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24

성탄절 전야부터 명동성당 일대 인산인해

자정 성탄 대축일 미사 진행… 800명 참석

정순택 대주교 “코로나, 여전히 끝 알 수 없어”

전국 성당·교회에서도 성탄절 미사 이어져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김민희 수습기자] “작년부터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은 여전히 그 끝을 알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곤궁에 처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코로나 팬데믹은 온 세상의 모든 분야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종교도 그 예외가 아닙니다.”

성탄절인 25일 0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의 집전으로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가 열렸다.

정 대주교는 이날 집전에서 “사랑하는 교형자매, 수도자, 형제 사제 여러분, 주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북한의 형제자매들, 온 세상에서 구원의 은총을 청하는 모든 분에게 주님 성탄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작년부터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은 여전히 그 끝을 알 수 없다”며 “많은 사람이 곤궁에 처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코로나 팬데믹은 온 세상의 모든 분야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종교도 그 예외가 아니다”면서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소통하고 경청하면서 교회가 새롭게 변화해야 할 몫이 있다면 고민하고 찾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비대면으로 진행됐던 예년과 달리, 이날 많은 신도가 성당을 찾아 예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일찌감치 모여들었다.

자정 미사에 앞서 24일 오후 11시 40분쯤 아기 예수를 말 구유에 안치하는 구유 미사가 열렸을 때부터 수백명의 시민들이 모여 사진을 찍는 등 성탄절 분위기를 만끽했다.

천주교 신자로 보이는 한 시민은 성모 마리아상과 말구유 앞에 서서 성호를 그리며 탄생을 축하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순택 서울대교구장 대주교가 25일 새벽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마당에서 아기 예수를 말구유에 안치하는 구유 예절의식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순택 서울대교구장 대주교가 25일 새벽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마당에서 아기 예수를 말구유에 안치하는 구유 예절의식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25

정바름(27, 여, 서울 노원구)씨는 들뜬 표정으로 “성탄절을 맞아 나왔다. 백신을 2차까지 접종했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이) 불안하진 않다”며 “새해 들어서도 건강했으면 좋겠고 독립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2년간 이어지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종교활동에 우려를 드러내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인 인동환(58, 남)씨는 “많은 사람이 모여 걱정된다”며 “또 코로나19가 확산할까 두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대 딸과 함께 성당을 방문한 정모씨 역시 “코로나19 감염이 불안하기 때문에 미사는 드리지 않고 사진만 찍고 집에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명동성당은 TV와 유튜브를 통해 성탄 대축일 밤 미사를 생중계했다. 1600여명의 신자들은 유튜브를 통해 미사 강론을 들으며 예수 탄생을 축하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시민들이 산타 공연을 즐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시민들이 산타 공연을 즐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25

강화된 종교시설 방역수칙에 따라 대성전에는 방역패스가 적용돼 수용인원의 70%에 해당하는 800여명의 성도가 대면 미사에 참석했다.

성가대원으로 참석한 김모(30, 여)씨는 “오랜만에 성가대석에서 노래를 불러서 좋았다”며 “신자 스스로가 방역에 대한 사명을 갖고 미사를 드리러 오기 때문에 민폐되지 않게 스스로 (방역수칙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신자 최모(50, 여)씨는 “성탄절 미사를 현장에서 드려 감동적”이라며 “온 세상에 평화와 빛이 가득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앙의 힘으로 코로나19를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날 자정 미사 이후에도 명동성당 등 전국 성당에서는 ‘주님 성탄 대축일 정오 미사’가 일제히 봉헌된다.

개신교 교회들도 성탄절 예배를 일제히 올린다.

신자 수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성탄 기념 예배가 열린다.

같은날 오후 4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은진교회에서는 진보 성향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주최로 해마다 열리고 있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가 열린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