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스님. (출처: 대한불교조계종)
원경스님. (출처: 대한불교조계종)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최고 의결기구 원로회의 부의장 원경스님의 영결식과 다비식이 오는 10일 오전 10시 경기 화성시 용주사에서 원로회의장으로 진행된다.

스님은 지난 6일 오전 10시쯤 경기 평택의 만기사에서 입적했다. 세수 81세. 법랍 62년.

원경스님은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을 이끌었던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박헌영(1900~1956)의 아들로, 박헌영이 월북 전 남한에 남긴 유일한 혈육이다. 스님은 박헌영과 그의 둘째 부인 정순년 사이에서 태어났다.

박헌영은 1946년 미군정에 쫓겨 북한으로 간 뒤 내각 부총리 겸 외무장관,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에 올랐지만 해방 후인 1956년 미국의 첩자라는 죄목으로 처형됐다.

원경스님은 사실상 고아 생활을 하다가 10살 때 남로당 연락책 한산스님을 만나 전남 구례의 화엄사에 맡겨진 이후 구례 연곡사를 거쳐 충북 단양 구인사, 전북 무주의 송시열 사당, 전남 담양 가마골 남부군 노령지구 사령부에 머물렀다. 1958년 한산스님으로부터 아버지의 행적과 죽음을 전해듣고 충격을 이기지 못해 전국을 유리걸식하며 떠돌다 1960년 인천 용화사로 가서 송담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충남 예산 덕숭산 정혜사에서 모친을 다시 만나 1979년부터 정씨가 세상을 떠난 2004년까지 함께 살았다.

원경스님은 1963년 범어사 동산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1960년 용화선원에서 안거에 든 이래 26안거를 완수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흥왕사·청룡사·신륵사 주지, 경기지방경찰청 경승 등을 지냈다. 2014년 원로의원에 당선됐고, 이듬해 조계종 최고 법계인 대종사 법계를 받았다. 2017년 원로회의 부의장에 선출됐으며, 경기 평택의 만기사 주지를 맡아왔다.

스님은 2004년 ‘박헌영 전집(전 9권)’을 출간한바 있다.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등 10여명의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해 약 11년간 증언과 저작물, 사진자료와 연보 등 박헌영 관련 기록을 총망라한 것이다.

원경스님은 전집 발간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남한에선 ‘빨갱이’라 하고, 북쪽에서는 ‘미제간첩’ ‘종파분자’로 몰려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못내 안타까웠으나 그런 한을 조금은 풀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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