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가 세계 인터넷상호접속 현황과 국내 ‘망이용료’ 논쟁 웨비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웨비나 화면 캡처)
토마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가 세계 인터넷상호접속 현황과 국내 ‘망이용료’ 논쟁 웨비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웨비나 화면 캡처)

넷플릭스 “사업자 간 협상 문제”

SKB “망 이용료 안 내겠다는 말”

입법화에 전문가들 의견도 갈려

“너무 성급” vs “당연히 내야 해”

여야, 조속히 입법 추진할 예정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망 이용료 입법화로 궁지에 몰린 넷플릭스가 이용자 요금, 한국 콘텐츠 투자 등을 운운하며 입법을 최대한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달 23일과 25일 이틀간 망 이용료에 대한 세미나가 열었다. 주최자와 참석자는 달랐지만 두 세미나 모두 토마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가 참여해 망 이용료를 규제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지금까지 넷플릭스는 애초 망 이용료를 내라는 SK브로드밴드의 요구에 채무부존재 소송을 건 것 외에 별다른 제스처를 취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부사장이 방한하고 토마 볼머 디렉터까지 넷플릭스의 입장을 강조하는 등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한국에서 망 이용대가 지급을 법으로 규제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마 볼머 디렉터는 “망 이용대가 이슈에 대해 법적 강제보다는 사업자 간 자율적 대가 협상이 중요하며 기술적 조치와 CP(콘텐츠 제공 사업자)와 ISP(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간 자율적 협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넷플릭스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넷플릭스가 해외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했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싶다. 과거엔 그랬지만 현재는 세계 어느 ISP에도 지불하지 않는다”며 “과거 망 이용대가를 지불했을 때는 OCA가 성숙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망 중립성과 규제 환경 원칙 등이 불분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넷플릭스 콘텐츠의 매력이 높아졌고 ISP 입장에서 느끼는 가치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또 “넷플릭스는 고화질 영화와 TV 시리즈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ISP의 더 빠른 속도 광대역 서비스에 가입하게 된다”며 “결국 넷플릭스의 대규모 투자가 ISP들에게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이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를 전혀 낼 생각이 없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사업자 간 협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망 이용대가를 낼 생각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토마 볼머 디렉터는 망 이용료의 법제화가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요금 인상, 한국 콘텐츠 투자 축소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앞서 이미 지난 18일 넷플릭스는 한국 이용자 요금을 한 차례 인상한 바 있다. 토마 볼머 디렉터는 “망 사용료는 인터넷 콘텐츠에 부과되는 ‘통행료’로서 콘텐츠의 한국 내 현지화를 저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자들까지 볼모 삼아 망 이용료 법제화를 막아내 보려고 하지만 크게 효과는 없을 전망이다. 한국 국회 측의 입법 추진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입법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여야 간 의견이 모인 만큼 신속하게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25일 넷플릭스 망 이용대가 분쟁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 열린 ‘디지털 경제 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두 의원은 기존 입장을 재강조했다.

김상희 의원은 “거대 해외 CP의 선택적 망 이용대가 지급을 묵과할 수 없어 망 이용대가 지급에 대한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며 “세미나에서 나온 쟁점들을 참고해 망 이용대가 이슈의 규제 타당성과 사회적 공감대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김영식 의원은 “인터넷 환경이 고도로 발달한 한국이 디지털 법제까지 선도국가로 올라선 만큼 세계적으로 이슈가 있는 망 이용대가에 대해서도 법제 정비의 선봉에 서고자 한다”며 “공정한 시장환경 조성이 되지 못한 점과 법령을 통한 강제적 규제안 마련 이전에 사업자 간의 자율적이고 공정한 비용부담 환경이 마련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렸다. 이날 조대근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미국 시장에서 ISP의 CP 과금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분명히 확인됐으며 ISP가 CP에 과금하는 것은 요금 이중 부담이 아닌 개별 주체의 인터넷 접속을 위한 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토론자로 나선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실장은 “OTT 확산으로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 폭증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CP의 ISP에 대한 대가 지급 사례가 있어서 넷플릭스가 ISP에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넷플릭스는 가입자를 볼모로 대가 지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조속한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변호사는 “현행 대한민국 사법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점에서 다소 성급한 입법이 아닌가”라며 “법령의 이해관계자와 용어에 대한 정의가 불확정적인 상황과 철학적 관점에서 성급한 법령 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부 참석자는 세미나에서 논의된 이야기를 종합해 정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참고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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