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에 대한 당정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에 대한 당정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고승범 “4700억원 경감 가능”

신용판매 수익성 악화 가능성

포퓰리즘 정책에 소비자 피해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한 카드 수수료율이 0.8%에서 0.5%로 인하된다. 2018년 수수료 인하 이후 카드사가 13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이번 인하로 인해 카드업계의 희망퇴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간 카드사가 카드론과 자동차할부금융 등 대출로 적자를 메워왔지만, 내년 1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카드론이 포함되면서 영업이 대폭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한 카드 수수료율을 3년 만에 다시 인하하고, 영세 가맹점에 대해선 부담을 더 많이 줄이겠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적격비용 산정 결과 2018년 이후 추가적인 수수료 부담경감 가능 금액은 약 6900억원”이라며 “2018년 이후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 확대 등을 통해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줄인 금액 2200억원을 감안하면 수수료율 조정을 통한 경감금액은 약 4700억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적격비용 원칙에 따라 카드 가맹점이 부담하는 것이 타당한 비용을 법적·회계적으로 공정하고 타당하게 산정했다”며 “우대수수료율은 영세한 규모의 가맹점 수수료 부담이 보다 많이 경감되도록 조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 매출 규모에 따라 0.8∼1.6%(체크카드 0.5∼1.3%)로 운영되고 있다. 매출 30억원 초과 가맹점에는 평균 1.90∼1.95% 또는 협상에 따른 수수료가 부과된다.

금융위는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통해 적격비용에 기반한 수수료 체계를 도입,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을 통해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가 도래하면서 당국은 2022~2025년 적용될 카드수수료율 조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지난 12년 동안 연이어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연이어 인하되며 카드업계의 신용결제 부문이 적자가 나고 있다. 지난 2018년 이후 2019년과 2020년 동안 쌓인 적자는 1300억원이다. 이번 수수료 인하로 인해 카드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 위원장이 4700억원 경감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현재 카드업계의 신용판매는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카드 수수료가 다시 인하되는 점은 수익성 악화가 우려될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카드사가 3년 동안 운영비를 줄이면 이를 수수료 인하 여력으로 간주해 다시 수수료율을 낮추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적격비용 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논의를 통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업계의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얻기 더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출시되는 카드에 담기는 혜택은 적어지고, 부가 서비스가 많이 탑재된 카드의 연회비가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다는 ‘포퓰리즘’으로 펼친 정책의 부담은 카드사와 소비자의 몫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무이자할부 혜택이 대폭 줄어들 경우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내수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되면 카드사는 수익성 방어를 위해 가장 먼저 추가적인 비용절감을 시도한다. 마케팅 활동을 줄이면서 소비 혜택도 줄게 된다.

실제 카드사들은 카드 수수료 인하 때마다 할인율, 적립률이 높은 카드를 단종해왔다. 지난 15일 기준 8개 전업카드사의 단종된 카드는 총 192종에 달했다. 또 2018년 카드 수수료가 대폭 인하된 이후 단종되는 카드 수는 2배 이상 늘어 연간 200종에 일렀다.

또 카드사들이 수익성 분석을 통해 향후 5년간 흑자를 낼 수 있는 상품만 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면서 이번 수수료율 인하는 소비자들의 카드 혜택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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