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되면서 시행 시기 등으로 부동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5일 오전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양도세, 종부세 상담'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되면서 시행 시기 등으로 부동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5일 오전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양도세, 종부세 상담'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9억→12억 비과세 시행 앞당겨

대선 표심 위한 포석인가

다주택자 개선 여전히 뒷전

정부 “다음 정부가 검토할 일”

“文정부 세금 거두려 혈안”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정부가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시점을 빠르게 앞당긴다. 당초 내년 1월 1일로 예정된 법 개정안 시기를 바로 시행될 수 있도록 공포일로 수정한 데 이어 시행 시기까지 더 단축해 이르면 8일까지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정책실패로 잃은 민심을 얻으려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나 종합부동산세(종부세)에 대한 개선은 전혀 없어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6일 국회와 정부 당국에 따르면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기준선 상향 조치가 이르면 이달 8일부터 시행된다.

◆1주택자 비과세 상향 서두르는 목적 따로 있나

국회는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 2일 통과시켰다.

법 개정안 시행시기는 공포일이다. 당초 내년 1월 1일로 규정했던 법 개정안 시행 시기를 국회 기재위가 공포일로 수정했고, 국회 본회의에서 이 내용이 그대로 통과됐다. 공포일 시행은 양도세 기준선 상향조치를 굳이 내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법 개정안이 공포된 즉시 바로 시행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국회뿐 아니라 정부도 개정 법 시행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데 동의하고 있다. 1세대 1주택자들이 양도세 기준선 상향조정 시기를 기다려 주택매매를 완료하는 만큼 이왕 결정된 조치를 최대한 빨리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대선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표심을 얻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통상 국회가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정부로 이송하면, 정부가 국무회의에 상정·의결하고 대통령이 재가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후에는 행정안전부로 보내 관보 게재 의뢰 절차를 밟는다. 이런 과정에서 통상 2주 이상의 시일이 소요된다.

국회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바로 다음 날인 3일 법안을 정부로 긴급 이송했다. 일반적으로 5일 안팎 소요되는 정부 이송까지 걸리는 시간도 하루로 단축했다. 이에 정부는 7일 국무회의에서 세법 개정안들을 상정·의결할 예정이다.

대통령 재가와 관보 게재 등 일정에 투입되는 시간까지 최소화해 이르면 국무회의 바로 다음날인 8일, 늦어도 10일까지에는 개정 소득세법이 공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애초 정부는 빨라도 이달 20일 이후나 혹은 통상적인 절차 진행 속도를 준용할 경우 12월 말께나 시행이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최초 예정되던 내년 1월 1일과 비교하면 많게는 20일 이상 시행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이다.

법 공포일 이후 양도하는 주택의 경우 등기일과 잔금청산일 중 빠른 날로 새로운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적용된다. 일반적으로는 잔금청산일이 등기보다 빠르기 때문에 잔금 청산일이 적용된다고 보면 된다.

개정 소득세법은 1세대 1주택자가 집을 팔 때 실거래 양도가격이 12억원 이하인 경우 비과세 혜택을 준다. 12억원을 넘으면 과세 대상 양도 차익에서 기본공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빼 과세표준을 산출하고, 여기에 6∼45%의 세율을 곱해 양도소득세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주택을 7억원에 취득해 12억원에 판(5년 보유, 5년 거주) 1세대 1주택자 A씨의 경우 현행 비과세 기준 9억원을 적용할 경우 1340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개정된 12억원 기준을 적용할 경우 A씨는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주 기준금리 1%대 시대가 열린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속 역대급 종부세 고지서까지 발송된 가운데 매매수요마저 급감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사진은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의 아파트단지. ⓒ천지일보 2021.11.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주 기준금리 1%대 시대가 열린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속 역대급 종부세 고지서까지 발송된 가운데 매매수요마저 급감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사진은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의 아파트단지. ⓒ천지일보 2021.11.11

◆다주택자는 임기내 계획 없는 정부

그러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는 중과라는 지적에도 여전히 공식적인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1주택자 양도세에 대해선 예정보다 빠르게 처리한 것에 비하면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려는 방향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일단 여당은 다주택자 양도세를 일시적으로만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청와대는 이마저도 다음 정부에서 검토할 문제라고 일축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계획이 없다고 말해 다주택자에 대해선 퇴로를 열어주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1주택자에 대해 양도세를 상향한 것은 진작해줘야 할 것을 이제야 해줬다. 늦게나마 다행이지만 여전히 다주택자에 대해선 중과하고 있고 종부세도 개인이 부담하기 어려운 폭탄수준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다주택자는 양도세 때문에 팔지도 못하다가 결국 이번에 종부세 폭탄을 맞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가 세금 걷는 데만 혈안이 돼있어 주먹구구식으로 하다 보니 가렴주구(苛斂誅求,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거나 백성의 재물을 억지로 빼앗음) 상황만 만들었다. 국민들이 부담할 수 있을 정도만 걷어야 하는데 그 이상을 걷고 있어 현재 조세정책은 정말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치적으로 표를 얻기 위한 움직임이며, 선거만 다가오면 완화해주고, 선거가 끝나면 또 달라지고 국민들을 자꾸만 헷갈리게만 하고 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집을 가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정책이 일관성이 있어야하는데 입맛에 따라 자꾸 바뀐다. 1주택자 양도세를 상향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긴 안목에서는 철학이 없다. 지금 여론이 불리하니깐 비과세 기준을 바꿨다. 경제정책들이 계속 정치적인 관점에서 나와 나쁜 선례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과세 기준 12억도 나중에는 8억~9억원 하는 주택 가격이 금방 올라가게 되면 그럼 또 15억원으로 상향해주자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 기준이 계속 바뀌는 것은 집값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집을 가진 사람들 모두에게 누진세율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고 전체 세율을 매겨서 세금을 걷던지 해야지, 비과세 기준을 자꾸 바꾸는 것은 계속 정치적인 꼼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11.29.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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