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센(독일)=AP/뉴시스]지난해 11월29일 독일 에센에서 열린 에센 모터쇼에 인공지능(AI)을 상징하는 사람 머리 모양의 두상이 전시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7일(현지시간) 제약이나 교통, 기타 다른 산업들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AI)에 대한 연방 규제 지침을 제안했다. 2020.1.7
지난해 11월29일 독일 에센에서 열린 에센 모터쇼에 인공지능(AI)을 상징하는 사람 머리 모양의 두상이 전시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7일(현지시간) 제약이나 교통, 기타 다른 산업들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AI)에 대한 연방 규제 지침을 제안했다. (출처: 뉴시스)

단순 계산부터 시작해 자산 컨설팅까지

생활 곳곳 스며들었지만, 일각선 우려도

[천지일보=이우혁, 김누리 기자]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둘러싼 산업계의 논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AI 기술은 우리의 스마트폰이나 PC 등을 통해 생활 속에 녹아들었고, 구글 딥마인드의 AI 바둑기사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지도 5년이 흘렀다. 최근 2년간은 유례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됐고, 사람들이 직접 만나기보단 온라인(on-line)을 선호하게 되면서 관련 산업도 큰 성장을 거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AI 기술이 접목되는 영역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24시간 스마트 돌봄 서비스’를 시행해 AI로 고령자를 돌보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고, 서울시와 SKT는 AI 기술을 적용해 다회용 컵 사용량을 늘리는 ‘서울시 다회용 컵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뿐만이 아니라 유튜브의 ‘영상 추천 리스트’와 네이버의 ‘AiTEMS’ 등도 AI기술이 생활에 적용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AI는 산업 곳곳에서 쓰이고 또 생활 일부로 스며들었지만, 그 개념이나 정도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하는 사람들이 적어 ‘가깝지만 멀다’는 인식을 주기도 한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초거대 인공지능 ‘GPT-3’가 “나는 인간을 파괴할 생각이 없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하기도 해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다.

인공지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AI, 인간 ‘사고(思考)’를 컴퓨터로

그렇다면 AI란 정확하게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학습과 추론·지각·이해 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을 말한다. 즉 사람의 두뇌 기능을 데이터화한 것을 말한다. 다만 사람의 두뇌처럼 일정한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알고리즘이 결합한 형태로 구성돼 컴퓨터 혹은 기업의 서버 등에 저장돼있다. 알고리즘이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 방법, 명령어들의 집합을 말한다.

AI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두뇌를 모방해 만든 만큼 다양한 영역에서 무언가의 ‘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 발달해왔다. 처음에는 수학 공식 등의 정답을 내리는 간단한 영역에서 시작했지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발달로 보다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게 됐고, 통신망의 발달로 ‘무한’에 가까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그 정확도가 커지고 적용 범위도 다양해지고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AI는 사람이 입력한 알고리즘에 따라 결과를 도출하는 시스템이다. 알고리즘에 따라 수 많은 데이터를 단순히 습득하는 ‘머신러닝’과 특징을 구분해 학습하는 ‘딥러닝’을 통해 사용자가 의도한 결과를 내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개발자가 AI에 입력한 알고리즘에 오류가 있을 경우, AI가 이를 문제로 인식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일례로 지난 1월 출시 3주 만에 서비스가 중단된 AI 챗봇 ‘이루다’는 게이, 레즈비언 등의 단어에 “소름 끼친다. 거부감이 든다” 등의 답변을 해, 알고리즘의 결함 문제와 AI 윤리의 중요성을 국내 사회에 시사하기도 했다.

또 현재 AI가 실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것과는 별개로, AI는 사람과 같은 ‘직관’이 없기에 결과를 내기 위해선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의 연구진은 GPT-3가 학습을 위해 자동차로 달까지 왕복하는 수준의 탄소발자국을 남겼을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일부 개발자들이 직관을 알고리즘으로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느낌적인 느낌’을 데이터화된 알고리즘으로 적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다만 일부 학자들은 AI 학습의 ‘특이점’을 거론하며 어떤 지점에 다다르면 AI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협약식에 참여한 AI 원팀의 KT, ETRI, KAIST, 한양대학교 관계자들이 온라인으로 진행된 공동 연구 협약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제공: KT) ⓒ천지일보 2021.8.18
협약식에 참여한 AI 원팀의 KT, ETRI, KAIST, 한양대학교 관계자들이 온라인으로 진행된 공동 연구 협약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제공: KT) ⓒ천지일보 2021.8.18

