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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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이 요지부동이다. 남북관계는 얼어붙은 상태 그대로이고 평양에서는 그 어떤 시그널도 나오지 않고 있다. 얼어붙지도 않는 대동강 얼음장 아래 물은 도도히 흐르건만 김정은 체제는 동면에 들어간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북한 집권당인 노동당은 최근 의미 있는 두 행사를 소화했다. 바로 노동당 정치국 회의와 당 전원회의 개최 발표다. 평양의 조선중앙통신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정치국회의가 지난 1일 김정은 총비서 사회로 열렸으며 회의에서는 12월 하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를 소집한 데 대한 결정서를 채택했다고 2일 보도했다.

통신은 “결정서에 의하면 2021년도 주요 당 및 국가정책의 집행정형을 총화하고 새해 년도 사업계획들을 토의결정하기 위하여 12월 하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전원회의가 소집된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정치국 회의에서 “국가경제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우리 당이 중시하는 농업부문과 건설부문에서 커다란 성과들이 이룩된 것을 비롯해 정치, 경제, 문화, 국방 부문 등 국가사업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긍정적 변화들이 일어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이룩한 성과들은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토대를 구축하기 위하여 계획된 전반 사업이 활기차게 전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우리식 사회주의의 새 승리에 대한 자신심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총적으로 올해는 승리의 해”라는 당중앙위원회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 “다음해는 올해에 못지않게 대단히 방대한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 중요한 해”라며 “당중앙위원회는 새 년도 계획을 역동적으로, 전진적으로, 과학적으로, 세부적으로 잘 수립하여 5개년계획수행의 기초를 튼튼히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지도하는 당 중앙위는 당 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 전원회의를 통해 당 내외 문제들을 논의·의결한다. 원래 당 전원회의는 과거 6개월에 한 차례씩 열렸으나 올해는 벌써 3차례나 소집되는 예외를 낳고 있다. 이번 전원회의는 김 위원장이 10년 전 북한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12월 30일을 앞두고 열릴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총비서 집권 10년 성과를 과시하며 대남 및 대미 관계를 비롯해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집권 10주년이자 5개년 계획 첫해이기도 해서 북한이 연말까지 여러 주요 회의체를 열어서 올해 사업 분야별로 전반적으로 결산, 평가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전원회의 자체가 주요 국가정책에 대한 전반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만큼 대남 대미 방향성도 제시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정치국회의와 전원회의 등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유명무실했던 당 회의는 김정은 집권 이후 공식 정책결정 기구로서 위상을 회복했다. 정치국회의는 지난 9월까지 올해 3차례 열렸으며, 4차는 보도된 적이 없어 비공개로 개최한 것으로 보인다. 전원회의는 이달 하순에 열리면 올해에만 4차례로 김정은 집권 이후 한해 횟수로는 가장 많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에도 연말 전원회의를 진행하며 회의 연설로 2020년 새해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에도 전원회의 연설이 신년사를 대체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 집권 이후 정치국 회의나 전원회의 같은 당 회의체가 활발히 개최되고 있는데 주요 정책 방향을 당 중심으로 결정하는 구조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원래 당 국가 지배체제인 사회주의 체제에서 당은 항상 국가통치의 정점에 있었고 현재 중국이나 북한은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김정일 지배 36년 동안 노동당은 단 한 차례도 당 대회를 소집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차라리 진솔한 면이 없지 않다. 원래 당 대회는 국가발전의 경제노선을 제시하는 것이 기본과제인데 경제가 거덜 난 김정일 체제에서 당 대회를 열어봤자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집권 10년 동안 탁상공론인 당 대회를 두 번이나 열었고, 당전원회의도 심심찮게 개최하고 있다. 나름대로 지배의 구색은 갖추겠다는 것인데 이 또한 파멸의 길은 아닌지 걱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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