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교육청. ⓒ천지일보DB
강원도교육청. ⓒ천지일보DB

강원도교육청, 학교에 中 레노버 단말 공급

“레노버 태블릿PC P11 제품, 현지서 단종”

“저가형 상품인데 30만원 이상 비싸게 사”

교육청 입찰 방식, 국내 중소기업 배제해

삼성전자·레노버 등 대기업에 일방적 유리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정부가 국내 중소기업의 공공 조달 입찰 문턱은 고의로 높이면서 공급이 보장되지 않은 중국산 태블릿PC를 사는 데에 세금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사태가 길어지면서 디지털 교과서 보급사업의 일환으로 태블릿PC를 구매해 각급 학교에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강원도교육청은 특정 제품만 참여할 수 있는 규격 사항으로 공고를 게시해 중국 레노버사의 태블릿PC 8700여대를 구매해 산하 기관(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에게 지급했다.

현재 레노버 태블릿PC 조달공급업체는 태블릿 전문 회사가 아닌 레노버코리아에서 제품을 받아서 공급하는 유통사의 개념을 취하고 있으며 오는 2022년 사업자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레노버 태블릿PC P11 제품은 중국 현지에서는 이미 단종된 모델”이라며 “레노버코리아는 조달공급업체가 아니므로 법적 하자보수기간 1년이 지나면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사용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레노버 본사가 조달청에 등록돼 있는 단종된 구형 제품을 추가 생산하지 않는다면 입찰 진행 후 공급은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태블릿PC 전문 기업이 아닌 공급사가 3년 이상 부품을 보유하고 유지보수를 진행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중국 레노버 본사에서 전 세계 공통인 1년 보증기간을 한국 시장만 특별히 추가로 연장해 부품을 4년간 보유하면서 교육청에 보증을 지원한다는 것도 어렵다”고 짚었다.

저가형 제품을 정부가 비싸게 샀다는 점도 지적됐다. 레노버 P11 제품의 가격은 해외직구 13만원 전후에 불과하다. 반면 조달청 납품 가격은 45만원 이상이다. 이 관계자는 “레노버 제품을 교육청에서 대량 주문을 한다면 결국은 중국 기업에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고 대한민국 지역사회에 공헌할 일이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교육청의 입찰 방식이 중소기업을 배제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교육청이 공고한 사전규격과 계약 방식은 중소기업이 공정하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입찰 방식 즉 계약 방식은 두 가지다.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과 ‘다수공급자 계약 제도’다.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은 기술, 예술성, 안전성의 측면에서 기술평가위원들이 주는 점수와 가격에 대한 점수를 합산해 높은 점수를 받은 사업자가 최종 입찰된다.

문제는 기술평가위원들의 점수를 항상 대기업이 최고점을 받았고 중소업체는 그의 2/3 수준의 형식적인 점수만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가격 점수보다 위원들의 점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대기업이 어떤 가격으로 태블릿PC를 공급하든지 무조건 입찰된다. 중소업체가 1원에 태블릿PC를 공급하겠다고 해도 입찰에서 떨어지게 된다.

‘협상에 의한 계약’에 중소기업이 입찰되기 힘든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이 계약은 ‘제안서 제출’로 이뤄지는데 이를 만드는 작업이 중소기업에는 엄청난 부담이다. 예를 들어 1000억원이 넘는 사업 제안서는 완성에만 몇억원이 소요된다.

일부 교육청은 이 같은 업계의 항의에 ‘협상에 의한 계약’에서 ‘다수공급자 계약’으로 변경했다. 다수공급자 계약은 교육청이 정한 사전규격에 맞는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사업자는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참여만 하면 사업자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제출한 사업자가 최종 입찰된다. 하지만 교육청은 이 계약에서도 중소기업이 쉽게 참여하지 못하도록 문턱을 높였다.

이 태블릿PC 규격을 맞출 수 있는 기업은 중국의 레노버와 삼성전자 등 대기업밖에 없다. 사실상 국내 중소기업의 참여를 원천 봉쇄한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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