◆기업들이 주목하는 AI와 미래 먹거리

최근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AI 기술의 중요성과 역할에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업무 효율성 추진과 동시에 직원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것에 이어, 미래 먹거리와 경쟁력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기업이 AI 산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AI 산업 투자에 적극적인 곳은 KT다. 지난해 2월 KT는 대한민국 AI 1등 국가를 목표로 산학연 협의체인 ‘AI 원팀’을 출범했다.

KT, 현대중공업그룹, KAIST, 한양대, ETRI, LG전자, LG유플러스, 한국투자증권, 동원그룹, 우리은행 등 기관이 모여 AI 공동연구, AI 생태계 조성, AI 인재육성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KT, 한국과학기술원, 한양대학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협력해 ‘초거대 AI 모델’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Open R&D를 통해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또 공동산학 교육과정 개설 및 AI 워크숍 등의 인재양성 협력과 AI 스타트업이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등의 AI 생태계도 조성하고 있다.

금융산업과 정보통신산업의 융합으로 금융플랫폼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은행권에서도 AI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이는 AI가 기본적으로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AI를 활용한 상담 통합 플랫폼이 점차 발전하면서 시중은행의 ‘AI상담봇’은 ▲예적금 만기 ▲대출 연체 ▲각종 사고신고 등 단순 업무에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몇몇 은행은 AI 은행원 개발을 위해 나서는 추세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딥러닝 기반의 영상합성 기술 스타트업 라이언로켓과 업무협약을 맺고 특정 인물의 외모, 자세, 목소리를 반영한 AI 뱅커를 구현하고 있다.

AI뱅커는 직원 연수 프로그램과 사내 방송에 먼저 도입됐다. 고객의 음성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영역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신한은행도 퇴직연금 관련 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고 있다. 신한 쏠(SOL) 내 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쏠 리치 퇴직연금’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고 ‘쏠 나만의 미래설계 컨설턴트’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맞춤형 자산관리도 제공한다.

한국IT직업전문학교 인공지능학과 (제공: 한국IT직업전문학교) ⓒ천지일보 2021.5.30
한국IT직업전문학교 인공지능학과 (제공: 한국IT직업전문학교) ⓒ천지일보 2021.5.30

◆당면한 문제, 고용위축과 디지털 불평등

AI가 적용되는 분야와 그 기술 수준이 점점 발달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이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AI가 고용시장을 더 위축시킬 것이란 주장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실생활에 어느 정도 정착한 무인 시설에 AI 기술을 접목하면서 사용성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확산하면서 비대면 수요가 늘어난 부분도 이에 힘을 실어줬다.

한국은행(한은)이 지난 7월 발간한 ‘코로나19의 상흔, 노동시장의 3가지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대면서비스업 중 자동화 비율이 70% 이상인 직업군의 지난해 10월 취업자 수는 2017년 4월보다 10.8% 줄었다.

한은은 코로나19로 대면서비스업에서 인력 채용 대신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단말기) 설치를 늘렸다며, 코로나에서 회복돼도 고용이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고용을 사람이 아닌 기술로 대체하는 사회현상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지만, 일부가 기술을 독점하는 디지털 불평등의 고착화는 경계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호원 서울대 교수는 지난 17일 ‘디지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갈림길’ 칼럼을 통해 “일상에 디지털 기술이 스며들면서 무인화 기기들이 들여오고 AI를 통해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면서도 “정보를 다루는 과정에서 활용격차가 발생하고 이는 교육과 직업의 기회에 대한 차별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빅테크가 주는 편의성이 커지는 가운데 독점의 폐해도 급증하고 있다며,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과도한 광고비를 요구하는 거대 플랫폼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불평등이 구조적으로 고착돼 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교육과 일자리 측면의 근본적인 개혁작업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며 “남이 만들어 놓은 제품을 사서 잘 사용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디지토피아를 만들어 나간다는 패기와 열정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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