 직접 채취한 광물들을 비롯해 여러 가지 광물들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포클레인 탑승 체험, RC카 체험, 공룡 화석 발굴 체험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유익한 공간이다.

세계 곳곳에서 벤치마킹 발길

광명시가 글로벌 관광시대를 여는데 광명동굴은 그 중심에 서 있다. 광명동굴은 지난 2019년 한해 미디어파사드쇼와 첨단 미디어를 접목한 VR체험(가상현실), 공포체험관, 타임캡슐, 공룡체험전, 인터렉티브 체험전 등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일부는 체험할 수 없다. 이곳은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벤치마킹을 하기 위한 세계 곳곳 공무원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2016년 5월말 프랑스 의회와 도르도뉴주의회 초청으로 파리를 방문한 광명시 대표단은 ‘광명동굴 성공사례 및 라스코 동굴벽화 광명동굴전의 의미’ 등을 발표해 프랑스 정치인과 시장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광명시는 라오스 정부에도 동굴개발 성공사례를 전수해 주고 있다. 또한 현재 광명동굴 주변 55만 7000여㎡를 2026년 6월까지 자연·문화·관광·쇼핑·커뮤니티가 융합된 ‘자연주의(Eco) 테마파크’로 개발하는 ‘문화관광복합단지’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지난 2011년 초 40년간 버려진 폐광인 광명동굴을 43억원에 사들여 개발을 시작했으니 만 10년 만에 이룬 쾌거”라며 “폐광 개발에 대한 많은 반대와 공격이 있었으나 공직자들과 함께 불철주야 노력한 결과이어서 더욱 값지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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