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DB

삼성 ‘불법·갑질’ 폭로 靑 글 올라와

“현지채용 전환, 근로자 퇴출 수단”

“정년 보장, 승진 약속 등 안 지켜”

“정년 퇴직했지만 후배들 위해 알려”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삼성전자 해외 법인 내 갑질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이 일에 모든 책임이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철회하라”고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달 9일에 이 글을 올린 청원자는 국내 삼성전자에서 36년을, 베트남 해외 법인에서 5년을 근무한 강모(61, 남)씨였다. 그는 “삼성의 불법과 갑질에 대해 대외에 알리고 공유하고자 한다”며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에 대한 것으로 제가 직접 근무하면서 겪은 사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불법 경영과 갑질을 일삼고 있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가석방 철회를 요청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삼성, 퇴출하고 싶은 직원에 ‘베트남行’ 제안”

본지가 제보자를 찾아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본 결과 이 이야기는 2010년대 중반에 삼성전자 내부에서 실시된 ‘퇴직 임박 대상 직원 베트남행 제안’의 후속과도 같았다.

강씨도 지난 2015년 본사로부터 베트남 법인에서 일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내키지 않았지만 가면 부장으로 승진시켜주겠다는 본사의 약속을 믿고 강씨는 베트남행을 결정했다.

그렇게 2016년 현지로 떠난 강씨는 본사에서 베트남 법인으로 본인을 보낸 이유를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베트남 법인 삼성전자는 현지 채용 출신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온갖 갑질로 퇴직을 종용하고 있었다. 부장으로 승진시켜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제보에 따르면 한국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가 베트남 법인에 현지 채용된 ‘현지채용 전환 한국인’은 정년을 보장받지 못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현지채용 전환 설명회에서 정년 보장을 약속한 바 있다.

베트남 법인 삼성전자는 ‘베트남 근로기준법’에 따라 처음 2년 계약 후 다시 3년을 계약해 5년 후에 장기계약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년 후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퇴사한 근로자가 다수 있었다.

강씨는 “약속대로라면 정년까지 장기 계약을 실시했어야 하나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5년 후에는 1년씩 재계약하고 퇴사를 종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삼성전자에서 현지채용으로 전환시킨 이유는 하루빨리 삼성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수단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호소했다. ‘1년씩 재계약’은 국내 삼성전자에는 없는 제도라며 동료들이 언제 퇴사 당할지 모르고 항상 불안한 상태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그는 부연했다.

삼성전자 해외 법인 내 갑질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이 일에 모든 책임이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철회하라”고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올라와 있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삼성전자 해외 법인 내 갑질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이 일에 모든 책임이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철회하라”고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올라와 있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직원 간 차별, 특히 한국인 역차별 심각”

1년씩 재계약하는 것마저도 직원 간 차별이 있었다. 베트남 법을 근거로 매년 계약을 실시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일부 인력은 2년간 계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씨는 자신이 확인한 것만 5명이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법인에서 직접 현지 채용한 한국인도 같은 처지였다. 애초에 베트남 법인은 한국인 채용 시 인사규정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들도 정년 보장은 없었으며 1년씩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국-베트남 근로자 간 역차별 문제도 있었다. 현지채용 한국인들은 베트남 직원들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 능력이 더 좋고 경력이 더 많고 직급이 더 높은데도 현지채용 한국인을 조직도 상 직급이 낮은 베트남 직원의 하부 조직원으로 배치했다.

강씨는 “현지 채용 한국인 관리자는 PART장, GROUP장 대상에서 배제됐다”며 “베트남 근로기준법에 따라 평등해야 하나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보자는 삼성전자에서 41년이나 일하고 정년퇴직까지 했지 않냐”며 “말이 앞뒤가 다른 이상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트남 해외 법인은 본인이 선택해서 간다.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제보자 강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퇴직한 마당에 이런 얘기를 왜 하겠냐”며 “(본인은) 정년 퇴직한 게 맞지만 아직 현지 법인에 남아 있는 후배들을 위해서 이 일을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또 “해외 법인으로 가고 싶어서 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갖은 회유와 강제 면담이 있었다”고 삼성전자 측의 주장에 반박했다.

그러면서 “퇴사 전 이 같은 문제점을 사측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1년, 2년 등 못 버티고 나간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본사 출신 한국 현채인 처우 상세 내역. (제공: 제보자 강씨)
본사 출신 한국 현채인 처우 상세 내역. (제공: 제보자 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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